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시간이 자유롭고 (언제든 제가) 원할 때 할 수 있어서 관심이 갔어요. 혼자 하니까 스트레스도 덜 받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 같고요.”

1월 3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청소연구소’ 상설 교육장. 50, 60대 수강생 사이로 젊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프리랜서 연극 강사인 31살 박주현 씨. 방학 기간에 부업으로 청소일을 하려고 이곳을 찾았다. 유튜브에서 업체 후기를 보고 왔다.

필수 사전교육을 받고 하루 최대 4시간, 주 3~4회 일할 계획을 세웠다. 박 씨는 “(청소에 대해) 이질감은 크게 없다. 요즘은 일을 (전문적으로) 배워서 자기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박 씨처럼 청소일로 돈을 버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이날 ‘청소연구소’의 사전교육에는 20명이 참석했다. 이중 3명은 30대다. 청소연구소는 30세 이상으로 청소매니저 연령을 제한했다. 20대는 가사노동 경험이 적어서 고객이 신뢰하기 어려워해서다.

지원 공고에 자격 요건이 나오지만 일하고 싶다며 문의하는 20대가 늘었다. 청소연구소에서 일하는 청소매니저는 약 12만 명. 30대가 8%로 2019년 5%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 청소 매니저 교육에서 30대 수강생이 옷을 개는 실습을 하고 있다.
▲ 청소 매니저 교육에서 30대 수강생이 옷을 개는 실습을 하고 있다.

이날 만난 청년들은 가사서비스를 중장년층이 하거나 고된 육체노동이 필요한 일로 여기지 않고, 업무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일로 인식했다. 청소연구소 등 생활 서비스 제공 앱은 고객이 입력한 근무 시간과 장소를 보고 자신이 원하는 업무를 선택할 수 있다.

최근 직장을 그만뒀다는 정 모 씨(36)는 풀타임이 어렵고, 근무 시간이 자유롭다고 해서 찾았다. “원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했는데, 거기서도 청소나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나. (요즘 청년은) 사무직이 아니라고 해서 거리낌을 느끼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맨 뒷자리에 앉은 봉명란 씨(36)는 “평소 정리 정돈이 취미라 관련 전문 자격증을 딸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과 우울증을 겪었다는데, 5시간의 교육 내내 강사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을 했다.

“젊은 사람들이 사람 만나고 치이다 보면 우울증도 많이 걸리는데, 청소는 혼자 할 수 있지 않냐. 엄마 세대 분들이 하는 일이란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교육을 담당한 김미연 씨는 “예전엔 (교육장에 들어올 때) ‘나만 어린가?’하고 고개 숙이고 들어오는 분이 많았는데, 지금은 당당하게 들어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했다.

청년이 청소일에 관심을 가지는 데는 코로나 영향도 컸다. 팬데믹을 겪으며 경제적 어려움에 부수입을 찾으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청소일을 부업으로 삼는 이들이 생겼다.

청소연구소의 송유나 마케팅 팀장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여행 관련 산업에 종사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수강생 봉 씨도 “남편이 자영업자라 코로나 이후 좀 힘들었다. 아들이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데 부업으로 아이 학원비라도 벌 생각”이라고 했다.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파트너 등 플랫폼 일자리에 익숙해진 영향도 크다. 과거에는 소개를 통해 알음알음 배정되던 업무를 앱으로 선택하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강사 김미연 씨는 “배달 같은 플랫폼 산업이 발달하면서 찾는 분이 늘어난 것 같다. 언제든 주말에도 원하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걸 크게 느낀다”라고 말했다.

강사 김주아 씨도 “보통 30명 내외가 교육을 듣는데, 그중 4~5명은 30대”라며 “취업준비생이나 아기 엄마도 많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으니 아기를 키우면서 가까운 동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부)는 “요즘은 투잡, 쓰리잡이 일반화되고 오히려 격려되는 시대”라며 “MZ세대는 나를 위해 일하는 세대다. 자기의 성장, 소득이 중요하지 차별, 편견 같은 데 신경 쓰는 게 부질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 교수는 “AI혁명 시대에는 오히려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가 AI에 대체된다. 청소 같은 일은 AI가 하기 어렵지 않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블루칼라 임금은 더 보전되고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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