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현 씨(28)는 인스타그램으로 소아 작업치료의 내용을 공유한다. 자신의 업무를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어느새 입소문이 퍼져 지금은 4000명 이상이 소아작업 치료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소아작업치료사는 발달 지연이나 자폐, 지적 장애를 겪는 아동이 일상생활에서 활동을 원활히 하도록 놀이나 운동 등 재활 치료를 돕는 직업이다. 하루 5~6시간을 쉴 틈 없이 일하기에 힘들 때가 많지만 아이들이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9년차 김도진 씨는 성인 치료로 작업치료사를 시작했는데, 아이들의 밝고 활기 넘치는 모습을 보며 소아 작업치료로 일을 바꿨다. 소아 작업치료는 40분 아동 재활 치료, 10분 학부모 상담, 10분 정리 과정으로 한다.

학부모 상담에서는 아이가 재활을 어떻게 했는지, 가정에서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 오해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김 씨 역시 소아작업치료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지만 보호자와 가치관이 충돌할 때 큰 좌절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장애 아동의 소근육을 발달시키려면 집에서 손가락을 이용하는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하거나 책을 읽어줄 때 아이가 직접 책장을 넘기게 하는 등 일상 가정생활에서 수행할 과제가 많다.

▲ 서울 종로구의 푸르메어린이발달재활센터
▲ 서울 종로구의 푸르메어린이발달재활센터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센터교육 만으로 치료가 된다고 생각한다. 3년차 권해리 씨(26)는 “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를 위해 해주셔야 할 과제들이 많음에도 동참해 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푸르메어린이발달재활센터 박태혁 센터장은 “학부모는 아이가 작업치료사로부터 열심히 뭔가 공부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작업치료는 놀이로 발달을 이끌어내는 과정인데 작업치료사가 특별히 하는 것도 없이 아이와 노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아이 상태를 두고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 증상이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는 소아 작업치료사가 아이의 장애 가능성을 언급하면 불쾌해한다. 박 센터장은“아이 발달이 늦을 뿐인데 왜 장애라고 하느냐는 경우도 있다”라고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을 아쉬워 했다.

▲ 어린이가 재활 치료를 기다리는 모습
▲ 어린이가 재활 치료를 기다리는 모습

권 씨는 고등학교 시절 봉사 동아리에서 장애 청소년을 위해 재활 수업 도우미로 활동했다. 이때부터 소아 작업치료사 꿈을 키웠다. 작업치료사는 전문대학(3년제) 혹은 대학교(4년제)의 작업치료학과, 재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작업치료사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처우는 열악하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작업치료사 연평균 보수는 3086만 원이다. 보건의료인력 21개 직군 중 20위이다. 보건의료인력 연평균 보수는 6134만 원이다. 박예현 씨는 “수가가 올라야 치료사 처우뿐만 아니라 서비스 질도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재취업이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다. 작업치료사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고, 작업치료사가 필요한 사업장은 저연차를 선호한다. 소아 작업치료는 수가(의료서비스 가격)가 정해져 있어 연차가 달라도 모두 동일하다.

박 센터장은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차가 많으면 월급을 더 줘야 하는데 수가는 똑같으니 병원에서는 가격이 더 싼 저연차를 계속 돌리는 것이 낫다고 보는 거죠.”

소아 작업치료사는 아이 발달 수준에 맞게 다양한 놀이와 일상생활 행동 훈련을 함께 한다. 신체적 활동이 많아서 다칠 때가 많다. 권 씨는 재활 과정 중 아동을 사다리에 올려주다 뒷발에 차여 얼굴에 큰 멍이 들고, 아이를 업어주다 발목이 삐기도 했다.

일하다 다쳤지만 관련 법안이 없어서 사비로 치료해야 했다. 개인사업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산업재해 보상을 받기 어렵다. 센터에서도 아동 부상에 대비한 보험만 가입한다.

권 씨는 “프리랜서라 센터에서도 딱히 챙겨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다들 어느 정도 몸에 피로도가 쌓이면 그냥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사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닌 사회적 보호망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2020년 국회에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소아작업치료사를 비롯한 정신건강작업치료사에 대해 ‘정신건상 전문요원’이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중요성과 전문성을 인정한 첫 조치였다. 하지만 경제적, 제도적 처우 같은 실질적 개선은 뒤따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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