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여성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고 여성들이 가시화될 수 있는 활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의 양이현경 공동대표는 1월 30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나 ‘어퍼’ 설립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여성·성평등 정책이 퇴행하고 정책에서 여성과 성평등이라는 용어 자체가 삭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연은 제22대 국회에 여성 유권자 목소리를 반영하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어퍼를 기획했다. 어퍼는 성차별 사회를 뒤집어 ‘엎어’라는 뜻과 영어 ‘Upper’로 모두의 평등한 삶의 질을 높이자는 의미를 담았다.

여연 지부와 시민단체에 활동 제안서를 보냈더니 146개 단체가 참여했다. 어퍼는 지난해 12월 12일 국회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 어퍼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출처=어퍼)
▲ 어퍼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출처=어퍼)

어퍼에 참여한 여성환경연대 안현진 팀장은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를 비롯해 여성·성평등 정책의 예산 통폐합과 축소 등으로 인한 여성·성평등 정책의 후퇴를 막고자 한다”라고 취지를 말했다.

여연은 1년 전부터 어퍼 활동을 기획했다. 6개월 전부터는 17개 주요 단체와 회의를 해서 정당과 후보 공약에 중점적으로 반영할 핵심과제를 정했다. 토론회에 정당 관계자를 초청해 핵심과제에 대해 의견을 구하고 정당이 여성·성평등 정책을 어떻게 다룰 예정인지 질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다양한 단체가 모인 만큼 어퍼가 제시하는 정책 과제는 포괄적이다. 여성과 성평등을 기반으로 환경, 장애, 소수자, 노동, 이주자 등의 분야를 같이 다룬다.

핵심과제는 6개 영역의 24가지다. 영역은 △ 돌봄·기후 정의 실현 △ 평등한 시민적 삶 보장 △ 모두가 평등하게 일할 권리 △ 젠더폭력 없는 존엄한 일상과 권리 △ 모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 평등하고 정의로운 젠더관계를 위한 사회문화 조성이 있다.

돌봄·기후 정의 실현 영역에서는 △ 돌봄권 확보의 시작: 주 35시간제 도입 △ 성평등한 기후정책 수립을 제시했다.

토론회에서 관련 정책을 제안한 여성환경연대 안 팀장은 “젠더와 기후위기 문제는 더 이상 한국 정치에서 일부의 과제가 아니다. 개발과 성장 중심이 아닌,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는 선거 공약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평등한 시민적 삶 보장 영역에서 제시한 핵심과제는 9가지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 국가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 ‘여성가족부’ 유지·강화 등 성평등추친체계 강화 △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 다양한 가족·공동체를 포괄하는 법제도 마련 등이 포함된다.

모두가 평등하게 일할 권리 영역에서는 △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 확보 △ 성평등 공시제 법제화를 제시했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젠더관계를 위한 사회문화 조성 영역에서는 △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공성 보장 △ 힘을 통한 평화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 구축을 제시했다.

참여 단체인 서울여성노동자회 신상아 회장은 “성차별은 없다는 왜곡된 인식에 여성 노동자의 설 자리가 축소되고 있다”라며 “어퍼 활동을 통해 현실을 알리고 성평등한 조직을 만드는 정책이 각 정당에 반영되도록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어퍼는 핵심과제를 바탕으로 정책제안서를 정당에 보내 총선 공약에 반영하도록 요구했다. 질의서는 원내정당을 중심으로 보내지만, 녹색당 등 일부 원외 정당에도 보낸다. 답변은 어퍼 홈페이지와 SNS에 게시해 시민과 공유할 예정이다.

양 공동대표는 “상당 부분 공약에 반영하는 정당도 있고 답이 오지 않는 정당도 있다. 여성단체의 압박과 요구를 반영해 남녀교호순번제가 만들어졌듯이 질의서를 통한 의견 전달도 정당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주요 활동은 시민의 관심과 지지를 모으는 일이다. 어퍼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홍보한다. 뉴스레터와 카드뉴스를 제작해 홈페이지와 SNS에 게시하고 카카오톡 채널도 운영한다.

총선 후보가 확정되면 여연 지부 사무실을 이용해 지역의 여성 유권자를 만나려 한다. 정치 뉴스나 어퍼 정책 자료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구 후보와 질의응답을 할 예정이다.

3월에는 ‘어퍼 대행진’을 한다.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부스를 설치한다. 어퍼가 준비하는 가장 큰 규모의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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