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유권자를 대변한다. 정부 결정을 지지 또는 비판하고, 정부가 놓치거나 잘못한 점이 있으면 시정을 요구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최소 30년 이상 국민 건강은 물론 국가 경제,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칠 중대사안이다. 오염수 영향을 받는 국가의 정당이라면 정부 결정을 살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취재팀은 각국 정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태평양 연안 10개국 의회에서 의석을 가진 정당 73개를 전수조사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피지, 파푸아뉴기니 대만 필리핀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다. 정당이 없거나 정당 홈페이지가 없는 일부 태평양 국가와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은 제외했다.

정당의 공식 입장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성명, 기자회견문, 보도자료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다. IAEA 최종 보고서 발표일(7월 4일)부터 오염수 방류 전 43일간을 조사했다. 내용은 각국 의회 회의록과 언론 보도를 통해 교차검증했다.

조사 결과, 전체 정당 73곳의 86%(63곳)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거나 공식 활동을 하지 않았다. 한일의 10개 정당만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예를 들어 정당 63곳의 홈페이지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성명이나 보도자료가 없었다.

정당정치를 연구한 이화여대 유성진 교수(스크랜튼학부)는 미국과 캐나다처럼 “정부 차원의 반응은 있지만 정당 차원의 반응이 없는 국가는 (오염수 방류를) 정당별로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 차원의 이슈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정당이 조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견국으로서 호주의 국제적 지위와 호주-일본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직접적으로 자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해 호주가 크게 문제 제기 하지 않는 것이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호주는 UN과 관련된 국제기관들이 취하는 입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게 호주 대외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의 송창주 교수(동양학과)는 뉴질랜드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제기구와 학계의 다수 의견을 믿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하와이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년 넘게 뉴질랜드에서 교수로 근무하는 중이다.

IAEA 보고서 발표 이후 파푸아뉴기니와 피지에서도 정당의 공식 의견을 찾을 수 없었다. 현지 언론보도에서는 야당 의원의 입장을 확인했다. 두 나라 정부가 방류에 긍정적이었지만 양국 정치인이 우려를 나타냈다.

▲ 피지 야당 피지퍼스트 존 우사마테 의원의 방류 반대 발언(출처=페이스북)
▲ 피지 야당 피지퍼스트 존 우사마테 의원의 방류 반대 발언(출처=페이스북)

대만의 4개 정당 역시 조사 기간에 공식 대응이 없었다. 고려대 지은주 연구교수(정치연구소)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영토 분쟁과 중국의 군사적 압력, 대만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가 등 여러 문제가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의 시진핑 정권이 대만에 군사적인 압력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일본, 대만 간의 군사동맹이 상당히 중요해졌다. 대만 입장에선 당연히 (일본과) 친밀 관계가 돼야 중국에 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필리핀 7개 정당 역시 공식 입장이 없었다. 김동엽 부산외대 아세안연구원장은 필리핀 정당이 일본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필리핀은 일본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고 있다. 특히 인프라 건설이 중요한데, 일본의 원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이유로는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꼽았다. 그는 “최근에도 중국 해안 경비정이 물대포를 발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리핀을 지지하는 것이 일본”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11개 원내정당(참의원·중의원 통합) 가운데 5개 정당과 한국 6개 원내정당 중 5개 정당은 입장을 냈다. 긍정적인 정당은 일본의 자유민주당, 공명당,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과 한국의 국민의힘이다. 입헌민주당을 제외한 4개 당은 여당 혹은 범여권이며 보수에 가깝다.

반대 입장을 밝힌 정당은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과 일본의 사회민주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4개 당은 의석 수가 6석 이하인 군소정당이다. 이들은 진보적 성향이다.

IAEA가 최종보고서를 발표하고 7월 한 달간, 한국 5개 정당이 배포한 보도자료(111개)는 일본 5개 정당(20개)의 5.5배에 이른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은 홈페이지를 통해 논평 1건과 보도자료 1건을 게재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보도자료 3건과 논평 1건을 내놓았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한 차례의 상임간사회와 4번의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국민민주당 신바 가즈야 간사장은 2번의 정례회견에서 당을 대표해 발언했다. 사민당은 6건의 보도자료와 핫토리 료이치 간사장의 성명을 통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의 국민의힘은 30건의 논평(대변인·원내 통합)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기간에 논평·브리핑 34건, 모두발언 14건, 보도자료 7건이었다. 제2야당인 정의당에서는 17건의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있었다.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의 보도자료는 각각 5건, 4건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6월 말부터 해양투기 저지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장외 활동을 이어갔다. 진보당은 이정미 대표의 단식농성에 연대했다.

국민의힘은 보도자료 30건 중 27건에서 민주당을 비판했다. ‘보여주기식 시위’, ‘국제 비웃음’ 등의 어휘를 사용했다. 민주당의 논평·브리핑 34건 중 22건은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국민 안전 외면’, ‘정부가 국익 해친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7건은 IAEA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의당의 보도자료 17건에서 농성 활동 보고 자료 6건을 제외한 11건이 정부·여당과 IAEA의 보고서를 비판했다. ‘답답하고 한심한 정부’, ‘IAEA는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면죄부를 주는 공범’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유성진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 정부의 대일정책에 야당이 반대하는 이슈가 덧씌워져 있다”라며 “일본 관련 이슈는 한국의 정치 양극화와 이어져 우리나라에서 더욱 정파적 이슈가 되기 쉽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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