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 한국 축구대표팀은 7월의 태국 아시안컵 대회에서 2023 FIFA U-17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 17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U-17 월드컵 출전은 2019년 대회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 대표팀이 결승에서 일본에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전과 다른 공격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송해설자가 영국 프로리그의 절대 강자 맨시티의 공격 전개를 보는 것 같다고 감탄했을 정도였다.

대표팀은 태국 아시안컵에서 경기당 2.5골을 넣었다. 성인대표팀이 2019년 아시안컵에서 넣은 골(경기당 1.2골)의 두 배다. 유효 슈팅을 따지면 U-17 대표팀이 유효 슈팅 2.2번에 한 골을, 성인대표팀이 유효 슈팅 4번에 한 골씩을 넣었다. 유효 슈팅은 골문 안쪽으로 축구공이 날아간 슈팅을 말한다. U-17 대표팀의 득점력이 성인대표팀보다 낫다는 이야기다.

월드컵 진출권을 따내도록 했던 주역은 대표팀 주장이자 최전방 중앙공격수인 김명준 선수(포항제철고)와 오른쪽 날개 공격수 윤도영 선수(충남기계공고)다. 두 선수는 아시안컵에서 각각 4골을 터뜨렸다.

이 대회에서 2명 이상의 선수가 4골 이상을 기록한 것은 대회 참가 사상 두 번째로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2008년 우즈베키스탄 U-17 아시안컵에서 손흥민과 이강 선수가 각각 4골을 기록했다.

▲ 포항스틸러스 홍성민(왼쪽) 김명준 선수. 7월 18일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2023 K리그 유스 챔피언쉽 당시 모습
▲ 포항스틸러스 홍성민(왼쪽) 김명준 선수. 7월 18일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2023 K리그 유스 챔피언쉽 당시 모습

김명준 선수는 태국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대회 최다 준우승팀 카타르를 상대로 해트트릭(한 경기 3골 득점)을 기록했다.

그를 지도한 포항스틸러스 유스팀의 황지수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명준 선수는 양 날개 공격수들이 속도감 있게 공격하면 그 흐름을 잘 살려서 수비하기 어려운 공간에 침투해 자리를 잡고 골로 마무리한다”라며 판단력과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했다.

윤도영 선수는 예선 리그 두 번째인 아프가니스탄 경기에서 두 골을 뽑았다. 오른쪽 공격수지만 두 발을 다 잘 쓴다. 상대 팀 수비수는 윤 선수가 어느 발로 공을 다룰지 미리 알기 어려워 애를 먹는다. 아프가니스탄전에의 두 골도 첫 골은 오른발로, 두 번째 골은 왼발로 넣었다.

황지수 감독은 “윤도영 선수는 드리블 능력이 출중하다”라고 평가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프랑스 프로리그 최강팀 파리 생제르맹에 입단한 이강인 선수처럼 기대를 모은다.

한국 대표팀은 2019년 U-17 브라질 월드컵에서 멕시코에 1대 0으로 지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팀을 이끈 이정수 감독은 주전 수비수 홍성욱 선수의 부상을 가장 큰 패인으로 뽑았다. 그의 부재로 공중볼을 따내는 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장재훈 호남대 교수(축구학과)는 “대한민국 축구는 아시안컵에서는 상위 수준에 있지만 월드컵과 같은 세계 무대에서는 도전하는 수준이다. 세심하고 탄탄한 수비를 더 단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원 삼성 유스팀의 백승주 감독도 월드컵에서는 실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백 감독은 U-17 대표팀의 임현섭 고종현 선수(매탄고)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도했다. “아시안컵에서는 실점하더라도 대량 득점으로 승패를 뒤집을 수 있지만, 월드컵에선 실점이 많으면 그렇지 않다.”

한국의 득점 대비 실점은 2023년 U-17 아시안컵 우승국 일본보다 많다. 한국과 일본은 똑같이 6경기를 벌였다. 한국은 15점을 득점하고 7점을 잃었지만, 일본은 22점을 득점하고 6점을 잃었다. 한국은 일본보다 득점이 더 적으면서 실점이 한 점 더 많다.

황지수 감독은 “공격이 들어왔을 때 골키퍼 홍성민(포항제철고) 선수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실점이 있었다. 프로 유스팀 경기였다면 두 골 정도는 선방할 수 있었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홍성민 선수가 큰 무대에서 긴장한 탓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홍성민 선수는 골키퍼치고 키가 작은 편에 속하지만, 공의 궤적을 예측해서 반응하는 속도가 뛰어나다. 황 감독은 “골키퍼는 실점했을 때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쉬운데 홍성민 선수는 경기에서 자책하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멘탈 회복 능력이 출중한 편”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5월 U-17 축구대표팀 중 처음으로 심리기술훈련(PST)을 받았다. 이재환 황지성 선수(대건고)가 소속된 인천유나이티드 유스팀은 올해도 PST를 지원한다. 선수들은 심리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운다.

스포츠심리학 전문가인 이상우 박사는 팀 빌딩, 개인 성장, 심리기술의 세 가지 영역에서 선수를 맞춤형으로 관리한다. “유소년 선수가 더 큰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멘탈 관리가 꼭 필요하다. 중요한 순간에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 임현섭(왼쪽) 고종현 선수는 아시안컵에서 각각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로 뛰었다. (수원삼성 제공)
▲ 임현섭(왼쪽) 고종현 선수는 아시안컵에서 각각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로 뛰었다. (수원삼성 제공)

대표팀은 11월 10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2023년 FIFA U-17 남자 월드컵을 준비하는 중이다. 8월 9일부터 11일까지 파주 FNC에서 6차 국내 훈련을 마쳤다. 팬들은 탄탄한 기본기와 거침없는 공격축구를 보여준 선수들을 황금세대라 부르며 기대한다.

대표팀 주장이었던 김명준 선수는 “(우리가) 황금세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히 노력해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받는 평가라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김명준 선수는 “월드컵 4강 이상을 목표로 한다. 꼭 이루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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