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범죄 혐의를 받더라도 구속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을 누린다. 이 특권은 정치 탄압으로부터 의원을 보호하고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국회의원 불체포를 목적으로 국회를 개회하는 ‘방탄국회’와 같은 악용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는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및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안’을 제안했다. 민주당 혁신안은 불발됐지만 이후 불체포특권 포기를 두고 정치권의 논쟁이 계속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총선 공천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불체포특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헌법 개정 없이는 폐지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각국의 헌법에 어떻게 규정돼 있을까?

■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시작은

불체포특권은 과거 군주가 국가권력의 정점에 있던 17세기, 의회가 군주의 권력에 대응하고 의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불체포특권의 첫 시작은 영국이다. 17세기 영국 스튜어트 왕조는 의회를 탄압하기 위해 의원을 불법적으로 체포 또는 구금하는 방법을 자주 사용했다. 이런 군주의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1603년 영국 의회는 ‘의회 특권법’=(Privilege of Parliament Act)을 제정했다. 의회특권법은 군주로부터 의회가 정상적이고 자주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이후 최초로 국가의 최고 법규인 헌법에 불체포특권을 규정한 것은 미국의 연방헌법. 이때부터 불체포특권이 전 세계에 확산하면서 각국 헌법에 명문화됐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제헌국회에서 행정부로부터 입법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건국헌법 제49조에 불체포특권을 도입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독재 권력 정치 탄압에 맞서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해주는 순기능이 있었다. 이후 1962년 제5차 개정헌법 제41조 1항과 2항에서 현행범 여부와 회기 여부에 따라 불체포특권을 보장했고, 이 내용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 대한민국 헌법의 불체포특권
▲ 대한민국 헌법의 불체포특권

대한민국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규정한다. 

규정된 바와 같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될 수 없다. 국회법 제26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범행을 저지른 사실에 대하여 체포가 이루어지려면 본회의 표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정부가 체포동의요구서를 수리한 후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하면 국회가 이에 대해 표결한다. 국회의장은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한다. 

표결은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완료돼야 하는데, 2016년 이전까지는 처리 기한이 경과한 경우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이에 의도적인 표결 지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016년 12월 단서조항이 붙었고,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이후 최초로 개의하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해야 한다. 

제헌국회 때부터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 중 가결된 안의 비율은 약 24%에 불과하다. 최근 가결된 체포동의안은 2023년 9월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었다. 폐기된 29건의 체포동의안 중 15건은 임기 만료로 폐기된 경우다.

■ 해외의 불체포특권

▲ 미국 연방헌법의 불체포특권
▲ 미국 연방헌법의 불체포특권

먼저 헌법에 불체포특권을 최초로 규정한 미국은 연방헌법 제1조 6항 1호에서 연방의원의 특권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민사상 체포에 관해서만 불체포특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구분된다.

▲ 일본 헌법과 국회법의 불체포특권
▲ 일본 헌법과 국회법의 불체포특권

한국과 불체포특권 규정이 가장 유사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 헌법 제50조에 따르면 의원이 현행범이 아닌 이상 회기 중 체포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규정은 일본 국회법 제4장 33조에도 명시돼 있다.

▲ 독일 기본법의 불체포특권
▲ 독일 기본법의 불체포특권

독일도 연방하원의 동의 없이 범죄행위를 이유로 의원이 체포되지 않는다. 기본법 제46조 1항과 2항에 의원의 면책특권이 규정돼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은 체포동의안의 표결 방식이다. 한국은 체포동의안을 인사에 관한 안건으로 보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시행한다. 이와 다르게 독일은 체포동의안을 표결할 때 기명투표를 실시한다. 연방의회 의사규칙 제48조에 표결방식은 거수나 기립 또는 착석으로 실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의원의 체포뿐만 아니라 압수수색까지도 소속 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탈리아 헌법 제68조에 명시된 의원의 불체포특권은 다음과 같다.

▲ 이탈리아 헌법의 불체포특권
▲ 이탈리아 헌법의 불체포특권

마지막으로 스웨덴은 특권 없는 국회로 잘 알려져 있다. 스웨덴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헌법 제4장 제12조에 의해 규정된다.

▲ 스웨덴 헌법의 불체포특권
▲ 스웨덴 헌법의 불체포특권

스웨덴에서는 ▲ 유죄를 시인하는 경우 ▲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경우 ▲ 2년 이상의 징역을 받는 경우에만 체포나 구금에 관한 법규를 적용한다. 이때 사법적 절차를 밟는 과정이 빠르고 윤리적 기준이 엄격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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