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농지 면적이 2012~2022년에 20만ha 줄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290ha)의 69배 정도. 농촌인구 구조도 불안정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촌 고령화율은 2022년 25%로 이미 초고령사회다. 인구 역시 꾸준히 감소할 전망이다.

위기를 맞은 농촌과 농업, 먹거리 문제에 목소리를 내려고 10개 단체가 모였다. 환경농업먹거리농정대전환공동정책단(공동정책단). ‘국민에게 행복을! 농촌농민에게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23년 11월 출범했다.

참여 단체는 GMO반대전국행동,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전국먹거리연대, 지속가능밥상포럼, 지역재단, 한살림연합,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환경농업단체연합회, 희망먹거리네트워크다.

기자는 1월 16일 서울 강남구 한살림연합 서울사무소 1층 회의실에서 권종탁 전국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환경농업단체연합회 사무총장)과 김인규 지역재단 홍보팀장을 만났다. 권 위원장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환경농업과 먹거리 정책을 재배열하고 정당에 공약으로 제안하기 위해 모였다”라고 출범 이유를 설명했다.

▲ 권종탁 전국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왼쪽)·김인규 지역재단 홍보팀장
▲ 권종탁 전국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왼쪽)·김인규 지역재단 홍보팀장

공동정책단이 관심을 두는 의제는 먹거리·농촌·농업 등 세 분야로 나뉜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안할 정책을 정리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공동정책 토론회를 3회 열었다.

1차 토론회(12월 14일)에서는 먹거리 정책, 2차와 3차 토론회(12월 21일)에서는 농업과 농촌 정책을 논의했다. 이후 1월 11일 종합정리 회의를 거쳐 공동정책 ‘3대 목표 12대 과제’를 도출했다. 세부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는 2월 14일 발표했다.

정책 3대 목표는 ▲ 국민 먹거리 보장과 돌봄 ▲ 지속 가능한 농업체계 구축 ▲ 순환과 공생의 농촌 실현이다. 이를 실현하려고 12대 과제를 만들었다.

국민 먹거리 보장과 돌봄과 관련해서는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 생애주기별 먹거리 돌봄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 3대 곡물(쌀·밀·콩) 7대 밭작물(배추·고추·무·마늘·양파·대파·당근) 자급률 확대 ▲ 농민가공 활성화 지원 법률 제정 ▲ GMO 완전표시제 도입 ▲ 농식품바우처사업 전면 실시를 요구했다.

또 ▲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와 초등돌봄 과일간식 전면 재개 ▲ 취약계층 먹거리 긴급 돌봄 지원 법률 제정 ▲ 시·군·구 거점 공동체식당 설치 ▲ 공공급식 공적조달 확대 ▲ 지자체 급식 사업 국가사무 전환 등을 제시했다.

먹거리 기본법은 제21대 국회에 3건이 계류 중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이원택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1건씩 발의했다. 21대 국회 임기가 5월 29일 끝나면 계류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권 위원장은 “1월에 국회에서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2월에는 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과 간담회도 했다”라며 “이번 국회 안에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농업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으로는 ▲ 농업재해대책법 및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 ▲ 식량주권 특별법 제정 ▲ 농업의 친환경·생태 전환을 위한 기술 지원 ▲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 농산물 생산비안정제 도입 ▲ 공익적 직접지불제 확대를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순환과 공생의 농촌 실현이다. 권 위원장은 “아시다시피 지금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농촌 지역에 인프라가 부족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본적인 인프라 보장을 위한 정책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 내용은 ▲ 월 30만원 이상의 농어촌기본소득 지급 ▲ 의료·교육·주거·교통 등 농어촌 사회서비스 보장체계 확충 ▲ 농어촌 살리기 부처간 위원회 설치 ▲ 농촌재생뉴딜 프로젝트 실시 ▲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한 읍·면·동 주민자치제 실시 등이다.

▲ 공동정책단 3대 목표 12대 과제
▲ 공동정책단 3대 목표 12대 과제

정책에 우선순위가 있냐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팀장은 “농촌, 농업, 먹거리는 하나의 서클 안에서 같이 돌아가야 한다. 공동정책단 참여 단체는 이를 지속가능하게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평소에도 고민했다. 집약한 내용으로 봐주시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농업·먹거리 단체는 선거 때마다 정책을 제안했다. 실제로 반영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김 팀장은 “이번에도 공동정책단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요구하는 내용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며 “농촌 문제가 정치권에서 비관심 분야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 22대 국회 농정대전환 공동정책 협약식(위)과 농정대전환 공동정책 토론회
▲ 22대 국회 농정대전환 공동정책 협약식(위)과 농정대전환 공동정책 토론회

공동정책단은 2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녹색정의당 김찬희 대표,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이원택 위원장, 새진보연합 오준호 정책본부장,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와 ‘22대 국회 농정대전환 공동정책 협약’을 체결했다.

양옥희 전국먹거리연대 상임대표와 김영향 환경농업단체연합회 공동회장이 정당에 3대 목표 12대 과제를 전달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살림서서울생협 김효진 이사장은 “농촌, 농정에 관해서 다 같이 힘을 모은다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 정책을 펼칠 때는 힘을 잃는 경우가 많다”라며 “정당에 상관없이 농정을 제대로 펼치고 생명농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열린 ‘농정대전환 공동정책 토론회’에서는 정책제안에 대한 정당별 입장과 정책 방향성을 논의했다. 허헌중 전국먹거리연대 공동대표(지역재단 이사장)는 “22대 국회는 개원과 동시에 농해수위 등 주요 상임위와 제 정당,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상시 연대회의를 구성해 농업과 먹거리 의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장으로 참석한 김호 단국대 교수(환경자원경제학과)는 “기후위기, 농업위기 등 다중위기 시대에는 국가 책임의 농정이 중요하다”면서도 “정책은 농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고 농민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중심으로 수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동정책단은 3대 목표 12대 과제를 실제 정책으로 견인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농업·농민 단체가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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