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라는 기호가 있다. SNS 사용자라면 대부분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샵’, ‘우물 정(井)’이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하다면 SNS 트렌드에 아직 익숙하지 않을지 모른다.

SNS에 익숙하지 않은데도 구독자 63만 명을 보유한 대형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해시태그’보다 ‘우물 정(井)’이 익숙하면 더욱 그렇다. ‘충주시 홍보맨’으로 이름을 알린 김선태 주무관 이야기다.

경기도 광명 AK플라자에서 3월 5일 열린 민생토론회 사전 행사에서 김 주무관은 청년보좌역, 2030자문단 등 청년 400여 명에게 ‘효과적인 홍보전략 SNS 활용 방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하늘색 셔츠를 입고 강연장에 왔다. 그간 방송에서 보여준 타고난 입담이 역시나 통했다. 강연은 30분 정도로 짧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강연장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원래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했다면서 첫 홍보 게시물의 반응이 미미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강연을 시작했다. 2018년 충주시 SNS 홍보 업무를 처음 맡으면서 인생 시련이 시작됐다고 한다.

처음 만든 페이스북 홍보 게시물은 ‘충주시 임신 출산 지원제도 포스터’였다. PPT를 활용해 만들었는데 반응은 좋아요 95개, 댓글 20개. 그 뒤에 제작한 홍보 게시물 반응도 좋지 않았다.

그때부터 김 주무관은 우선순위를 재미에 두자고 다짐했다. 일단 지자체 공식 SNS에서는 절대 올릴 수 없는 디자인과 문구를 사용하기로 했다. ‘B급 감성’의 활용이었다.

‘원 펀치 쓰리 강냉이’라는 유명 문구를 패러디해서 ‘원 댓글 쓰리 옥수수’라는 문구로 ‘충주 옥수수 축제 홍보 게시물’을 만들었다. 게시물에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면 참여자 30명을 선정해 충주 대학찰옥수수를 1박스씩 제공하는 행사였다.

그러자 반응이 달라졌다. 좋아요 1500개, 댓글 891개가 달렸다.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등 언론이 충주시의 ‘B급 감성’ 포스터를 보도하면서부터 인기가 더 높아졌다.

자신감을 얻어서 B급 감성의 ‘충주시 고구마 축제 홍보 포스터’를 제작했다. 좋아요 5651개, 댓글 8620개. KBS를 비롯한 언론사가 충주시의 고구마축제 기념 이벤트 포스터를 보도했고, 그가 만든 포스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아다녔다.

김 주무관은 “이것이 바로 마케팅의 전략 중 하나인 바이럴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은 블로그나 SNS를 통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서 기업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이고 구매욕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 김선태 주무관이 강연하는 모습
▲ 김선태 주무관이 강연하는 모습

페이스북 홍보에서 대성공을 거뒀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저물어가는 SNS라고 생각해서 새로운 플랫폼으로 눈을 돌렸다. 유튜브였다. 조길형 충주시장에게 “유튜브가 대세이니 인력을 달라”고 제안했고 “유튜브가 대세이니 네가 해라”는 답을 들었다.

혼자 하기는 쉽지 않았다. 기획, 대본, 촬영, 편집, 출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다른 지자체의 유튜브 채널을 분석하기로 했다.

하지만 많은 채널이 고액 제작비를 들였지만 반응은 저조했다. 어느 지자체의 홍보 영상은 스튜디오, 아나운서, PD가 전문적으로 제작했지만 조회수가 2회였다. 김 주무관은 이렇게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남과 다른 전략을 사용해 시청자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봤다.

당시 충주시 유튜브 예산은 61만 원. 적은 돈으로 성과를 내려면 남과 다른 콘텐츠 자체의 승부수가 필요했다. 충주시 브랜딩을 위해 그는 B급 감성을 일관성 있게 이어가기로 했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전략.

그래서 처음 채널의 타깃도 충주시민이 아니라 유튜브 시청자 전체로 설정했다. 온라인 홍보에서는 바이럴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국에 있는 젊은 층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 주무관이 처음 사용한 장비는 갤럭시 S8과 윈도우 무비메이커. 처음 올린 ‘시장님이 시켰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은 글씨체가 엉망이고, 조명이 허술했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재미 요소로 작용했다. 편집을 배운 적 없는 공무원이 시장 지시로 유튜브를 운영한다는 점 역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충주시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은 조회수가 대부분 백만 회를 넘는다. 그가 3월 5일 올린 ‘파묘 600만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은 3월 7일 기준으로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3위다. 이제 그는 뉴스, 예능, 유튜브 촬영의 섭외 1순위 출연자가 됐다.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김 주무관은 주제보다 소재를 먼저 잡았다. 예를 들어, 먹방이 소재라면 어디서 해야 재미가 있을지 고민하고, 하수처리장 먹방이 떠오르면 영상을 기획했다. 실제로 ‘국내 최초 하수처리장 먹방’이라는 영상은 조회수가 77만 회를 기록했다.

두 번째 전략은 대치되는 상황 활용하기다. “무한도전, 1박2일과 같은 유명 예능 프로그램도 최고 스타들이 참치통조림 하나를 두고 싸우기 때문에 재미있지 않나. 이처럼 장관과 말단 공무원이 인터뷰하면 상황 자체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장관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했다.” 김 주무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인터뷰는 조회수 87만, 댓글 2815개를 기록했다.

그는 처음부터 유튜브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다른 지자체의 홍보 효과가 떨어진 이유는 안타깝지만 실무자들이 변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잘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들과 다른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충주시 홍보맨’이란 타이틀로 결실을 맺었다.

김 주무관은 강연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개인도 조직을 바꿀 수 있다. 조직이 바뀌길 바란다면 도전해야 한다. 어떤 행동에도 부작용이 존재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관대함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든 두려워 말고 도전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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