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보수는 국회의원 특권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중위소득 정도로 낮추자고 제안한 데 이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독립기구를 설치해 국민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의원 보수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4월 총선을 앞두고 일부 예비후보는 이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정말 과도한 수준일까. 외국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의원은 법에 따라 수당과 경비를 받는다. 수당은 일반수당·관리업무수당·정액급식비로, 경비는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로 나뉜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의원에게 매달 평균 1159만 원을 지급했다. 수당과 경비는 각각 약 767만 원과 392만 원. 여기에 정근수당과 명절 휴가비로 연 1520만 원을 추가 지급했다.

연봉은 20203년 기준으로 1억 5426만 원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8 한국의 직업정보’ 연구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의원 연봉은 600개 직업 중 ‘기업 고위임원’ 다음으로 높았다. 2021년 보고서에서 의원은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표를 보면 2018년과 순위가 같다.

▲ 평균소득이 가장 높은 직업 5개(출처=한국고용정보원)
▲ 평균소득이 가장 높은 직업 5개(출처=한국고용정보원)

한국 의원 연봉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약 3.6배다. 미국 상원의원은 17만 4000달러다. 한화로 2억 원이 넘지만, 1인당 GNI의 약 2.2배로 한국보다 낮다. 독일 역시 1인당 GNI 대비 의원 보수가 2.6배 정도다.

국제의회연맹(IPU)과 각 국가 의회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했더니 일본의 의원 연봉은 약 2181만 8000엔(한화 약 1억 9853만 원)으로 1인당 GNI의 약 3.5배다. 한국과 1인당 GNI가 비슷한 이탈리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수당은 1만 385.31유로(한화 약 1500만 원)로 1인당 GNI의 3.3배이다. 여기에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

일본과 이탈리아는 경제협력개발구기(OECD) 국가 중에서도 의원 보수가 높은 나라로 손꼽힌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부경쟁력연구센터가 2015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 이탈리아는 1인당 GDP 대비 국회의원 보수 비율이 OECD 회원국 중 각각 1, 2위였다. 한국은 3위다.

북유럽 국가는 낮았다. 스웨덴 의원의 기본 수당은 월 7만5500크로네(한화 960만 원)다. 1인당 GNI 대비 1.3배에 그쳤다. 스웨덴의 낮은 수당은 의회 특징 때문에 가능하다.

스웨덴은 의원 내각제로,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전부 정당 비례대표제다. 한국과 달리 어떤 직책에 대해서도 개인을 뽑는 투표는 없다. 정치는 정당 중심이다. 의원 개인에게 주는 수당이 적을 수 있는 이유다.

보수에 비해 의회의 기능 수행은 아쉽다. 정부경쟁력연구센터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정보기술보고서를 토대로 국가별 의회효과성 순위를 도출했다. 한국은 투입되는 재원 대비 의회효과성이 OECD 27개국 중 26위다. 독일은 13위, 미국 23위, 일본 25위, 이탈리아는 27위를 기록했다. 스웨덴은 2위로, 투입된 재원에 비해 효율성이 높았다.

또 하나의 논란은 보수를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가이다. 의원 수당은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하 수당법)을 근거로 지급된다. 수당은 국회 규정을 개정해 조정할 수 있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규칙’ 제2조에서는 이 권한을 국회의장에게 위임한다.

의원이 급여를 원하는 만큼 인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원급여를 공무원 보수 조정비율의 범위에서 조정하도록 규칙 제2조를 통해 규정하기 때문이다.

법제처와 국회 홈페이지에서 수당법을 찾아보면 의원 수당은 월 101만 4000원, 경비는 120만 원이다. 법과 실제 집행된 금액의 차이와 연봉의 자의적 인상을 비판하는 보도가 2019년에 있었다. 국회사무처는 이에 대해 해당 금액은 “수당법 별표에서 정하고 있는 금액이나 1989년에 적용된 수당의 금액”이며 절차에 따라 인상해 현재의 금액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의원이 수당을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국회의원 스스로 ‘셀프 인상’하면서도 법률도, 규칙도 아닌 규정에 위임해 ‘꼼수 인상’을 해오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회의원의 수당에 대한 정보는 법률이나 시행령에 해당하는 국회규칙이 아니라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지급되고 관련 규정을 비공개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2020년부터 열린국회정보 홈페이지와 국회사무처 홈페이지를 통해 의원 수당을 공개했다. 법률과 규정 사이의 차이로 헷갈릴 수는 있으나, 현재는 해당 홈페이지에서 실제 지급된 수당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미국은 의회가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조정률 기준은 법으로 정했다. 의원 급여를 자동 조정하는 공식이 1989년 생겼다. 고용비용지수(ECI)로 측정된 민간 부문 임금 변동을 기반으로 한다. 의회는 이 공식에 따라 수당을 결정해야 하며, 연방 공무원의 급여인상률보다 높게 책정하면 안 된다.

일본과 독일은 법률을 통해 행정부와 사법부의 유사 직위군을 기준으로 의원 보수를 산정한다. 일본은 일반직 국가공무원의 최고 급여액보다 적지 않도록 명시했다. 독일은 연방통계청이 계산한 명목임금지수를 기반으로 하며, 연방최고법원 판사 급여에 따라 정한다. 스웨덴은 의회 산하기관인 보상위원회가 보수를 결정한다.

영국은 외부 기관이 의원 수당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2009년 영국 하원 의원들의 대규모 공금 남용 사건 이후, 독립적인 의회윤리심사기구(IPSA)를 도입했다. IPSA는 공무원 급여인상률을 비롯해 거시경제 지표나 민간 부문 소득통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의원 수당을 조정한다.

의원은 구속됐거나 재판 중이어도 수당을 그대로 받는다. 수당법에는 직무상 상해 및 사망과 관련된 조항만 있다. 재판 중인 이재명 의원, 코인 논란으로 잠적했던 김남국 의원, 21대 국회에서 구속된 이상직 전 의원 등은 모두 수당을 받았다.

본회의 출석률도 수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 따르면, 2023년 8월 말 기준으로 제21대 국회의원 중 본회의 출석률 하위 10명의 평균 출석률은 77.2%였다. 10번의 회의 중 2번 이상 불참했다는 얘기다.

재석률(개의, 속개, 산회 모두 참여한 비율)은 더 낮다. 출석은 했으나 끝까지 참여하지 않는 이른바 ‘출튀’다. 법률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제21대 국회 본회의 평균 재석률은 70.55%다. 10번 중 9번 이상 자리를 지킨 의원은 3명뿐이다.

미국은 의원이 구속돼 결석한다면 그 기간만큼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독일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200유로(한화 약 28만 원), 그 외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업무를 하지 않을 때 100유로(한화 약 14만 원)를 공제한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의회 업무에 결근하는 날마다 일일 수당 삭감을 규정했다. 스웨덴 역시 관련 규정이 있다. 개인적 또는 공적 사유로 결석을 신청할 수 있으나 그동안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의회 업무에 정당한 이유 없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수당을 반납해야 한다.

이화여대 유성진 교수(스크랜튼학부)는 구속처럼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제약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관련 논의가 없던 것은 아니다. 구속된 국회의원의 수당 지급을 중단하는 내용이 포함된 수당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다. 그러나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급만큼 중요한 점은 어떻게 쓰였는가다. 한국은 의원 수당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상원 규칙에 따라 홈페이지에 소득과 지출 내역을 공개한다. 유 교수는 “(국회의원이 받는 수당이) 공개성이 굉장히 부족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알 수 없다”며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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