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차별금지법)은 한국 사회의 차별을 예방·철폐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최초 시안은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이었고, 법무부가 같은 해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정부와 국회의 지지부진한 태도를 비판하며 시민사회 목소리를 모았다. 2007년 ‘반차별공동행동’으로 시작해 2011년 차제연으로 이름을 바꾸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촉구했다.

차제연에는 167개 단체(2023년 8월 기준)가 함께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광범위한 시민사회의 연대.

차제연의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속 활동가다. 그는 “인권 보호는 국가 책무지만 시민사회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모여 차제연이 출범했다고 말했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

차별금지법은 2013년 19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지만 반발 역시 적지 않아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차제연 활동은 한동안 멈췄다. 재출범은 2017년 3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였다.

장 위원장은 차제연 재출범이 평등 실현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였다고 덧붙였다. “무도한 권력을 몰아낸 그 자리에 우리가 새로 세워야 하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했을 때, 그 자리는 평등의 자리라는 점에 동의하는 단위들이 모여서 재출범을 했죠.”

차별금지법은 20대 국회에선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선 장혜영 의원(녹색정의당) 발의를 시작으로 관련 법안 4건이 나왔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계류됐다.

총선을 앞두고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물었더니 몽(활동명) 공동집행위원장은 국회가 불필요한 정쟁에 몰입하지 않길 바란다고 답했다. 몽 위원장은 인권운동사랑방 소속 활동가다.

그는 차별금지법 앞에 붙는 ‘포괄’이라는 단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에는 차별 사유 20개와 차별이 벌어지는 영역 4개가 나온다. 개별법으로 해결하려면 산술적으로 80개의 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내용을 담은 법을 제정하면 차별을 더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본다.

장 위원장 역시 국회의 적극성을 요구했다. 그는 공청회를 열어도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법 제정은 차후 문제더라도 (차별금지법에 관한) 토론 자체를 회피하는 건 굉장히 민주적이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아주 격렬하다. 특히 보수 개신교를 필두로 법안 발의를 좌절시키는 힘이 조직적이고 막강하다. 17년째 입법에 실패했던 이유다.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두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의 의의를 재차 강조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총선을 앞둔 2~3월은 차제연에게 가장 바쁜 시기. 새 국회 출범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에 다시 나설 계획이다.

▲ 몽 공동집행위원장이 2024 체제전환운동포럼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출처=2024 체제전환운동포럼)
▲ 몽 공동집행위원장이 2024 체제전환운동포럼에 발제자로 참석했다. (출처=2024 체제전환운동포럼)

2월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2024 국회의원 선거 10대 성소수자 인권과제 발표 기자회견’에는 지오(활동명) 공동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2월 1~3일 열린 ‘2024 체제전환운동포럼’에도 지오, 몽 위원장이 발제자로 참석해 정치 체제의 대안을 논의했다.

170개에 육박하는 단체 모임이다 보니 수많은 사회 문제에 함께 행동한다. 그러나 시민사회 안에서 연대하는 걸 넘어서 국회를 두드리는 일도 포기하지 않는다.

몽 위원장은 22대 국회는 시민이 처한 고통과 어려움을 깨달아야 한다며 “차별금지법(제정)이 당신들(국회의원)의 역할이라는 걸 재정립시키는 게 차제연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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