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9명(89.7%)이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10명 중 6명(64%)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2월 6일 결정했다. 여기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했지만 정부는 대학별 정원을 3월 20일 발표했다.

스토리오브서울 <시민의 소리> 취재팀은 시민 생각이 궁금했다. 찬성과 반대를 넘어 의료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다.

토론에 참여할 시민 45명을 모았다. 1명을 제외하고 모두 20대였다. 30명이 여성, 15명이 남성이었다. 이들은 2월 19일부터 25일까지 7일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토론했다. 각자 닉네임을 정해 익명으로 참여했다.

이번 토론자는 13명이다. 이들 중 2명은 올해 의대에 입학한다. 취재팀은 원활한 토론을 위해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 입장과 의사 입장을 제시했다. 의대생을 포함해 모든 토론자는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필수의료정책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부분이 보였다.

▲ 패널단 단톡방 공지
▲ 패널단 단톡방 공지

아이디 ‘갈매기(19)’는 의대생이다. 그는 “정부가 피부미용 일반의의 수가를 낮춰 기피과로 가는 의사를 늘리겠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의대 증원에는 찬성했지만, 기피과의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참석자는 의대 증원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대학생 정태승 씨(24)는 “문제의 핵심은 의료 인원의 절대적 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직장인 조미림 씨(30)도 “의사들이 기피하는 의료 분야나 시골 지역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증원하지 않고 기다리기엔 당장의 문제가 급하다”라고 말했다.

저출산 현상 때문에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허준혁 씨(23)는 “소아과와 산부인과 같은 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처우 문제라기보다는 저출산 현상 때문이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 외의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의료학술 포털 ‘키메디’가 2022년에 의사 300명에게 필수의료 과목을 기피하는 결정적 이유를 묻자 31%(93명)가 ‘노력대비 낮은 대가 등 경제적 이유’라고 답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이라는 응답이 86명(29%)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방안을 담았다. 2028년까지 필수의료 분야에 10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내용. 저평가된 필수 의료의 수가를 높여 기피과의 의사에게 공정하게 보상하겠다고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월 20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고도 최저 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는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지역 필수의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한다면 의대생에게 장학금과 수련비용을 지원하고 교수 임용 시 이들을 우대하겠다는 내용. 교육, 주거 비용도 지원해 지역 정착을 유도한다.

패널단은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준생 최다희 씨(24)는 “졸업생이 지역 내 중증·필수 의료 분야에서 10년간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건 지역의사제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취준생 손다인 씨(23)는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 치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허리가 아파서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에 갔지만, 치료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결국 인근 광역시에 가서 치료 받았다.” 그의 어머니도 서울을 오가며 허리 디스크 치료를 받고, 희귀병을 앓는 사촌동생은 서울대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는다.

지방은 의사 수가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가 2022년 2.61명이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북은 3명이 넘는다. 서울은 4.82명. 가장 적은 지역은 세종으로 2.01명이다. 불균형이 심각함을 할 수 있다.

▲ 패널이 토론하는 단톡방
▲ 패널이 토론하는 단톡방

아이디 ‘갈매기’는 의사들의 집단 파업 이유가 의대 정원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서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항목을 예로 들었다. 혼합진료란 비급여와 급여 진료를 함께 받는 것을 말한다. 갈매기는 “(혼합진료를 금지하면) 흔히 받는 수면내시경 등에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혼합진료를 금지하면 급여와 비급여 항목을 같이 진료 받을 수 없다. 급여 항목끼리만 받아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비급여 항목을 함께 진료 받으면 급여 항목도 비급여 항목으로 진료 받아야 한다.

정부가 혼합진료를 금지하려는 이유는 의료비 지출 때문이다. 환자가 모두 진료받도록 의사가 유도해 의료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게 만든다는 얘기. 재활의학과에서 도수 치료를 받은 환자가 물리치료까지 받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에서 비급여율이 가장 높은 진료과목은 재활의학과, 안과, 정형외과, 신경외과였다. 의사 임금이 높은 과목은 안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비급여율이 높은 진료과목이 의사 임금에서도 상위를 차지했다.

의사들은 어쩔 수 없이 함께 받아야 하는 급여·비급여 항목이 있다고 했다. 레지던트 1년차 김모 씨(25)는 전공의 내부 원칙상 기자와의 접촉이 금지됐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

그는 “백내장 수술은 급여 항목이지만 수정체에 넣는 렌즈 중 다초점 렌즈를 넣으면 비급여”라며 “보통 초점이 잘 맞는 다초점렌즈가 필요한데 혼합진료를 금지하면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했다. 백내장 수술은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에서 혼합진료 금지 항목으로 나온다.

패널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 빨리 타협안을 찾기를 바랐다. 직장인 정유진 씨(26)는 의대 증원이 전공의 파업으로 이어진 사태를 두고 “국민 피해가 최소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현규 씨(20)는 “의사협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고 주장하는데, 정부가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하여 대한의사협회와 1년간 논의했던 사실은 빼놓는다”며 “집단행동만 하면 이번에도 정부 시도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언론이 2000명이라는 숫자에만 집중해서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이디 ‘갈매기’는 “많은 보도들이 의사를 본인의 밥그릇 챙기느라 급급한 것으로 기사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준혁 씨도 여기에 공감했지만 “보수· 진보 언론을 가릴 것 없이 그러한 메시지의 기사를 전달하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요구가 많고 정부의 방향에 대해 동의하는 국민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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