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훈 씨(24)는 경희대를 2월에 졸업했다. 그는 졸업식에 꽃다발을 사오겠다는 친구들을 만류했다. 전날 받은 꽃다발을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사진 한번 찍기 위해 꽃다발을 새로 사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다. 박 씨는 “친구들이 모두 사회 초년생이거나 취업준비생인데 꽃다발 가격은 5만 원이 훌쩍 넘어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박 씨 같은 졸업생이 늘면서 졸업식 꽃다발 특수는 옛말이 됐다. 고물가로 인해 꽃다발을 사지 않는 20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고 꽃다발을 산다. 중고 거래가 늘어나니 생화 거래량은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2월 1일에서 3월 1일까지 절화 거래량은 약 326만 단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40만 단 적다. 절화는 꽃봉오리를 줄기와 잎과 함께 잘라낸 꽃이다. 꽃다발이나 화환에 주로 사용한다.

대신에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꽃다발 판매 게시글이 늘었다. 2월 한 달 동안 당근마켓에 올라온 게시글은 약 60개. 대부분 거래 완료 표시가 뜬다.

▲ 중고 거래 어플의 꽃다발 판매 게시글
▲ 중고 거래 어플의 꽃다발 판매 게시글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주부 김정인 씨(53)도 고등학생 딸의 졸업식에서 사용한 생화 꽃다발을 판매했다. 김 씨는 글을 올린 지 1시간여 만에 2명에게 연락이 왔다고 했다. “과거에 비누꽃을 중고로 구매한 경험이 있다. 중고로 꽃다발을 판다는 글이 자주 보여 쉽게 팔릴 것이라 예상했다.”

중고 꽃다발 사용이 늘어난 이유는 생화 가격 상승.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분화장미와 장미 한 단의 평균 거래금액은 1만 1219원이었다. 2020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80% 증가했다. 안개꽃도 마찬가지. 2020년 2월 6230원이었던 평균 거래액이 올해 같은 기간 1만 4262원으로 올랐다.

윤리적 소비도 영향을 미쳤다. 회사원 김수정 씨(25)는 졸업식에서 받은 꽃다발을 팔았다. 그는 “꽃다발을 분해해 버리려고 하니 쓰레기가 많이 나와 불편했다”며 “쓰레기 처리가 간편한 꽃다발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꽃다발 포장재 대부분은 분리배출이 어렵다. 꽃을 감싸는 유산지는 플로드지라고 부른다. 주성분은 플라스틱. 물에 젖지 않고 구김이 덜 간다.

하지만 종이가 아니라서 재활용이 어렵다. 겉포장에 쓰는 OPP 포장지는 비닐이다. 30㎝ 짜리 100장에 1만 2000원 정도. 가성비가 좋아 대부분의 꽃집에서 사용한다.

▲ 제로플라스틱 포장이 된 꽃다발(출처=헤넴 홈페이지)
▲ 제로플라스틱 포장이 된 꽃다발(출처=헤넴 홈페이지)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친환경 꽃집도 등장했다. 설해냄 씨(32)는 서울 성동구에서 제로플라스틱 꽃집 ‘헤넴(구 플라워에이블)’을 5년째 운영 중이다. 포장이 간단한 꽃다발을 만들고자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생분해성 포장재를 사용한다. 과도한 비닐 사용은 지양한다. 비닐로 겉포장을 하는 대신 마끈으로 묶는다. 2021년부터는 생분해 물비닐 봉투를 직접 제작해 판다.

설 씨는 “테이프로 감겨 있거나 많은 비닐이 사용된 꽃다발은 처리할 때 불편감을 준다”며 “꽃이 받았을 때만 기분 좋은 상품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간소화한 포장이 꽃다발 매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처리가 쉬워서 좋다’는 손님의 말에 걱정이 사라졌다.

이영애 인천대 교수(소비자학과)는 “꽃다발은 제품을 소유하기보다 사용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상품”이라며 “친환경 소비 수요에 맞춰 생산에서의 변화가 빠르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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