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주제=우리 사회 갈등과 젠더
일시=2023년 6월 28일(금) 오후 2시~4시 50분
방식=온라인 화상 회의
사회=윤혜정(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연구원)
좌장=최희경(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소장)
발제=오재호(경기연구원 연구위원) 김원정(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평등전략사업센터장) 김채윤(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토론=홍성수(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 김보명(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안지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가 6월 28일 우리 사회의 갈등과 젠더를 주제로 온라인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젠더는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주요 이슈의 하나였다.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청년젠더공감 특별위원회를 지난 4월 출범시켰다.

세미나는 최희경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소장의 개회사로 오후 2시 시작했다. 50여 명이 줌(Zoom)으로 참석했다.

첫 발표자인 오재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인권이 신장된 역사를 시간순으로 소개했다. 1870년대 조선 개화기부터 1980년대 대한민국 민주화 시기, 2010년대 페미니즘 운동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을 20분에 압축했다.

그는 1990년대를 강조했다. “법과 제도가 개선된 사회에서 태어난 세대가 1990년대 이후 출생자다. 법을 만든 분들은 남아선호사상이 남아 있던 세대 분들이다. 법이 지적하는 문제와 1990년대생이 실제 겪는 사회가 달라 문제가 생긴다.” 제도가 세대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탓에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뜻이다.

100년 전 젠더 이슈가 ‘여성도 사회진출에 힘써야 한다’는 슬로건을 앞세웠다면,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남녀의 대학 진학률과 고용률이 비슷해졌다. 오히려 여성할당제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여성할당제는 공직과 기업에서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채우게 하는 제도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2002년 남성 62%, 여성 85%가 여성할당제에 찬성했지만, 인식이 점차 바뀌어 2018년 남성 68%, 여성 43%가 여성할당제는 역차별이라는 데 동의했다.

오 연구위원은 모두 똑같은 결승선에 서는 ‘결과적 평등’이 아니라 출발점을 비슷하게 맞추는 ‘기본적 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구나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본적 조건만 맞추면 충분하다는 의미다.

▲ 젠더법학연구소 세미나 화면
▲ 젠더법학연구소 세미나 화면

토론자로 나선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1990년대 들어 성평등 상황이 개선됐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고 했다.

홍 교수는 일자리 형태에 주목해 달라고 했다. 여성 고용 비율은 20대에 정점을 찍다 30대에 들어서 하락한다. 임금이 높아지는 시기에 경력 단절을 겪고 돌아오면 비정규직 일자리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20대는 남성 고용률이 여성보다 오히려 낮다. 젊은 세대는 자기 친구를 봤을 때 여자가 취업이 더 잘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 고용이 질적으로 좋은가 생각해봐야 한다.”

남성 유급휴직 기간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긴 휴직 기간을 보장하지만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남성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건 사회적 요인에 의한 강요라고 봤다.

“제작년 인기를 끈 ‘오징어게임’ 참가자를 봐라. 자발적으로 게임 참여했다고 하지만 그들이 정말 제 발로 들어갔나? 구조적 문제가 없었다면 안 들어갔다. 우리 현실도 똑같다.”

갈등을 부르는 주장인 군 복무 이야기도 꺼냈다. “남성이 군 복무 의무를 지는 건 한눈에 보인다. 반면 여성 차별은 가시적이지 않아 무슨 불이익을 받느냐는 인식이 확산됐다.”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도 징병제 논의가 청년 남성의 문제의식이 발화된 지점이라고 봤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청년 남녀 간 불화가 아니라 사회 제도와의 불화다.”

김 연구원은 재보궐선거가 있던 2021년 1월에서 8월 온라인 커뮤니티의 검색 키워드를 분석했다. 남성이 주로 활동하는 ‘남초 커뮤니티’에선 페미니즘 비판, 징병제, 여성정책 비판이 주요 키워드로 뽑혔다.

‘여초 커뮤니티’는 건강, 가족, 생활이 위주였다. 성범죄, 경찰, 가정폭력 등도 높은 빈도수를 보였다. 김 연구원은 두 성별 간 인식 격차를 줄일 논의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보명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여성정책의 방향성을 지적했다. “젠더 갈등은 사실 국가 정책에 대한 불만이다. 고용정책, 일과 가족의 양립, 성폭력을 하나로 묶어 젠더 이슈로 만드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김 교수는 사회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소비하는 양상을 비판하며 청년세대의 진짜 생애 계획에 기반한 여성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채윤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온라인 성폭력 용어에 집중했다. 김 전문위원에 따르면 언어적 성폭력은 크게 ▲ 사이버 불링 ▲ 메시지 반복 전송 ▲ 강요 및 협박으로 나뉜다. 온라인에서 여성임이 노출되면 무분별한 사이버 불링 공격이 발생한다.

“책 ‘82년생 김지영’ 후기를 남긴 누리꾼에 무차별 악플을 남겨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남성 혐오 제스처를 쓰는 게 남성 혐오자라는 주장을 수용할 때까지 괴롭힌 사건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차 가해 문제도 꼬집었다. “N번방 사건 당시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 온라인에 퍼졌다. 댓글창에는 골빈 피해자 잘못이라는 악플이 무수히 달렸다. 결국 피해자 대리인이 신상 털기를 멈춰달라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정보 필터링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유통책임자는 불법 촬영물이 퍼지지 않도록 책임자를 지정해야 한다. 그러나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형사처벌을 할 것이냐, 금지규정 관리의 과태료를 물 것이냐. 이런 걸 논의해야 한다. 교육이나 내부 징계는 근거 규정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첫 발표자인 오재호 연구위원은 이렇게 강조했다. “성평등을 이상적으로 실현한 사회라면 성별 구분 없이 사람만 남아야 한다. 젊더라도 몸이 아프면 보살피고, 남성이라도 눈이 안 보이면 전투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 여성이라도 사격 잘하면 군에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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