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전기는 1킬로와트시당(kWh) 52원이면 살 수 있어요. 그런데 태양광 전기의 가격은 5배가 넘어요. 왜 그렇게 비싸게 전기를 써야 하죠?”

원자력지지시민단체협의회(이하 원지협)의 조기양 공동대표가 2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의 대회의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총선 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범국민 대회에 참석을 마친 뒤였다.

원지협은 사실과과학네트웍, 에너지와 여성, 에너지의미래를생각하는법률가포럼 등 14개의 시민단체가 연대하는 모임이다.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는 단체가 작년 2월에 만들었다.

활동 이유를 물었더니 조 대표는 “원자력발전소에서 풍부하고 싼 전기를 얻을 수 있다”라며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킬로와트시당 전력 정산단가(도매가격)는 원자력이 약 52원, 신재생 에너지가 약 204원이다.

원자력계가 직면한 시급한 과제는 방사성 준위가 높은 사용후핵연료 처분.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원자로 부지 내의 습식저장소는 2030년부터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고준위 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중간저장시설 및 영구처분시설 건설의 세세한 절차를 담았다. 고준위 방폐장의 부지 선정 절차부터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한 유치지역 지원 방안을 포함한다.

원지협은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해 원전 가동이 중단될 상황을 우려했다. 원지협의 안호현 공동대표는 방사성폐기물 처리문제에 대해 “원자력 사업을 계속해나가는 데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에 원지협은 작년 3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준위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 원자력지지시민단체협의회의 2023년 기자회견(출처=사실과과학네트웍)
▲ 원자력지지시민단체협의회의 2023년 기자회견(출처=사실과과학네트웍)

구체적으로는 ▲ 고준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 ▲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의미 없는 논란 반복 중단 ▲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을 이념 논쟁이나 사회 분란으로 끌고 가려는 불순세력 배척 ▲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과 운영에서의 옥상옥 기구나 중복 규제 배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2021년 발의된 3건의 고준위 특별법은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됐다. 저장시설 용량을 두고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탓이다.

방사성폐기물 수용용량의 기준에 대해 국민의힘은 원전을 운영하는 동안의 발생량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전 설계수명 동안의 발생량을 고수했다. 야당 기준은 원전을 정해진 수명까지만 운영하자는 뜻을 내포한다.

21대 국회의 임기가 다해가는 시점까지 법이 통과되지 않자 조기양 대표가 추가 행동에 나섰다. 그는 2월 19일부터 이틀 동안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조 대표는 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날(29일)에 통과되지 않아 22대 국회로 넘어가는 상황을 염려했다. “총선 전에 제정이 되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국회의원이 새로 뽑혔으니까 그 사람들이 또 새로 검토해야 한다. 그게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른다.”

최낙일 한수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연료를 저장할 공간이 없으면 발전소 가동을 멈춰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주민 박영래 씨(65)는 월성원전 인근에 산다. 그는 “이번에 통과가 되지 않으면 5월에 다시 법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그거는 확실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지역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총선 전에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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