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46개 여성단체는 영화 개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6월 27일 열었다. 이들은 영화 개봉 취소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같은 달 30일에 다큐멘터리 제작 단체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과 감독 김대현 씨를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권력형 성범죄 근절’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도 7월 5일 열렸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넥스트민주당(NDP·민주당 청년 정치인 모임)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토론회에서는 박원순·안희정·오거돈 사건과 같은 권력형 성폭력에 침묵하는 민주당을 비판하고 대안을 촉구했다.

▲ 영화 ‘첫 변론’ 포스터(출처=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 영화 ‘첫 변론’ 포스터(출처=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박원순다큐멘터리제작위원회의 민경국 대표간사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단순히 박 전 시장을 미화하려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잘못 알려지거나,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맥락과 내용을 전달함으로써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그는 언론과 여성단체가 2차 가해라고 주장하며 제작 단체를 공격한다고 말했다. 영화 내용을 확인한 사람은 제작자뿐인데, 무엇을 근거로 2차 가해로 규정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압박 때문에 시사회 장소를 대관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8월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난관이 있어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민들이 다큐멘터리를 직접 보고 각자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완성과 배급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피해자 측은 영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김재련 변호사는 “사건의 본질이나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다루면 의미 있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며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이었다.

그는 영화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일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피해 사실을 국가인권위원회, 법원과 같은 국가기관이 사실로 인정했는데 이를 부정하고 왜곡한다고 했다.

“피해자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권리 구제 절차를 밟았고 피해자라고 증명을 받았는데, 이를 부정하는 내용을 법적 절차 이외의 영역에서 하는 일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다.”

우리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피해자들에게 어떤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받고 문제를 제기하면 ‘너도 이렇게 될 거야’를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 변호사는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침묵하지 말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 공동체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런 영화를 비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차 가해를 했을 때 징벌에 가까운 배상 책임을 물리고 엄중한 형사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영화 개봉 논란에 여러 시민단체가 움직였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다큐멘터리가 예정대로 상영되면 박 전 시장 피해자는 물론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입힐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이유를 밝혔다.

당사자가 아닌데도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2차 가해를 우려해 영화 개봉 규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2차 피해도 문제지만 나쁜 선례가 나온다는 점에서도 문제”라고도 했다.

박 전 시장이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입장일까. 이대호 전 서울시 미디어비서관은 민주당이 이 논란에 나서서 입장을 표명할 분위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서울시에서 근무했다.

이 전 비서관은 “민주당이 해야 할 숙제 중 권력형 성범죄 근절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하는데 혁신위는 불체포특권, 공천 같은 사안이 우선이다. 혁신위가 끝날 때까지 근본적인 문제들을 하나도 다루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민주당의 현재 가장 중요한 역할은 어려운 사람 편에 서는 일인데,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국민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침묵하는 태도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사안을 해결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과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속한 넥스트민주당이 7월 26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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