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을 방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들, 특권의식 없는 분들만을 국민들께 제시하겠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이 2023년 12월 26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하면서 했던 말이다. 그는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인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천 조건으로 내걸었다.

다음 날인 12월 27일, 국민의힘 총선 출마 예정자 14명이 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밝히면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동 선언했다. 이들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은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껏 국회의원은 공직을 방탄 수단으로 생각했는가? 특권의식에 젖었던가? 상식적이지 않은 특권을 누렸는가?

<스토리오브서울>은 국회의원 특권을 체계적으로 보도하려고 특별취재팀을 구성했다. 제대로 알아야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토론할 수 있어서다. 특권이 무엇인지를 조사하고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알아보고자 한다.

▲ 장기표 대표가 사무실 현수막 앞에 서 있는 모습
▲ 장기표 대표가 사무실 현수막 앞에 서 있는 모습

취재팀은 2023년 12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산정빌딩 4층에 있는 장기표 특권폐지당(가칭) 사무실에서 창당준비위원회 장기표 대표를 만났다. 그는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 특권폐지운동본부를 조직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

가장 먼저 폐지할 특권을 묻자, 장 대표는 목소리를 높이며 나열했다. 국회의원 보좌진에 대한 언급이 눈길을 끌었다.

“보좌관을 정식으로 9명까지 쓸 수 있어요. 국회에는 국회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가 있습니다. 거기에 박사들 다 있는데 굳이 보좌진이 많을 필요가 없어요.”

국어사전은 보좌진을 ‘상관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무리’를 지칭한다고 설명한다. ‘도와준다’는 범위에는 다양한 일이 포함되지만, 법안을 만드는 일을 돕는 게 존재 이유가 돼야 한다고 장 대표는 주장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일에 보좌진을 투입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보좌진이 뭐 하느냐, 선거 운동하는 거야. 보좌진 7명 중에 2명 정도는 지역구에 일상적으로 가서….”

장 대표는 보좌진 숫자가 외국보다 지나치게 많다고 본다. 입법 활동 외에 의원의 선거나 사익 관련한 일을 보좌진이 해서 문제라는 얘기.

▲ 장기표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장기표 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취재팀은 의원 보좌진과 관련한 내용을 ① 숫자와 수당 ② 구성과 업무 ③ 채용 관련 규정과 현실의 순서로 살펴보려고 한다. 국회의장 직속 기구였던 ‘국회의원특권내려놓기추진위원회’가 2016년 공개한 보고서를 참고했다.

한국에서 의원은 유급 보좌진 9명을 둘 수 있다.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좌관(4급 상당) 2명, 선임비서관(5급 상당) 2명, 비서관(6~9급 1명씩) 4명이다. 여기에 ‘국회인턴제 운영 지침’에 따라 인턴 1명이 가능하다.

또 보좌진에 포함되지 않지만 입법보조원을 2명까지 더 둘 수 있으니 최대 11명까지다. 보좌진은 별정직 공무원이라서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봉급을 받는다. 보좌관 4급 21호봉, 선임비서관 5급 24호봉 등 액수가 구체적이다.

이렇게 따졌을 때 의원 1명이 고용하는 8명(4~9급)의 연봉을 합하면 3억 7748만 원이 나온다. 명절 휴가비 등을 제외한 액수.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계산하면 보좌진 봉급으로 연간 1000억 이상이 드는 셈이다.

▲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른 국회 보좌진 월봉급액
▲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른 국회 보좌진 월봉급액

해외는 어떨까. 국회입법조사처가 2013년 발간한 보고서(주요국 의회의 의원에 대한 지원제도)와 추가 취재를 바탕으로 비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보좌진 임용과 관련한 규정이 ‘연방법’과 ‘하원의사규칙’에 나온다. 하원의원은 국회와 지역구 사무실에서 일하는 상근 보좌진을 18명까지 고용할 수 있다. 추가로 4명의 시간제 비서나 인턴을 고용할 수 있다.

보좌진 급여는 보좌진 수당에서 지급한다. 2012년을 기준으로 의원 1명의 보좌진이 받을 수 있는 봉급은 연간 약 16억 2387만 원, 한 달에 1억 3500만 원이다. 이 안에서 의원이 보좌진 숫자나 직급에 따라 보수를 정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보좌진 연봉이 어느 기준을 초과할 수 없다는 ‘하원의장의 보수지급명령(Speaker's Pay Order)’이 있다는 점이다. 2012년을 기준으로 보좌진의 연봉상한액은 16만 8411달러(약 1억 8913만 원)이다. 보좌진을 공무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점도 한국과 다르다.

일본에서는 ‘국회법’에 따라 의원 1명 당 비서 2명을 둔다. 이외에 정책 수립이나 입법 활동을 보좌하는 비서를 1명 더 둘 수 있다. 따라서 정책비서, 공설 제1비서, 공설 제2비서로 불리는 보좌진 3명이 특별직 국가공무원 신분으로 근무한다. 의원 대부분은 사설 비서를 별도로 둔다.

‘국회의원 비서의 급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 보좌진은 한국처럼 급수와 호봉에 따라 월 26만 7500엔(약 286만 원)부터 54만 4800엔(약 582만 원)까지 받는다.

▲ 국가별 보좌진 비교
▲ 국가별 보좌진 비교

독일은 미국처럼 보좌진 수당을 의원에게 준다. 2016년 기준으로 매달 1만 9913유로(약 2998만 원) 범위에서 필요 인력을 알아서 충원한다. 업무 범위와 역할, 인원 모두 의원 재량이다. 보좌진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점을 ‘의원법’에 명시했다.

한국은 보좌진을 공무원으로 인정하고 급수와 호봉에 따라 봉급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하다. 보좌진 숫자는 일본보다 3배 많았다. 일본의 경우 3명 외에 더 필요하다면 의원이 사설 비서와 직접 계약하는데, 이들은 공무원이 아니다.

보좌진 유지비는 미국을 제외하면 다른 국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미국은 보좌진을 최대 22명까지 둘 수 있어서 비용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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