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보도는 방류 영향을 받는 국가의 언론에게 민감한 이슈다. 잘 보도하면 국민의 올바른 판단과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다.

해외 주요 매체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도했을까. 취재팀은 ‘좋은저널리즘연구회’의 도움을 받아 해외 언론의 관련 보도를 비교분석했다. 대상은 방류 영향을 받는 미국과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주요 4개국, 중국, 한국, 방류 당사국인 일본 등 8개국의 21개 매체다.

미국 언론으로는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스앤젤레스타임스 USA투데이를 분석했다. PIF 회원국에서는 호주의 더 시드니모닝헤럴드와 ABC, 뉴질랜드의 뉴질랜드헤럴드와 RNZ, 파푸아뉴기니의 더 내셔널, 피지의 피지타임스를 선정했다.

중국에서는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한국에서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을 조사했다. 일본에서는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마이니치신문을 분석했다.

기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다음 날인 7월 5일부터 11일까지 1주일이다. 기사 211건을 놓고 매체별로 보도가 얼마인지, 어떤 섹션에 있는지, 취재원은 누구인지를 검토했다. 지면을 중심으로 분석하되 기사량이 적은 국가는 온라인 기사까지 포함했다.

보도량은 매체가 해당 사안을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는지를 나타낸다. 분석 결과, 6개국 13개 매체는 한국·일본에 비해 기사량이 현저히 적었다.

미국에서는 IAEA 최종보고서 발표 다음 날, NYT와 WSJ만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5개 매체에 실린 기사는 8건이었다. PIF 회원국도 비슷했다. 1주일간 피지 9건, 뉴질랜드 5건, 호주 2건, 파푸아뉴기니 1건이 보도됐다.

일본의 방류 결정에 가장 강하게 반대한 중국에서는 20건의 기사가 나왔다. 일본 4대 매체와 한국 4개 매체는 각각 56건, 110건을 보도했다. 한국 보도량이 조사대상국에서 가장 많았는데, 일본의 2배를 넘는다.

뉴질랜드 RNZ 태평양팀의 리디아 루이즈 기자는 “한국이 이 이슈를 더 가깝게 느끼고 분노하는 것 같다. 태평양 국가에선 항의 시위를 본 적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재팀이 수집한 뉴질랜드 기사 5건 중에서 4건을 썼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취재했다.

▲ 국가별 보도량 및 비율
▲ 국가별 보도량 및 비율

언론사는 기사 내용에 따라 정치·사회·국제·과학 등 섹션을 구분한다. 취재팀은 오염수 방류 보도를 어느 섹션에 실었는지를 분석해 이 사안을 어떤 관점에서 보는지 살펴봤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6개국의 기사는 대부분 국제면에 실렸다. 미국과 중국, 호주는 모두 국제 기사였다. 미국은 일반인 독자 투고(1건)를 제외하면 기자가 작성한 7건이 전부 국제 기사였다. 중국과 호주 기사(각각 20건, 2건)도 모두 국제 기사였다.

PIF 회원국도 대체로 국제 기사로 보도했다. 피지타임스는 9건 중 6건(66.7%)이 국제 기사였다. 뉴질랜드는 5건 중 3건이 국제 기사(60%), 2건은 과학 기사였다. 파푸아뉴기니 기사 1건만 정치 기사였다.

일본 언론은 당사국이지만 기사 56건 중 16건(28.5%)을 국제면에 배치했다. 1면 기사(11건)와 정치 기사(8건)보다 많았다. 사설과 인터뷰 등 기타 기사가 8건, 사회 기사 7건, 과학 기사 6건 순이었다.

한국 언론의 경우, 국제 기사 비율(20%)은 조사대상국에서 가장 낮았다. 기사 110건 중 22건이 국제면에 실렸다. 정치 기사가 28건(25.5%)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는 1면 기사 15건, 사회 기사 11건, 과학 기사 7건이다. 오피니언면·경제면 등에 실린 기타 기사는 27건이었다.

▲ 국가별 기사 섹션 분류
▲ 국가별 기사 섹션 분류

숙명여대 배정근 교수(미디어학부)는 오염수 방류를 국제면에서 다룬 이유를 게이트 키핑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IAEA 최종보고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판단했고, 정부 입장은 물론 국내 여론을 전할 중요성도 느끼지 못했다는 얘기.

미국과 PIF 언론의 주요 취재원은 공신력 있는 전문가였다. 미국 기사 8건에 취재원이 55회 나오는데, IAEA 취재원과 전문가가 15회(27.3%) 등장했다.

한국 기사에서는 정치권(정부·정당 기관과 관계자)과 시민(어민, 상인 포함) 취재원이 각각 7회 나왔다. PIF 4개국은 전문가 취재원 비율이 29%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체 기사 17건의 취재원(58번) 중 IAEA 취재원은 13회, 전문가는 1회 등장했다.

중국은 달랐다. 취재원 112명 중에서 한국 언론보도 인용 횟수(24회·21.4%)가 가장 많았다. 전문가(18회·16%)와 정치권 취재원(17회·15%)이 비슷했다.

정치권 취재원이 전문가보다 많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었다. 일본의 경우 취재원이 146회 나오는데, 정치권이 46회(31.5%)이고 전문가는 24회(16%)였다. 전문가 비율이 조사대상국에서 가장 낮았다.

유일하게 정치 기사가 국제 기사보다 많았던 한국은 일본보다 정치권 취재원 비중이 높았다. 전체 취재원(403회) 중 정치권 취재원은 151회(37%), 전문가는 98회(24%) 등장했다.

한일 양국 모두 정치권 취재원이 가장 많았는데,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었다. 일본은 정부 취재원(35회)이 여·야당 취재원(각각 7회, 4회)보다 많았다. 한국은 야당 정치인(79회)이 정치권 취재원 절반 이상(52.3%)을 차지했다. 정부 취재원은 53회, 여당 취재원은 19회 등장했다.

▲ 국가별 취재원 유형 상위 3개
▲ 국가별 취재원 유형 상위 3개

고려대 박재영 교수(미디어학부)는 언론이 전문성 없는 취재원 이야기를 기사에 많이 담으면서 과학자 자리가 사라졌다고 했다. “시민들이 과학적으로 이해해야 할 사안임에도 언론이 정치적으로 해석하게끔 만들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원은 ‘사이언스미디어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영국·일본에서 운영 중인 이런 센터는 기자가 신뢰할만한 전문가를 찾고 전문지식을 이해하도록 돕는다고 한다. “전문성을 갖춘 기자들도 과학적 전문지식을 이해하고 보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과학 분석을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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