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는 모두가 활기차 보이는 게 흥미로워요.” 3월 1일 서울 서대문구의 서대문형무소를 찾은 독일인 교환학생 샤이엔 씨(22)의 말이다.

영하 8도로 기온이 떨어졌지만 관람 시작 시각(오전 9시)부터 시민 발길이 늘었다. 15분 만에 입장 대기 줄이 생겼다. 가족 단위의 시민이 가장 많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손바닥만한 태극기를 들었다.

“엄마, 저거 뜨거운 물이야?”

“뜨거운 물은 아니겠지, 설마.”

“뜨거운 물이에요.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가면서 부었어요.”

물고문을 재현한 현장에서는 관람객끼리 서로 설명해 주는 모습도 보였다. 지하 독방을 한참 동안 보던 아이는 무섭다며 엄마 옷에 얼굴을 파묻고 발걸음을 옮겼다.

서대문형무소 한쪽에 마련된 대형 태극기 앞에는 긴 줄이 있었다. 시민들은 자기 차례가 다가오면 태극기 쪽으로 걸어가 만세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 관람객이 태극기 앞에서 만세 포즈를 취하는 모습
▲ 관람객이 태극기 앞에서 만세 포즈를 취하는 모습

기념행사인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은 역사관 대형 태극기 앞에서 열렸다. 독립운동 재현 퍼포먼스에서 일본 순사가 등장해 여성 독립운동가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갈 때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시민과 배우 모두 105년 전으로 돌아가 만세삼창을 함께 외쳤다. 대한독립, 만세!”

▲ 독립운동 재현 퍼포먼스
▲ 독립운동 재현 퍼포먼스

오전 11시 30분쯤에는 대기 줄이 출구까지 이어졌다. 시민들은 독방을 비롯한 옥사, 사형장, 그리고 고문 현장을 관람했다. 일부는 태극기 페이스페인팅, 쿠키 만들기 행사에 참여했다.

태극기 쿠키 만들기 행사를 체험한 임준휘 군(12)은 “오늘처럼 추운 날 독립운동가들이 감옥에서 어떻게 버텼을지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청에 근무하는 아빠를 따라왔다는 이지민 양(11)은 “독립투사의 의지를 기리고 싶어요. 일제에 정말 화가 납니다”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 직접 그린 태극기 쿠키를 보여주는 임준휘 군
▲ 직접 그린 태극기 쿠키를 보여주는 임준휘 군

활기찬 모습이 인상적이라던 샤이엔 씨는 “독일도 식민 지배를 했던 역사가 있다. 일본은 한국에 사과한 적이 있냐”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함께 온 친구 엘리 씨(21)는 “아니”라고 대신 대답했다. 엘리 씨 역시 독일인 교환학생이다. 그는 역사학 전공자로서 “당시를 상상하는 게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는 때아닌 이념 논쟁이 벌어졌다. ‘3·1절 기념식 및 탑골공원 개선사업 선포식’에서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축사에서 “오늘은 기미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임시정부를 부활하는 날”이라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취임사를 인용하며 “요새 아첨꾼들이 건국으로 추켜세우는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행사를 지켜보던 시민 사이에서 토론이 이어졌다. 화단 뒤쪽에 섰던 정성영 씨(73)는 이 회장의 말이 잘못됐다며 “나라가 있으려면 땅이 있고, 국민이 있고, 주권이 있어야 한다. 그때는 식민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주권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김동호 씨(77)는 ‘건국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교육용으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답했다.

두 블록 떨어진 영화관(CGV 피카디리1958)에서는 ‘건국전쟁’과 ‘파묘’가 함께 상영되고 있었다. 오후 3시 50분쯤 ‘파묘’를 관람하고 나온 서가원 씨(27)는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라며 “삼일절에 이 영화를 본 게 의미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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