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21일은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이다. 각국 문화를 존중하고 문화 차이로 발생하는 민족 간 갈등을 극복하려는 목적으로 UN이 지난 2002년에 제정했다. 법정기념일이기도 하다.

문화다양성법 제11조를 보면, 문화다양성의 날부터 1주일 동안을 ‘문화다양성 주간’으로 정한다고 나와 있다. 이 기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지역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한다.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이 기간에 열리는 축제 중 하나다. 세계 여러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한 취지로 서울 성북구 성북로 일대에서 열린다. 2008년부터 시작해 올해 15회를 맞이했다.

5월 21일 오전 11시 30분, 수도권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축제 현장을 찾았다. 축제가 열리기 전이라 참가자들과 진행 요원들이 축제 준비로 분주했다.

오후 12시가 되자 행사를 진행하는 MC가 마이크를 잡고 축제의 취지를 설명하며 축제의 막을 열었다. 그러는 동안 방문객들이 음식을 파는 부스에 모여들어 줄을 서기 시작했다.

▲ '제15회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축제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세계 각국의 음식을 파는 부스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제15회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 축제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세계 각국의 음식을 파는 부스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오산에서 온 한정호 씨(53)는 이 축제에 처음 참여했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하고 싶어서 이곳을 찾았다. 알게 된 경로는 인터넷 광고다. 그는 가족과 함께 부스에서 파는 팟타이, 짜조, 동파육 등 여러 음식을 가족과 함께 먹고 있었다. 한 씨는 “경험 삼아서 오는 건 나쁘지 않겠다”고 했다.

인천에서 찾아온 주영진 씨(29)도 이 축제가 처음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이 행사를 알게 됐다. 평소에 맛보기 어려운 중남미 음식을 경험하려고 이곳을 찾았다. 그는 이 축제를 추천할 만하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음식이 있고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습니다.”

행사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 씨는 행사가 무질서한 점이 불만이다. 그는 “공간도 너무 좁고 길거리에서 사람이 먹는 상황이 별로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주 씨도 “다닐 수 있는 곳이 좁아서 아쉽다”고 했다.

▲ 앉을 자리가 부족해 일부 방문객들이 화단 옆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 앉을 자리가 부족해 일부 방문객들이 화단 옆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앉아서 먹을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방문객들이 많았다. 행사 측에서 마련한 공간이 부족해 길거리에서 먹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돗자리를 가져온 방문객도 있었다.

주변 카페에는 오후 3시가 되자 손님들이 가득 찼다. 카페 ‘성북동콩집’에서 일하는 임민지 씨(34)는 평일에는 한가롭고 주말에도 이렇게까지 많이 오는 경우가 없지만 이 축제 기간에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부스에서 음식을 파는 참여자들은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의 취지를 살리고자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교류를 통해 한국인 또는 내국인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려는 목적이 있다.

44번 부스 현수막에는 ‘윗동네아이들 Uptown boys’라고 적혀 있다. 탈북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참여하는 부스다. 두부밥, 김치 두부밥, 북한 순대 등 북한 음식을 판다. 오전 11시에 판매를 개시한 음식은 오후 2시도 되지 않아 다 팔렸다.

▲ 북한 음식을 제공하는 부스의 메뉴가 모두 소진됐다
▲ 북한 음식을 제공하는 부스의 메뉴가 모두 소진됐다

이 부스에서 음식을 파는 김태훈 씨(47)는 탈북민 출신이다. 북한을 이탈한 청소년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우리들의성장이야기’를 성북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탈북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이 축제에 참여한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면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겠다고 생각해서다. 올해가 6번째다.

부스를 찾는 방문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그는 자신과 학생들이 탈북민이란 사실을 방문객에게 말했을 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을 느꼈다고 했다. “우리가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행사할 때마다 늘 들어요.”

 이 축제에는 동네 이주민뿐 아니라 각국의 주한 대사관도 참여한다. 자국의 음식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18개국 대사관이 참여했다.

주한 에콰도르 대사관이 맡은 부스에 참여한 루이스 아폴로 씨(26)는 대사관을 돕기 위해 자원해 참여했다. 에콰도르계 미국인인 아폴로 씨는 프리랜서 기자다. 요식업 종사자는 아니지만 에콰도르 문화를 알리기 위해 이 축제에 참여했다. 그는 이번 행사가 한국인들이 에콰도르 음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은 이번 행사에 처음 참여했다. 팔기 위해 준비한 메뉴는 오후 1시가 되기 전에 다 팔렸다. 무료로 제공하는 사우디 커피, 대추야자, 대추야자가 들어간 과자인 ‘마물’도 모두 소진됐다.

사우디 대사관 역시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이 행사에 참여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음식은 문화교류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부스에 음식은 없지만 방문객들은 부스 측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사우디 전통 의상을 입어보기 위해 부스를 찾았다.

파키스탄 출신 빌랄 무함마드 씨(21)는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이 운영하는 부스를 찾았다. 친구와 함께 왔다.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일하는 친구의 부모가 부스에서 음식을 판다고 해서다.

부스의 음식이 파키스탄 요리라서 무함마드 씨의 입맛에 맞다. 다만 날씨가 아쉽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햇빛이 너무 따가워요.”

이 행사에는 음식만 판매하지 않았다. 알뜰시장처럼 돗자리를 깔고 중고 물건을 판매하는 참여자들도 있었다. 전통문화 공예 놀이나 모시 빗자루 만들기 등 체험을 제공하는 부스들도 여럿 있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알록달록협동조합’은 부스에서 의류 및 잡화를 팔기 위해 나왔다. 이 업체는 결혼한 이주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원활한 사회적 통합을 위해 만들어졌다. 해당 업체 이사장인 신선화 씨는 작년에도 참여했다고 했다. 그는 축제에 유동인구가 많아 행사 참여가 단체 홍보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내년에도 참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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