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에서 10월 5일 문자가 왔다. 추석 연휴로 인해 혈소판이 부족하다며 5일부터 9일까지 혈소판을 헌혈하면 커피교환권을 준다고 했다.

혈액 수급 어려움은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헌혈 가능 인구가 줄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가 발표한 ‘2022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헌혈 가능 인구 대비 헌혈률은 2016년 7.3%, 2019년 7.08%, 2022년 6.8%로 감소추세.

헌혈이 가능한 나이는 만 16세 이상 70세 미만이다. 헌혈에 관심이 줄어드는 가운데 누가 헌혈하는지 궁금해서 10월 6일 오전 9시 15분, 헌혈의집 광화문센터를 찾았다. 이날 센터에서 8명을 만났다.

▲ 헌혈의집 광화문센터
▲ 헌혈의집 광화문센터

“전부터 하는 사람은 뭘 해도 해요. 헌혈. 상품 준다 안 준다 해도 할 사람은 해요. 계속. 제도적으로 가산점 주거나 혜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박정호 씨(36)의 말이다. 그는 2006년을 시작으로 이날 156번째 헌혈을 했다. 대한적십자사가 100회 헌혈자에게 주는 ‘명예장’도 받았다.

그는 친구를 따라 시작했다.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계속 했다. 헌혈자에게 문화상품권, 영화관람권, 외식 교환권 등 기념품이나 명예장을 주는 방안도 좋지만, 관심을 더 불러일으키려면 사회적 혜택을 늘리면 좋겠다고 했다. 취업 시험 가산점을 예로 들었다.

특히 한번 헌혈하면 꾸준히 하니까,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을 참여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피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많이 돌아가지 않을까 한다.”

기자가 헌혈의 집에서 만난 김공남(55) 백재상(49) 오광석 씨(33)도 헌혈을 자주 한다. 기념품이 헌혈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기적으로 헌혈하는 분은 자발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라고 했다. 오 씨는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는 사람을 늘려야 한다”라고 했다.

▲ 헌혈의집 광화문센터 내부
▲ 헌혈의집 광화문센터 내부

“군 복무 중 휴가를 얻기 위해서 헌혈을 시작했어요.” 최정원 씨(23)는 군 복무 중 휴가를 얻기 위해 헌혈을 시작했다. 그의 부대는 헌혈하고 증서를 제출하면 부대에서 상점 20점을 준다. 상점이 모이면 휴가로 바꿀 수 있는데, 30점 정도에 휴가 하루.

그는 이런 제도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최 씨는 “저희 부대는 헌혈해서 상점을 받으면 휴가로 바꿀 수 있고 (헌혈이) 상점을 많이 주다 보니까 다들 많이 하는 편”이라면서 “부대마다 규정이 다를 것”이라고 했다.

최 씨는 “휴가를 위해 시작했지만 (헌혈을) 하다 보니까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점차 느끼게 돼 계속했다. 올해만 7~8번 했는데 시간이 나면 헌혈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학생 조현재 씨(21)는 공군에 지원하려고 헌혈의집을 찾았다. 정기적으로 하지는 않는데. 공군에 지원하면서 가산점을 받으려고 한다.

병무청 홈페이지의 공군 평가 요소 및 배점 기준에 따르면 1차 서류전형 105점 가운데 가산점 15점에는 헌혈이 포함된다. 헌혈 1회에 1점이고, 최대 8회까지 인정한다. 조 씨는 “센터 기념품에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데 공군 가산점에는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조 씨가 다니는 대학교는 헌혈을 봉사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봉사 시간을 (4시간) 인정해 준다면 헌혈할 생각이 있다. 가산점을 주거나 취업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헌혈을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같은 이유로 헌혈의집을 찾은 대학생 황지성 씨(20)도 “공군 가산점 때문에 하는 거여서 이번이 네 번째다. 앞으로 네 번 더 올 것 같다. 오늘은 공군 가산점 때문에 온 건데 뿌듯함을 느껴 앞으로도 할 생각이 있다”라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도 혜택과 이벤트에만 의존하면 한계가 있다고 했다. 광화문센터의 백주희 간호사는 주변에 회사가 많은 특성상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나 공가(공뮤 휴가)를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혈액관리법에 따라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이 헌혈에 참여하면 공가로 인정한다. 민간 회사에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헌혈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서 백 씨는 이렇게 말했다.

“기념품으로라도 해서 헌혈하러 오는 것도 좋지만, 저희가 드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제한적이다. 내 가족이 수혈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서로 돕는다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분이 많아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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