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반영이 안 됐으니까 이런 시민운동이 계속 있는 거 아니겠어요? 국민 눈높이가 높아지고 21대 국회는 정쟁이 너무 심하고, 패거리 정치가 심하다 보니까 그런 공론(총선 관련 시민운동)이 유권자한테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봅니다.”

1월 25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김송원 조직위원장이 자격미달 현역의원 컷오프(공천배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이에 앞서 1월 17일 경실련은 현역 의원을 자체 검증해 ‘공천 배제’와 ‘철저한 검증’를 요구할 106명 명단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의원 52명(배제 19명, 검증 33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54명(배제 15명, 검증 39명)이다.

검증 기준은 ▲ 대표발의 건수 ▲ 본회의 결석률 ▲ 상임위 결석률 ▲ 사회적 물의 ▲ 의정활동 기간 부동산 과다 매입 ▲ 불성실한 의정활동이 의심되는 상장주식 과다 보유 ▲ 과거 전과 경력 ▲ 반개혁 입법 등 8개다.

경실련은 검증 결과를 정당에 전달했다.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을 77일 앞둔 시점이었다.

기자회견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30분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렸다. 영하 6.7도의 날씨. 경실련 관계자 15명은 “자질 의심 의원 철저 검증하고 검증 결과 공개하라”, “의원 평가 자료, 공천 심사 자료 투명하게 공개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 경실련 관계자들이 ‘자질미달 및 의심 의원 명단’을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하고 있다.
▲ 경실련 관계자들이 ‘자질미달 및 의심 의원 명단’을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은 2000년 시작됐다. 16대 총선 당시 시민단체 412곳이 참여한 ‘총선시민연대’가 낙천 대상자 86명을 발표했다. 대상자의 68.6%(59명)가 떨어지는 등 파급력이 컸다.

경실련은 총선시민연대와 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합법 운동’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당시 낙선운동은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있었다. 경실련의 서휘원 정치입법팀장은 “저희는 (합법 운동을 지향한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 후보자 정보 공개 운동이란 걸 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공직선거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과 법원 판례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2022년 7월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집회나 모임을 선거운동 기간에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았다.

그 영향으로 20대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인 ‘총선넷’ 관계자들도 지난해 11월 25일 재심에서 확성장치 사용 금지조항 위반을 제외하고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합법적인 낙천운동은 여전히 까다롭다. 명단을 발표하면서 종이 출력물로 배포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온라인에 올리는 건 가능한 식이다. 서 팀장은 “해석에 따라 법에 걸릴 수도 있고 안 걸릴 수도 있는 조항이 너무 많아서 선관위에 일일이 묻고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 경실련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경실련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경실련의 낙천·낙선운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1대 총선 때는 낙선운동을 했다. 당시 내부 합의가 어려웠고 준비 기간이 짧았다.

검증 기준도 '반개혁 법안'에 대한 찬반 성향과 국회 본회의 출석률 및 법안 발의 건수, 후보자의 부동산 재산, 전과 및 막말 논란을 두루 고려했다고 했을 뿐 명확하지 않았다. 결국 총선을 6일 앞둔 4월 9일에야 대상자를 발표했다. 파급력이 적었던 이유다.

그때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낙천 대상자를 선발하기 위한 정당 징계안 심사 기록, 부동산 보유 내역 등 자료 검토는 2022년 8월부터 시작했고, 작년 9월에는 제22대 총선 유권자운동본부를 출범했다.

지난해 11월 28일에는 자질 의심 현역 의원의 22명 명단을 발표해 의원실 반박과 해명도 받았다. 이에 따라 발의 건수가 저조하다고 명단에 올랐던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에 대해서는 조사 기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당 전달 문서에 반영했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다양한 단체가 자체 원칙에 따라 후보를 정할 기준을 제시한다는 차원에서 (선거 관련 시민단체 운동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정당 공천이 끝나면 명단에 있던 의원이 포함됐는지를 점검할 예정이다. 현재는 참여연대 주도의 총선랩에 참여해 경제 부문 낙천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는 중이다.

시민단체 차원의 낙천운동에 대해 김 교수는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단체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시민사회 활동가나 엘리트 중심이 아니라 시민을 시민단체에 끌어들여 활동하게 하려는 노력을 더 활발히 하고, 유권자 스스로 그런 기준을 정하게 하는 등 내부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이나 신뢰성, 민주주의를 좀 더 보강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