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이 2023년 8월 개봉한다. 여성신문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사망 3주기(7월 9일) 전후로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영화 제작은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라는 단체가 주도했다. 4월부터 지지자로부터 후원금을 모금했다. 이 단체는 동명의 유튜브에 “2차 가해라는 명목으로 강요된 침묵을 깨며 사실은 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던지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고 제작 취지를 설명했다.

논란이 빚어진 가운데 ‘권력형 성범죄 근절’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가 7월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넥스트민주당(NDP)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NDP는 민주당 청년 정치인 모임이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이대호 전 서울시장 미디어비서관, 신용우 전 충남지사 수행비서가 발표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과 이재정 전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등 4명은 토론에 참여했다. 좌장은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토론회 참석자들은 피해자에게 연대를 전한다는 의미로 손을 내밀었다.
▲ 토론회 참석자들은 피해자에게 연대를 전한다는 의미로 손을 내밀었다.

이대호 전 비서관은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서울시에서 근무했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 단체장 권력에 대한 견제 부족 ▲ 반인권적 조직 문화 ▲ 공적 자원을 사유화하는 문화 등을 권력형 성범죄 원인으로 지적했다.

특히 그는 “서울시장 성폭력 건의 경우 가해자가 밤늦게 문자를 보내서 성희롱했다”면서 “이런 행위의 배경에는 공사 구분이 모호한 환경이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시장 비서실 업무 중에는 자는 시장을 깨우고 시장의 옷을 정리하거나 간식을 가져다주는 일이 있었다.

비서가 업무 특성상 사적인 일을 처리할 경우가 많은데, 비서와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라고 상급자가 느낄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비서가 친절하게 대하는 건 어디까지나 업무이기 때문인데, 상급자는 사적인 배려나 호감의 표현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

그는 비서실 의전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당 차원에서 만들자고 제안했다. 어디까지가 공적 업무인지 선을 명확하게 긋자는 뜻이다. 또 당 소속 단체장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권력형 성범죄가 발생하면 보좌진의 대응 매뉴얼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신용우 씨는 2018년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도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임자로서 피해자 김지은 씨에게 수행비서 업무를 인수인계했고, 안 전 지사 재판 1심과 2심에 피해자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신 씨는 “가해자 측에서는 제가 진실을 증언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면서 “재판 과정에서 많은 압력과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충남도청에서 나온 직후 공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노점상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신 씨는 “대한민국 권력형 성폭력 문제는 피해자 개인과 가해자 거대 권력 집단과의 싸움이었다”라며 “가해자는 하루빨리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노력하라”라고 촉구했다. 또 “이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민주당이 성폭력을 끊어내겠다는 약속 또한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정 씨는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현직 보좌진이 참여하기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해 오늘의 토론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실 보좌진으로 일했다. 정치권에는 성폭력 피해를 쉽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고 했다. 국회는 특히 ‘소문과 평판’이 생계를 좌지우지하는 곳이라, 의원 평판이 나빠지면 보좌진 생계도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의원이 고함을 지르기 시작하면 보좌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소리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모든 문부터 닫고 잠그는 것”이라는 보좌진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했다.

이재정 씨는 “의원의 업무 전반을 돕는 게 보좌진의 임무이기 때문에 지시 사항이 정당한지 부당한지 일일이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면서 업무의 적절성을 따지는 게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했다.

민주당에는 젠더폭력상담센터 등 권력형 성범죄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신고 및 상담, 조사체계가 있다. 이에 대해 이재정 씨는 “센터장은 누구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가 되어버렸고 현재도 공석”이라면서 역할이 모호하고 위상이 낮은 탓이라고 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영화 ‘첫 변론’에 대해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주변인을 찾아다니면서 그에 관해 묻고, 이를 마치 정당한 취재이고 검증인 것처럼 상영하는 것은 엄청 나쁜 선례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이 어떤 특정 사건 하나만 가지고 이렇게 된 게 아니다”라면서 안 전 지사, 박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적 의혹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투기 논란을 거론했다.

“이런저런 사건이 있을 때 대응하는 민주당의 태도와 입장이 매우 애매모호하고 구차한 변명 또는 비호를 하는 것들이 모여모여 있는 것 아니겠냐.”

박지현 전 위원장은 “(민주당은) 성범죄가 발생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면 납작 엎드려 사과했지만, 화살이 지나가면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다”면서 “늘 그랬기 때문에 성폭력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주최 측은 토론 내용을 추려 만든 제안서를 민주당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은경)에 전달했다. 젠더폭력신고센터의 기능과 위상 격상, 피해자 일상 회복 지원 제도 마련, 성폭력 관련 법률 당규 및 윤리 규범 개정, 성평등 교육 의무화, 의전 가이드라인 제정 및 보급 등 5가지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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