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은 2월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2대 국회가 달성해야 할 10대 성소수자 인권 과제’를 발표했다.

내용은 ▲ 성적지향ᐧ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 혼인평등법 등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마련 ▲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6 폐지 등이다.

국회의 입법 활동이 필요한 과제로는 ▲ 의료적 조치 없이 성별 변경을 가능하게 하는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 제정 ▲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인이 콘돔 없이 성관계하면 처벌하는 전파매개행위 금지조항 폐지를 제안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무지개행동의 지오 활동가(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성소수자 인권을 사회에 선언해 평등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 국회를 바로 세울 단초”라고 주장했다.

무지개행동에는 44개 성소수자 인권단체(2023년 기준)가 참여한다. 전신은 2007년 11월 발족한 성소수자차별저지긴급행동. 법무부가 국내 최초의 차별금지법을 예고하자 일부 개신교 단체가 항의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함한 7개 차별금지 사유를 삭제하고 법안을 발의하려 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모였다. 7개 항목을 삭제한 법안이 그해 12월 발의됐지만 제17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지됐다. 이후 상설 연대의 필요성을 느껴 16개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무지개행동을 2008년 5월 만들었다.

▲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기자회견
▲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기자회견

무지개행동은 2012년 대선부터 선거마다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과제를 정당에 전달했다. 이번에도 정당에 질의서를 보내 정책 협약을 제안했다.

박한희 무지개행동 집행위원(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은 “그간 진보정당이라고 불리는 녹색당, 정의당, 노동당이 적극적이고, 민주당은 일부는 어렵지만 일부는 하겠다고 답이 왔었다”며 “이번에도 진보당, 노동당과는 조만간 정책 협약식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21대 국회에 대해 “성소수자 관련된 입법 논의가 있었지만 공청회나 본격적인 논의로 나아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21대 국회에서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박주민 권인숙 의원 각각 대표발의한 4건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장혜영 의원은 동성 간 혼인을 허용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혼인평등법을 국내 처음으로 2023년 5월 대표발의했지만, 이 법은 법사위 상정도 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평등에 관한 국민인식조사’(2022년)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67.4%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2023년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는 국민은 40%였다. 51%는 반대했고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그는 “항상 대선이 있어서 부담된다, 총선이 있어 기다려 달라고 하지만 2~3년마다 선거가 있는 실정에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10대 과제가 10년 넘도록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

▲ 박한희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 박한희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무지개행동은 혼인평등법 제정을 위해 혼인평등연대와 함께 ‘모두의 결혼’ 캠페인을 2023년 6월 출범했다. 동성혼 법제화에 찬성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해 3월 31일까지 받은 서명을 총선 후보에게, 5월 30일까지 받은 서명은 22대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장서연 무지개행동 활동가(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혼인평등법이 결혼을 원하는 성소수자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할 뿐 아니라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률 감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동성혼을 합법화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개 국가의 청소년 자살률이 17.9%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근거다.

그는 “오랜 기간 동거한 동성 커플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해 사망하자 원가족이 상속을 거부하고 오히려 절도로 배우자를 고소한 사건을 지원했다”며 “동성혼 법제화의 필요성을 알리고, 제22대 국회에서 법안이 다시 발의되고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총선을 앞둔 무지개행동 활동의 목표는 유권자를 위한 정보 제공. 박 집행위원은 “정당에 질의한 10대 과제에 대한 답변을 근거로 성소수자 인권에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혐오 없는 선거 만들기 캠페인도 병행한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의 혐오 발언을 모니터링하고, 투표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소수자 인권침해 대응 방안을 담은 안내 자료를 공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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