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7월 18일 숨졌다. 그의 49재인 9월 4일을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이라 부르고 그를 추모했다. 집회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작했다. 4만 명(주최 측 추산) 정도가 참석했다.

서이초는 추모를 위해 학교를 개방했다. 오전 9시부터 교사와 학부모, 어린이들이 찾았다. 이들은 교문 근처에서 헌화용 국화꽃을 건네받고 포스트잇에 메모를 적은 뒤, 학교에 들어갔다.

운동장을 지나니 바닥에 흰 끈이 보였다. 헌화용 단상으로 길을 안내하는 표시였다. 끈을 따라 걸으면 추모객의 포스트잇이 붙은 건물에 다다른다. 정오가 되자 다양한 색의 포스트잇이 벽에 빼곡했다. 아이들은 메모가 떨어지지 않도록 까치발을 들고 붙였다.

▲ 서이초는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학교를 개방했다.
▲ 서이초는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학교를 개방했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이미경 씨는 초등 1학년생인 아들의 손을 잡고 서이초를 찾았다. “뉴스를 보고 오늘이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라는 걸 알게 됐어요. 서이초에 아이와 함께 오려고 가정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아이 담임 선생님께서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자녀와 함께 온 이유를 묻자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 (이 상황을 이해하기에) 많이 어리긴 하지만 가정 교육이 먼저 제대로 돼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대답했다.

초등 3학년 자녀가 있다는 초등 교사 A씨는 자녀 돌봄 휴가를 내고 서이초에 왔다. 그는 교육부 지침에 대해 “교사들은 매일 아동학대 신고의 위협에 놓여있는데 그것보다는 차라리 (교육부의) 징계 수위가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로 징계받는다고 해서 그걸 무서워하며 피하는 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한 교사들의 집단행위를 불법이라고 했다.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실을 지켜달라고 부탁하면서도 연가나 병가를 내고 집회에 참석하면 파면과 해임 같은 징계를 하겠다고 밝혔다.

엄정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교사가 9월 4일 연가·병가를 냈다. 교육 공백이 생긴 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인력을 지원받거나 단축 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일찍 하교시켰다.

교육부 지침이 내려오기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집계된 9·4 재량휴업 예정 학교는 500여 곳이 넘었다. 교육부가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시도교육감 역시 여기에 따르자 많은 학교가 재량휴업일 지정 논의를 철회했다. 결국 실제 휴교한 학교는 전국 37곳으로 알려졌다.

세종 해밀초는 재량휴업을 8월 25일에 지정하고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유우석 해밀초 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 재량휴업을 결정한 건 선생님들의 집회 참석만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교육 현장에 한 번쯤 이런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날에 휴업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해결책으로 교육공동체의 합심을 강조했다. “상처를 치유하는 최종적이고 구체적인 디테일은 교육공동체에서 함께 만들어 가야 해요. 그러니 학교에 맡길 건 학교에 맡기고,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해야 할 건 그쪽에서 따로 진행하는 방식의 분리가 필요한 건데 지금은 분리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교육부 쪽의 행보로 인한 혼란이 더 큰 것 같아요.”

▲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 집회 현장
▲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 집회 현장

교사들은 9월 4일 국회 앞 대로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교육부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했다. 주최 측은 집회 전날인 하루 전에 교육부가 마련한 ‘현장 교원 공개토론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최 측 인사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낯부끄러운 간담회”였다며 “저희가 어제 본 것은 대화가 아니라 ‘교사 병풍 세우기’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린다”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집회에 참석한 국회 의원들에게 박수를 보냈지만, 교육부 차관에게는 야유를 보냈다.

교권 침해로 피해를 겪은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도 연단에 올랐다. 경기 김포 금빛초에 재학 중인 4학년 학생과 그의 어머니는 가정체험학습 신청을 내고 왔다며 교사들을 응원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저녁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대해 49재 추모제에 연가·병가 등을 내고 참석한 교사들에게 징계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전 브리핑에서는 “기존 원칙이 바뀌지 않았다”라고 했었다.

▲ 9월 2일의 교권 보호 집회
▲ 9월 2일의 교권 보호 집회

49재 추모 집회에 앞서 9월 2일에는 제7차 교권 보호 집회가 열렸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 30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7월 22일부터 매주 토요일에 집회를 시작한 이후에 가장 많은 숫자다.

교사들은 초등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이 제작한 ‘꺾인 꽃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대부분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했다. 체감 온도 30도에 육박했지만 참석자들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쓰레기 처리 등 뒷정리까지 깔끔하게 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