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생긴 문제의 상당 부분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외 출장을 통해 8년 전부터 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올라온 정부와 지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과 위생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의견이 여러 차례 나온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문제는 새만금개발청, 여성가족부, 농림축산부 등 여러 부처가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새만금개발청은 “우리나라 여름철은 온도와 습도가 높고 매립지 특성상 수목 등이 없는 벌판에 있다”라며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막과 내부 쉼터 조성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는 “북미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집회장은 그늘이 없어 장시간 대기 시 열사병을 호소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보고서는 “흙바닥 배수 불량, 그늘 부족 등 새만금 잼버리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라며 “잼버리대회를 위한 잔디와 수목 식재의 필요성을 대회 견학자들이 공감해 이를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북미 잼버리 참가자들이 새만금 환경을 걱정한다는 내용도 농림축산식품부 보고서에 나온다. 참가자들은 “일본 간척지에서 열린 잼버리는 그늘이 없어 매우 힘들었다”라며 새만금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2019 미국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출장보고서
▲ 2019 미국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출장보고서

전북의 2015 일본 세계잼버리 참관 보고서도 폭염을 언급했다. 전북의 참관 목적은 새만금과 유사한 간척지인 일본 야마구치 야영지에서 개최되는 잼버리 현장을 보고 대회 운영에 참고하기 위해서였다.

보고서는 야마구치현 지사와의 면담 내용도 담았다. 야마구치현 지사는 “야마구치현이 장마 시즌 뒤라서 무척 더우며 그늘이 없어 의료진의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참관단에게 말했다.

이렇게 새만금 잼버리 개최지의 환경을 우려하는 보고서가 몇 년 전부터 다수 나왔지만 폭염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온열질환자가 600여 명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자연 그늘이 거의 없는 갯벌에 천막과 텐트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라고 했고 AP통신도 “나무 한 그루 없는 광활한 지역에서 더위를 피할 곳 없는 잼버리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위생·청결을 위해 전문 청소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잼버리 대회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새만금개발청은 “북미 잼버리는 전문 청소인력을 배치해, 위생적으로 관리해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라며 “샤워 시설과 화장실 위생시설이 미국 수준 이상으로 설치가 필요하고, 악취 등으로 인한 국가 신뢰도가 하락하지 않도록 관리 부분도 미국처럼 전문요원을 배치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도 “북미 잼버리가 화장실 유지관리를 외주업체에 위탁해 청결 상태를 유지했다”라며 “청결 및 악취 관리, 소모품 공급이 원활해 거부감이 적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실이 ‘새만금 세계잼버리 조직위’로부터 제출받은 ‘잼버리행사장 청소용역과업지시서’에 따르면 화장실 등 위생시설관리에 15명이 배정됐다. 야영장 부지의 화장실이 350여 개임을 고려하면 1인당 20여 개를 담당할 정도로 턱없이 적다.

조직위는 76명을 화장실 청소에 뒤늦게 투입했으나 이 인원마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1명이 화장실 10개를 관리했다. 조직위는 화장실 위생 문제가 언론 등을 통해 불거지자 전북 부안군에 인력 충원을 요청했다. 용역 인원 100명은 대회 3일째(8월 3일)에야 배치됐다.

맷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 연맹 대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수천 명이 사용한 화장실이 제때 청소되지 않는 걸 상상해 보면,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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