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러 나라 정부도 IAEA 판단을 믿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반대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이유는 무엇일까?

경희대 정재학 교수(원자력공학과)는 해양 방류보다 방사성 핵종 수증기 방출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 교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20년 근무했고,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기자는 정 교수를 8월 12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수증기 방출 방식이 이미 미국에서 원전 사고 후 오염수를 처리한 사례가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1979년) 이후 손상된 원자로를 청소하면서 생긴 오염수를 수증기 방출로 처리했다. 오염수를 증발기로 끓여 수증기 상태로 대기에 내보낸다.

삼중수소는 수증기에 섞여 대기 중으로 날아가고, 세슘과 스트론튬 등 방사성 핵종은 찌꺼기로 남는다. 미국은 이 찌꺼기를 굳혀 자국 영토에서 처리했다. 정 교수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핵종양을 획기적으로 줄여 환경에 방출할 수 있다”라고 했다.

▲ 정재학 경희대 교수
▲ 정재학 경희대 교수

일본이 수증기 방출 대신 해양 방류를 택한 이유는 세 가지다. 근거는 후쿠시마 원전의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 처리수 취급에 관한 일본 경제생산성 분과위원회 보고서와 IAEA 최종 보고서에 나온다.

첫 번째는 일본이 수증기 방출 방식을 사용한 경험이 없어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이미 미국이 수증기 배출로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후 생긴 오염수를 모두 처리한 경험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다수 원전에서도 증발기를 이용해 오염수를 폐기한 경험이 많다. 만약 일본에 수증기 방출 활용 경험이 없다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경험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두 번째는 해양 방출 시 방사성 물질을 추적 감시하기 더 쉬워서다. 해양 방류도 완전하게 추적 감시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방사성 물질을 해양에 방출해도 물의 대순환 과정에서 대기로 퍼지기 때문이다.

해수면 근처의 삼중수소는 증발해 구름이 되고, 비나 눈으로 다시 육지나 바다에 떨어진다. 결국 해양 방류나 수증기 방출의 삼중수소 방출량이 비슷할뿐더러 추적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방사능 찌꺼기가 남아서다. 정 교수는 “수증기 방출이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더 나은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폐기물을 일본 내부에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방류 후, 오염수가 수산물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검증되지 않은 소문으로 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일도 막는다.

▲ 하와이대의 로버트 리치몬드 케왈로해양연구소장(출처=태평양제도포럼 유튜브)
▲ 하와이대의 로버트 리치몬드 케왈로해양연구소장(출처=태평양제도포럼 유튜브)

하와이대의 케왈로해양연구소의 로버트 리치몬드 소장은 미세플라스틱이 방사성 핵종을 해양 전체로 퍼뜨릴 ‘트로이 목마’라고 경고했다. 미세플라스틱에 달라붙은 방사성 물질이 물과 해산물 섭취, 공기 호흡 등으로 인체에 조용히 흡수된다는 얘기.

로버트 소장이 소개한 논문은 ‘방사능 핵종 ‘트로이 목마’로서의 플라스틱(PET Plastics as a Trojan horse for radionuclides)’이다. 프랑스 농업환경분석연구소(SADEF)의 라두안 엘 즈렐리 연구원이 2023년 1월 과학 분야 학술 저널인 ‘위험물질저널(Journal of Hzardous Materials)’에 발표했다. 이 저널은 논문 대비 인용 횟수로 따질 때, 전 세계의 환경 공학 분야 저널 184개 중 4위다.

방사능 핵종을 흡수한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이나 대기에서 이동한다면 환경의 방사능 농도가 증가한다. 당장 위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전 세계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해양과 대기 중의 미세플라스틱 양도 늘어나는 추세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는 한, 인간이 섭취 혹은 흡입할 미세플라스틱 양이 늘어난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면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수산물이나 인간에게 노출되는 방사성 핵종이 늘어나고, 결국 먼 미래에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리치몬드 소장은 지적했다.

▲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에게 노출되는 과정(위험물질저널에 실린 논문의 그래픽을 기자가 편집)
▲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에게 노출되는 과정(위험물질저널에 실린 논문의 그래픽을 기자가 편집)

한국외대 이장희 명예교수(법학과)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일단 막는 ‘잠정조치’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한국의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방안을 검토한 특별임무팀(TF)에서 활동했다.

기자는 이 명예교수를 8월 1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방류 임박 시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통한 잠정조치 신청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류에 따른 위험이 전혀 없다고 장담하기 어려우니, 일단 방류를 중단시키고 더 좋은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에는 일본이 무시하더라도 한국이 제소만 하면 강제로 재판할 수 있는 강제분쟁해결제도가 있다.” 한국 정부가 제소하면, 2주 뒤에 잠정조치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이 명예교수는 말했다. 국내법의 가처분 신청과 비슷하다.

▲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이장희 명예교수 제공)
▲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이장희 명예교수 제공)

일각에서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분쟁 사례처럼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이는 분쟁 해소 과정을 오해한 결과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는 2003년에 핵연료 재처리 공장 신설을 둘러싼 분쟁이 있었다. 영국이 아일랜드에 핵연료 재처리 공장을 세우려 하자, 아일랜드가 국제사법절차를 통해서 공장 신설을 막으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영국의 공장 신설이 아일랜드에 위험하지 않다는 해양법재판소의 판단 때문이 아니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해양법재판소의 결정보다 유럽사법재판소 결정이 우선한다는 국제해양법 조항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국제법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중단된 이유는 실효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실제 제소로 이어지지 않은 점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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