“한국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샌디에이고에는 돔구장이 없는데 한국에서 돔구장을 보니 신기합니다.”

마리아나 씨는 서울에서 열리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프닝시리즈(개막전)를 보기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왔다. 그는 김하성 선수의 이름이 한글로 적힌 응원 도구를 보여주며 “이번 개막전은 김하성의 고향 방문이라 더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3월 20일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에는 마리아나 씨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야구팬 1만 6000명이 모였다.

도쿄에서 왔다는 호시토 하야토 씨(26)는 “고척돔을 보니 한국에 온 것이 실감 난다. 오타니의 홈런, 다르빗슈의 선발승이 모두 나오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재일교포 이현철 씨(55)는 개막전을 보기 위해 사이타마에서 왔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

경기는 가수 박정현 씨의 양국 국가 제창과 박찬호 현 파드리스 특별고문의 시구로 시작됐다. 박 고문은 30년 전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자신이 사용했던 글러브를 꼈다.

경기 중 김하성 선수가 가수 블락비의 ‘her’이라는 등장 음악과 함께 타석으로 걸어 나올 때, 주심은 굳이 털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깨끗했던 홈플레이트를 브러시로 정리하며 팬과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김하성은 헬멧을 벗고 양손을 들며 함성에 화답했다.

경기는 다저스가 이겼다. 2대1로 뒤지던 다저스는 8회초, 볼넷 두 개와 안타로 무사만루의 기회를 맞이했다. 개빈 럭스의 타구가 파드리스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글러브를 뚫어내며 역전했다. 이후 무키 베츠와 오타니의 연속 안타가 나오며 경기를 5대2로 마무리했다.

▲서울시리즈를 보려고 세계 야구팬이 한국을 찾았다. 위 사진은 호시노 하야토(왼쪽) 이토 아즈사 씨, 그리고 아래 사진은 이현철(왼쪽) 마리아나 씨
▲서울시리즈를 보려고 세계 야구팬이 한국을 찾았다. 위 사진은 호시노 하야토(왼쪽) 이토 아즈사 씨, 그리고 아래 사진은 이현철(왼쪽) 마리아나 씨

이날 한국 응원 문화가 눈길을 끌었다. 오타니의 응원가는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의 삼성 라이온즈 시절 응원가를, 무키 베츠의 응원가는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 응원가를 개사해 만들었다.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무키 베츠 응원가를 듣고 자신의 트위터에 “무키 베츠의 응원가는 그래미어워드 수상 자격이 있다. 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다저스 로버츠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타자가 등장할 때마다 음악을 틀었는데 잘 어울렸다. 한국 팬의 열정과 에너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졌다. 미국과는 확실히 다른 문화고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다저스 선발투수 글래스노우 또한 “한국 팬의 응원 소리를 들었다. 관중이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거나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라고 전했다.

로스엔젤리스 출신으로 다저스 무키 베츠의 유니폼을 입은 미첼 씨도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음악이 나오며 춤을 추는 치어리더들이 인상적”이라며 “고척돔의 크기는 작지만 작은 만큼 모든 순간이 압축되는 느낌이라 집중력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첼 씨(왼쪽)는 두 딸과 함께 개막전을 봤다.
▲미첼 씨(왼쪽)는 두 딸과 함께 개막전을 봤다.

메이저리그 개막전답게 볼거리도 다양했다. 한일은 물론 LA와 샌디에이고 지역 방송이 중계진을 파견했다. 특히 일본 중계진에는 ‘헤이세이의 괴물’이라 불렸던 전 메이저리거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이목을 끌었다.

이외에도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선수 켄 그리피 주니어, CC 사바시아 등이 고척돔을 찾았다. 황재균-지연 부부, 차은우, 김영철 등 유명인 또한 곳곳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이들의 모습이 전광판에 등장할 때 관중이 환호를 보냈다.

다저스에서 7년간 뛰었던 한화 이글스 류현진도 이날 경기를 찾아 다저스 로버츠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부인 배지현 아나운서는 경기 전 ‘프리뷰 쇼’를 진행하며 결혼 이후 복귀를 알렸다. 오타니의 아내(다나카 마미코)도 남편 유니폼을 입고 응원했다.

한편 인파 관리는 안정적이었다. 이날 경찰 350여 명이 배치돼 경기장의 계단과 통로는 물론 용품점처럼 관중이 몰릴만한 곳을 적절하게 통제했다. 현장에 나온 기동대 경위는 “한 방향으로만 통행하도록 유도했다”며 “범죄 예방에도 힘썼다”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관중 대부분이 지하철 구일역으로 이동할 때도 경찰은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일정 인원만 역에 들어가도록 했다.

▲경기가 끝난 뒤의 지하철역 주변
▲경기가 끝난 뒤의 지하철역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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