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2022년 발표한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과 개선방향’ 자료에 따르면,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사건이 2년(2021~2022년) 동안 20여 건 발생했다.

대부분 과중한 돌봄 부담과 생활고에서 비롯된 비극이었다. 2월 2일에도 서울 서대문구에서 40대 아버지가 뇌병변 장애가 있는 10세 딸과 함께 숨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는 이런 비극을 막으려는 단체다. 2003년 출범 이래 ‘장애인과 그 가족의 인간다운 삶’을 목표로 다양한 의제를 던졌다. 총선을 앞두고 정당에 배포할 발달장애인 보호 정책 제안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책 제안서는 2개 법률 전부 개정안과 12개 관련 정책을 담았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개정해 장애인 기본권 보장을 명시화하는 게 골자다.

백선영 조직국장은 “현행법으로는 장애 등록연령에 해당하지 않는 6세 미만 영유아나 중복장애인을 지원체계에 편입시키지 못한다”며 “이 같은 사각지대를 없애고 장애 당사자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 행동지원센터 설치 ▲ 주거생활서비스 도입 ▲ 주간활동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가족이 담당하던 돌봄·의사결정 지원을 정부가 분담하도록 제안했다. 부모연대 조사에 따르면 전체 발달장애인 중 88.2%가 56세까지 부모의 돌봄을 받으며 생활하는데, 부담을 정부가 덜어줘야 한다는 취지다.

교육권 확대를 위한 정책도 실었다. 특수교육법 개정을 통해 특수교육 대상자 조기 발견 및 통합교육 여건을 개선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 특수학급 정원 축소 ▲ 통합학급 협력지원교사·행동중재 전담교사 배치 등의 정책을 넣었다.

이 밖에도 ▲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확충 ▲ 공공어린이 재활병원 설치 및 확대 ▲ 발달장애인 건강검진 사업 실시 등 의료 지원 ▲ 자기주도급여형 일자리 마련 ▲ 발달장애인 산업현장 실습 지원 등 일자리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 부모연대의 정책 제안서에 담긴 12개 정책
▲ 부모연대의 정책 제안서에 담긴 12개 정책

부모연대는 정책 제안서를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녹색정의당·개혁신당 등 주요 정당에 배포하고 정책 협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3월부터 지역자치단체 및 교육청과의 간담회도 하기로 했다.

부모연대는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는 집회를 매주 화요일마다 여는 중이다. 71회 집회는 2월 20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에서 열렸다. 경남·전북·충남·충북 등 전국 각지에서 활동가 40여 명이 모였다.

발언자로 나선 임영화 활동가(62)는 지적 장애를 가진 24세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작은 목소리라도 보태고자 경남 합천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정부가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도울 실질적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참석자 발언이 끝날 때마다 모두가 “투쟁!”이라고 외쳤다. 집회가 끝난 뒤 박미향 활동가(50)는 “이렇게 여럿이 모여 목소리를 내면 힘을 얻는다”며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살기 좋은 세상이 오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집회장에서 만난 윤종술 회장은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과 법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더 활발히 활동할 것”이라며 “국민이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부실한 제도 개선에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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