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 열렸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긴급행동)이 주최했다.

행사 이름은 ‘팔레스타인에 자유와 평화를!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신발들의 시위.’ 전국에서 보낸 신발 3000 켤레가 희생자를 상징했다. 한 뼘도 안 되는 어린이 신발 위의 국화가 눈길을 끌었다.

▲ 희생 어린이를 상징하는 장화
▲ 희생 어린이를 상징하는 장화

기자회견은 오전 10시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비판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가족, 친지의 신발 50켤레를 모아 기증한 고교생 진영인 양(18)은 “어린 나이에 끔찍한 환경에 노출되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라며 또래 학생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없는 현실을 규탄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진한 정책국장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병원을 폭격한 일을 “인종청소라는 말을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한 교과서적인 만행“이라고 했다. 또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해달라는 팔레스타인 의사들 호소에 한국 의료진이 답하자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영국인 댄 가즌(Dan Gudgeon)은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이 너무나도 심각해 가만히 있기 창피하고 부끄럽다”면서 각국 정부가 휴전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발은 오전 9시부터 현장에 설치했다. 긴급행동 관계자는 지난 1주일간 전국에서 3000 켤레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홍예린 씨(22)는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를 숫자로 접해서 알고 있었지만, 신발로 죽은 사람의 수를 시각화하니 느낌이 다르다”라면서 신발을 늘어놓은 형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긴급행동 회원들이 희생자를 애도하고(왼쪽) 가자지구 폭력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긴급행동 회원들이 희생자를 애도하고(왼쪽) 가자지구 폭력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추모의 밤은 오후 7시 시작했다. 퇴근하던 직장인들이 잠시 발길을 멈추고 신발을 보다가 지나갔다. 직장인 정재환 씨는 신발을 기증하고 행사에 맞춰 보신각을 찾았다. 다른 이들도 함께 연대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참여했다.

“혼자서만 고민할 게 아니라 같은 마음을 가진 다른 분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그들 중 한 명이 되기 위해서 왔다.” 그는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희생자를 위한 목소리가 크지 않아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한 달 전에는 아랍계 무슬림을 중심으로 비슷한 모임이 있었다. 홍 씨는 “그때는 아랍인이 많이 왔는데 오늘은 대부분 한국인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기자회견에서 발언 예정이던 팔레스타인 주민이 고민 끝에 심적 고통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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