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움큼씩 싣고 와요. 아기 자동차 같은 거나 자전거로 싣고 오기도 하고…. 빈 수거기를 찾아서 멀리서도 오던걸?”

12월 5일 낮 12시 5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 13호점 ‘노량진 폭탄밥’을 운영하는 하애경 씨(59)가 4500원짜리 컵밥 재료를 뒤적이며 말했다.

하 씨가 말한 수거기는 재활용품 무인 회수기 ‘네프론’이다. 빈 음료캔이나 페트병을 넣으면 하나당 10포인트를 받는다. 1포인트는 현금 1원으로, 2000포인트를 넘기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재활용품은 업체가 수거해 재생 소재로 바꾸는데 활용한다.

이렇게 쓰레기를 활용해 환경을 보호하면서 돈도 버는 ‘쓰테크’가 인기다. 운영사 수퍼빈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한 네프론은 1002대. 서울에 177대가 있다.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에서 이용자가 특히 많다.

네프론을 설치한 2017년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페트병 25억 54만7693개를 회수했다. 캔은 1억 49만 4917개. 이용자 수는 약 60만 명이다.

▲ 노량진 컵밥거리의 ‘네프론’. 회수가 가능한지를 AI가 판별한다.
▲ 노량진 컵밥거리의 ‘네프론’. 회수가 가능한지를 AI가 판별한다.

네프론 한 대당 500ml 페트병 기준으로 재활용품 800개가 들어간다. 이용자는 하루 최대 30~50개까지 넣을 수 있다. 지역별로 하루에 한 번 또는 3~4회 수거한다.

회수기가 매번 가득 찰 만큼 이용률이 높다. 노량진 컵밥거리의 회수기도 오후 2시경 업체가 수거하기 전에 ‘저장 용량 초과’라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회수기는 원래 걸어서 20분 거리의 노량진2동 주민센터에만 있었다. 주민 요청으로 작년 이맘때 컵밥거리 한쪽에 새로 자리를 잡았다.

회수기 앞의 굿모닝마켓에서 일하는 정이슬 씨(29)는 “6월부터 한 번쯤 이용하고 싶어 기회를 노렸는데 항상 가득 차서 한 번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주민 김성현 씨(28)도 “집에서 나올 땐 이용 가능한 줄로 알았는데 도착하니 꽉 차 있어 못 넣은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 양평2동 주민센터 앞 회수기. 인당 최대 30개까지 넣을 수 있다.
▲ 양평2동 주민센터 앞 회수기. 인당 최대 30개까지 넣을 수 있다.

다른 회수기도 비슷하다. 장 모 씨(62)는 영등포구 양평2동 주민센터 앞의 무인회수기에 페트병을 집어넣으려다가 두 번이나 허탕을 쳤다. 주민센터의 김내향 주무관(33)은 “설치 이후로 갈수록 이용자가 늘었다. 꽉 차면 그날 못하니까 거의 매일 경쟁이 벌어진다”라고 했다.

이용자들은 환경에 도움이 되면서 앱테크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직장인 김현숙 씨(52)는 점심시간마다 페트병을 주워 3만 6000원을 모았다. “환경에도 좋고 금액이 크지 않지만 재테크도 된다. 이용객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주부 이은경 씨(40)는 “아이들한테 재활용에 대해 알려주려고 시작했다. 페트병을 워낙 많이 쓰는데 모아뒀다가 넣으면 포인트도 쌓이고 좋은 것 같다”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가계 경제가 여러 압박을 받는데, 대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개다. 하나는 절약해서 안 쓰는 거고, 다른 건 조금이라도 돈을 버는 것”이라며 “푼돈이라도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만족감을 느껴 이용자가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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