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은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기자가 7월 4일 오전 11시 30분경 찾았을 때, 상인들은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가판을 정리하거나 이른 점심을 준비했다.

양쪽으로 죽 늘어선 점포 사이를 걸었더니 상인들 눈길이 쏟아졌다. 손님 없는 시장 통로에 상인 3, 4명이 모여 대화를 나눴다. 일부는 의자에 앉아 휴대폰만 봤다. 약 40분 동안 1층에서 손님을 4, 5명 정도만 봤다. 손님보다 취재진과 방송국 카메라맨이 더 많았다.

“뭐 찾아요?” (상인)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서 취재하러 왔습니다. 몇 가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기자)
“기자구만?” (상인)
“우리가 얘기를 해드릴 필요가 없어요. 자꾸 기자들이랑 정치인들이 와서 장사가 안 되니까 말씀 못 드리겠다 이거에요.” (상인)

기자라고 했더니 상인 5, 6명 모두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모두 언론에 지친 듯 보였다. 어렵사리 가나안수산 사장(60대)의 이야기를 들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20년째 장사를 한다. 오염수 방류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우려를 쏟아냈다.

“우리가 이렇게 다 원산지 표시를 해 놓잖아요. 저 가리비 일본산은 예전부터도 들어오던 건데 (방류 소식 전해지고 나서부터) 사람들이 안 사요.” 손님은 코로나 시기보다 더 줄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7월 3일 이곳을 찾았다. 앞서 6월 30일에는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이 수조에 담긴 물을 손으로 집어 마셨다.

정치인 방문을 회상하며 가나안수산 사장은 “뭐, 보여주자는 행동인지. 아직 오염수 방류도 안됐는데 와서 뭐 할라고. 이건 국민한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야”라고 했다. 금성수산 직원 김모 씨(30)는 “여당, 야당이 서로 논쟁만 하고 국민에게 대책이나 안심을 시켜주지 못하는 부분이 좀 안타깝다”고 했다.

기자는 2층으로 올라갔다.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기자에게 어느 가게 사장은 “둘러보고 오세요. 다 똑같으니까”라며 명함을 줬다.

안내문에는 수산시장 상인이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나온다. 낮 12시 30분경 남자 손님 5명이 수산물 판매장으로 들어서자 앉아있던 가게 주인 대여섯이 일제히 일어났다.

2층 수산시장 뒤쪽에는 식당이 있다. 20곳 중 12곳에 손님이 있었다. 대부분 1, 2개 팀이었다. 어느 식당에는 연예인 사인과 사진이 벽에 가득했지만 손님이 없었다. 안에서 나온 남성이 “그 후쿠시마 오염수 땜에 사람이 없네, 없어”라며 지나갔다.

▲ 노량진 수산시장(왼쪽)과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내부
▲ 노량진 수산시장(왼쪽)과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내부

기자가 7월 7일 오후 4시쯤 찾은 인천 남동구의 소래포구 역시 비슷했다. “언니 2만 원에 해줄께~.” “싸게 해줄게, 좀 보고 가!” 노량진 수산시장보다 호객행위가 적극적이었다.

1시간 반 정도 둘러봤는데 손님은 5명 정도였다. 여기서 조개천국 가게를 30년째 한다는 양용숙 씨(64)는 조그만 의자에 앉아 바지락을 손질했다. 비수기임을 고려해도 매출이 작년 반토막이라고 했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안전하다고 발표했으니 결국엔 오염수를 방류할 걸로 안다면서도 타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기서 평생 벌어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 과연 사람들이 수산물을 안 사 먹고 언제까지 어떻게 버틸 것인가, 과연 그렇게 (수산물을) 안 사 먹고 살수 있느냐 없느냐도 문제다.”

젓갈을 파는 전인수 씨(68)는 평소 손님들이 회를 먹으러 많이 왔는데, 지금은 현저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회 잡수러 오면 여기서 젓갈도 사는데 오는 손님이 없으니까 타격이 있죠.”

이날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제27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수급조절을 위한 정부의 수산물 비축 목표를 역대 최대 수준인 7만 6000t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소비 감소로 인한 수산업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대명상회 윤인옥 씨(60대 초반)는 “우리처럼 활어 파는 사람들이랑은 하등 관계가 없는 소리죠. 그 비축이라는 것도 되는 품목이 있고 안 되는 품목이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 수원 중앙식자재마트의 수산코너
▲ 수원 중앙식자재마트의 수산코너

기자가 7월 5일 방문한 경기 수원시 중앙식자재마트. 정육과 수산코너가 붙어있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수산코너에서 일하는 임 모 씨(43)는 “예를 들어 손님이 1000명이 오면 400명은 이 코너를 보고 갔지만, 지금은 70명뿐”이라고 말했다.

전단지에는 전복, 활어회 등 할인을 알렸지만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임 씨는 언론이 오염수 방류 소식을 계속해서 보도해서 큰 부담이 된다며 수산코너가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인터뷰를 하는 10분 동안 생선을 장바구니에 넣는 손님은 없었다. 정육코너 앞에서는 4, 5명이 가격표를 봤다.

오염수 방류는 일식집에도 문제다. 7월 6일 낮 12시 10분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오늘은 초밥’ 식당엔 손님이 1명 있었다. 매출 변화를 묻자 손승현 씨(46)는 한숨을 쉬었다. “불안은 한데 모르겠어요. 직접 겪어봐야 뭐라도 알 텐데….”

신촌 대학생 사이에 유명한 초밥집 ‘기꾸스시.’ 여기 직원은 “단골손님 사이에서 오염수 방출되면 이제 수산물 안 먹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그는 8월 이후 다가올 매출 감소를 우려하면서도 “손님도 걱정이 있어서 그러는 건데 또 오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라고 했다.

영양사에게도 영향이 있었다. 요양병원 영양사 성은진 씨(22)는 수산물값이 올라 단가를 맞추려고 수산물 비율을 줄였다. 소금은 원래 이용하는 식자재 업체에 입고되지 않아 외부 업체를 통해 들여온다.

그는 수산물이 주재료일 때는 단백질이 많은 부재료를 추가해 수산물 양을 줄였다. 성 씨는 기피 현상 때문에 수산물을 배제하면 음식을 다양하게 제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직장인 서상은 씨(23)는 한 달에 한 두 번은 일식 오마카세를 포함해 해산물을 즐긴다. 그는 “고급 오마카세 식당의 경우 사장님들이 국내산 생선을 매일 직접 구해오는 걸로 아는데, 국내산 생선도 오염수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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