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이 문제라고 하기 전에 태어난 아이들부터 책임져야죠. 지금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세상이에요.”

2월 1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난 손민희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활동가(41)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는 칸나희망서포터즈 사무국장. 양육비를 받지 못한 아동을 돕는 단체다. 피켓에는 ‘아동 살리는 민생법안 양육비 이행법 개정하라’는 문구가 보였다.

국회 앞에 모인 양해연 회원은 3명. 시위는 1월 23일 시작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열릴 때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이영 양해연 대표는 한부모 가정의 부모가 일과 소송을 병행하느라 시위 참여자가 보통 5명이라고 했다.

▲ 고승진 씨가 국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고승진 씨가 국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고승진 씨(45)는 경기 남양주시의 백화점에서 일한다. 18살 아이를 혼자 키운다. 아이가 5살일 때부터 소송을 하는 중. 받을 양육비는 한 달에 50만 원. 14년 치가 쌓여 이제는 8000만 원이 넘는다. 아이가 어렸을 때 과자를 사달라고 해도 사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고 씨는 한부모 기준을 아냐고 물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1명인 가정 아니냐고 기자가 대답했더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한부모로 인정받으려면 최저 생계비 이상으로 벌면 안 되고 차도 몇cc 이상 있으면 안 되고 집도 있으면 안 된다.”

한부모 가정으로 인정받으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만 18세 미만의 자녀를 부모 중에서 1명이 키워야 하고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 63% 이하여야 한다. 2인 가구 기준 월 소득(약 232만 원)보다 적어야 한다. 소득에는 근로 소득뿐 아니라 차량, 주택 등 재산소득이 포함된다.

양해연 회원들은 국가 지원금보다 양육자의 채무 이행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는 “아이 양육의 제일 첫 번째 부양 책임자는 국가가 아닌 부모”라며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안정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한부모 가구는 149만 4000여 명이었다, 2021년 기준으로 최근 1년 동안 양육비를 받지 못한 가구는 95.6%였다. 양해연은 밀린 양육비를 받아내고자 2018년 9월 11일 결성됐다. 1월 23일 시위를 시작한 건 그날 예정된 여가위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양육비 미지급에 관해 법안 28건이 발의됐다. 그중 27건이 여가위에 계류 중이다.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양육비지원법)’만 2021년 7월 12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 대표는 “하루빨리 여가위가 열려 시급한 법안들을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해연은 감치 조건의 삭제와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독립을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육비 지원법에 따르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의 출국 금지, 명단 공개 등 제재를 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이 조치를 위해선 소송을 통해 감치를 인용 받아야 한다.

문제는 가정법원의 감치 인용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평균 2~3년간 소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치 인용을 받을 가능성도 낮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2022년 5월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감치 명령 신청은 381건인데 인용 건수는 42건(11%)이었다. 손 활동가는 “감치라는 못 넘는 산을 제재 조치 전에 만들어놨다”며 “감치 조건을 삭제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양육비 소송 절차를 돕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의 산하 기관으로 예산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전주원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은 “직접 소송을 하는 변호사는 5명인데 작년에 인당 270건을 처리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양육비이행관리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사건을 위탁한다. 2021년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위탁받은 소송 건수는 전체 5528건 중 3986건(71%). 하지만 공단은 다른 업무까지 처리하므로 소송 효율이 떨어진다. 전 원장은 “양육비를 못 받은 부모가 공단에 위탁 보내지 말고 제발 관리원에서 처리해달라는 말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1대 국회가 끝나는 날까지 양육비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마음이 너무 절박하다”라고 말했다. 손 활동가는 양육비가 아이의 생존권 문제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부모가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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