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밥 먹고 카페에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밥값이 너무 많이 나왔네요. 그냥 집에 가려고요.” (홍익대 한승현 씨)

고물가가 대학생의 일상을 바꾸는 중이다. 밥 한 끼와 맞먹는 카페 지출액에 ‘카공’(카페에서 공부하는 행위) 문화가 줄어드는 분위기. 대신에 집에서 공부하거나 학교 열람실과 도서관, 무료 공용공간을 찾는다.

기자가 만난 대학생들은 치솟는 물가로 인해 카페에서 공부하는 횟수가 줄었다고 했다. 대형 카페 프랜차이즈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까지 메뉴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음료에 디저트 메뉴를 추가하면 돈이 훅훅 빠져나간다.

이화여대 곽은서 씨(23)는 “자주 가던 집 근처 카페 음료값이 4000원에서 조금씩 오르더니 6000원이 됐다. 한 끼 식사할 수 있는 정도라 언젠가부터 카공이 사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라고 했다.

한승현 씨(24)는 “친구와 카공하려고 만났는데 밥값에서 1인당 2만 원을 넘게 썼다. 음료와 디저트까지 시키면 적어도 1만 원은 더 써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학과 특성상 곧 나갈 재료비까지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어서 친구와 집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대학생이 카공을 위해 자주 찾는 스타벅스는 커피와 음료 가격이 약 5900원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약 5600원, 할리스는 약 6100원이다. 모두 가장 작은 사이즈 기준. 큰 사이즈를 선택하거나 샷을 추가하면 500~1500원 추가된다.

투썸플레이스의 케이크는 신메뉴가 6500~6700원에서 출시됐다. 김밥(4000~5000원)보다 비싸다. 지난해 1월부터 국내 카페 프랜차이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원두와 일반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며 가격을 100~500원씩 인상했다.

▲ 프랜차이즈 카페의 음료 메뉴판
▲ 프랜차이즈 카페의 음료 메뉴판

이러면서 커피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커피플레이션’이라는 조어가 생겼다. 대학생 지갑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물가 상승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자취생은 특히 그렇다.

신촌 대학가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지윤 씨(23)는 “친구와 카공하면 저녁은 집에서 먹거나 편의점에서 때운다”라며 “용돈은 그대론데 식비며 생활비가 다 올라서 빠듯해졌다”라고 했다. 도저히 집중하기 어려우면 마지막 방법으로 카페를 찾는다고 했다.

올해 자취를 시작한 대학생 이 모 씨(20)도 “용돈이 떨어져 가는 월 중반쯤부터는 친구의 카공 제안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기프티콘이나 상품권이 있으면 해당 카페로 가자고 한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9% 올랐다. 7월 생활물가 지수는 2021년 2월(1.7%) 이후 처음으로 1%대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1.8%였다.

▲ 서울 마포구의 도서관에서 청년들이 공부하는 모습
▲ 서울 마포구의 도서관에서 청년들이 공부하는 모습

고물가 속에서 대학생들은 도서관이나 학교 열람실, 무료로 이용가능한 청년 전용공간으로 향한다. 청년 전용공간은 ‘캐치카페’나 ‘사람인카페’ 같은 무료 스터디카페, 지자체에서 장소를 제공하는 ‘마포청년나루’, 김포시 ‘내일스퀘어’를 말한다.

서울 마포구의 도서관 직원은 “주중뿐 아니라 주말에도 20대 이용객이 많다. 책 읽으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자습하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카페나 스터디카페와 달리 도서관은 무료이고 밤 10시까지 여니까 대학생이 많이 찾는다는 얘기.

곽은서 씨(23)는 “도서관이나 학교 열람실이라는 선택지가 있는데,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카공을 할 필요는 없다”라면서 “커피는 집에서 내려 텀블러에 담아 가져가면 된다”라고 했다.

서울의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점심 먹고 카페 가서 공부하다 보면 몇만 원 순식간에 깨진다” “카공 끊고 요즘 구립 도서관에 간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공간이 최고다”라는 내용이 잇따라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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