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피해자 모임인 4‧16재단이 7월 18일 충남 천안의 서점(가문비나무아래)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재단과 인권기록센터 ‘사이’가 ‘7‧18 공주사대부고병영체험학습 참사’의 10주기를 앞두고 백서를 만들면서다.

유족 이후식 김영철 씨와 공주사대부고 57기 동기 강우승 씨(27), 세월호 유족 강지연 씨, 백서를 집필한 성공회대 사회과학연구소 유해정 연구위원과 오지원 변호사가 발언자로 참여했다. 재단 박성현 팀장이 진행을 맡았다.

행사는 백서 발간의 의미를 짚으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태안 사설해병대캠프 참사’로 불렸다. 박 팀장은 피해 특성과 맥락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유족과 보고서 집필진의 판단에 따라 참사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우승 씨는 “그때의 사고가 여러 친구에게 크고 작은 형태로 상처를 주었을 것이고, 그 상처를 가만히 놔두는 것보다 그것의 의미를 되새기며 조금씩 치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참사 기록 과정에)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했지만, 집필진과 인터뷰를 앞두고 동기들과 이야기하며 깨달은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아직도 많이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요.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을 내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피해자(고 이병학 군) 아버지인 이후식 씨는 “우리 다섯아이들이 희생당하지 않았으면 과연 나와 우리 가족은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만큼 이 사회가 냉담하고 무관심했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는 백서 제작을 두고 유족 사이에 이견이 있었지만 피해자가 시작하지 않으면 이런 작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는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고 김동환 군) 아버지인 김영철 씨는 백서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백서가 나만의 것이 아니겠구나. 참사를 세상에 알려 재발 방지의 중요성을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시키자는 마음이 컸다”고 제안을 수락한 이유를 설명했다.

▲ 백서 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
▲ 백서 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

세월호 유족 강지연 씨는 “저는 (백서를) 안 쓰겠다고 한 사람 중 하나였다”며 참사 당시를 떠올리는 일 자체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엄마 아빠가 아니면 참사를 기억하는 일을 누가 하겠나. 엄마 아빠가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마음을 바꾼 계기를 설명했다. 세월호 백서는 참사 10주기인 내년에 발간된다.

유해정 연구위원은 “세월호 유족이 청운동에서 농성할 때 함께 있었는데, 누군가가 팻말을 앞뒤로 두르고 옆에 있었다”며 그분들이 공주사대부고 참사 유족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참사가 기록되지 못한 것에 부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백서를 쓰기 위해 57기 졸업생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같이 현장에 있던 30여 명의 학생에게 누구도 이 사건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이 같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죄책감을 짊어졌을 거고 사회가 그 부분을 살피지 않았다고 했다.

유 연구위원은 백서를 쓰면서 자료가 부족해 아쉬움을 느꼈다. 10년 전 사건이라 얻을 수 있는 자료가 한정적이었다. 심층 인터뷰도 어려웠다. “2015년 유족분들이 했던 인터뷰와 비교했을 때 이번 답변이 달라졌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바로 기록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집필진은 피해자 부모와 57기 졸업생을 만나 사건을 재구성했다. 또 각자 관점에서 참사를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담았다. 마지막에는 숨진 학생 5명의 삶을 담았다. 5명에 대한 기억을 모아서 ‘이 친구들이 이렇게 살다 갔구나’가 느껴지도록 구성했다.

유 연구위원은 백서를 쓰면서 유족이 몇 년 만에 웃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듣는 귀도 필요하다. 듣는 귀가 열릴 때 좋은 결실이 맺어진다.”

오지원 변호사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장이다. 그는 “학교와 학교장이 무책임하고 사회가 안전에 투자하지 않은 대가를 아이들이 치른 것이 죄송스럽고 속상하다”고 했다.

오 변호사는 참사 경험이 축적되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참사 수준이 되지 않으려면 국가 역할이 중요하다며, 사상자 숫자를 줄이는 일과 함께 정보전달체계와 정보전달을 섬세하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사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느냐고 진행자가 묻자 김영철 씨는 “당시에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를 사교육 하듯 돈 주고 사서 배울 수 있다면 좋았겠다”며 백서가 아이들 이름으로 남아서 또 다른 아이들에게 마음의 양식으로 남아 추가 참사를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우승 씨는 “기사가 수치나 참혹성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건 한순간의 자극적인 감정을 일으킬 뿐 오랜 잔상을 남기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읽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한 명의 동환이가, 한 명의 병학이가, 한 명의 우석이가, 한 명의 준형이가, 한 명의 태인이가 생겨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북콘서트는 재단이 6월에 시작한 ‘생명안전버스’ 행사의 하나로 10월까지 계속된다. 8월에는 대구지하철 참사 유족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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