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서울 강남구의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 앞. 건물 4개를 지나니 왼편에 횡단보도가 보인다. 보행신호를 기다리는 시민 옆에 전동킥보드 1대가 보인다.

전동킥보드는 제대로 주차한 게 맞을까? 아니다. 횡단보도 전후 3m 이내에는 전동킥보드를 주차할 수 없다. 반납 금지구역이다.

서울시는 2021년 7월 불법 주‧정차된 전동킥보드 견인을 6개 자치구에서 시행하고 전 자치구로 확대했다. 신고가 접수되면 구청이 운영하는 견인업체가 전동킥보드를 견인한다.

자전거 도로, 지하철역 출구 전면 5m, 점자블록 등, 사고가 날 우려가 크고 교통약자 통행에 위협이 되는 5곳은 즉시 견인구역이다. 전동킥보드 앱의 지도에는 즉시 견인구역을 반납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다른 색깔로 구별했다.

하지만 반납 금지구역에도 전동킥보드가 버젓이 있다. 기자는 30분간 압구정 로데오거리와 카페 골목을 걸었는데 반납 금지구역에 있는 전동킥보드를 4대 발견했다.

▲ 횡단보도 옆의 전동킥보드
▲ 횡단보도 옆의 전동킥보드

서울시에서 전동킥보드가 많이 견인되는 곳은 강남구다. 가장 최근인 올 1월 강남구의 전동킥보드 견인 대수는 639대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전동킥보드를 견인하는 이인직 씨(37)와 5월 11일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만나 약 1시간 동안 같이 돌았다. 이 씨는 “강남구에 전동킥보드가 워낙 많아서 골목만 들어가면 아무 데나 주차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압구정동의 골목마다 전동킥보드가 보였다. 여러 대의 전동킥보드가 공유 자전거와 함께 엉켜있거나 쓰러져 있었다. 이 씨는 강남구에서 하루 100건 이상의 신고가 들어온다고 했다. 이날 낮 12시 30분경 이미 72건이 신고됐다.

서울시가 만든 전동킥보드 신고 사이트에 들어가면 전동킥보드의 QR코드를 찍고 주‧정차 위반유형을 골라 신고할 수 있다. 위반유형은 ‘즉시 견인구역’과 ‘그 외 지역’으로 나뉜다.

즉시 견인구역으로 신고되면 견인업체가 전동킥보드를 즉각 견인한다. 견인업체는 이 서비스로 돈을 번다. ‘그 외 지역’으로 신고되면 전동킥보드 업체가 먼저 견인하도록 유예시간(3시간)을 준다. 그 후에도 견인이 안 되면 견인업체가 수거할 수 있다.

전동킥보드가 즉시 견인구역에 주차했어도 출퇴근 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이 아니면 1시간 유예한다. 단, 보행자와 차량이 분리된 차도 및 자전거 도로는 시간대와 관계없이 바로 견인된다. 이 씨는 “즉시 견인구역보다 ‘그 외 지역’ 신고가 더 많은 편”이라고 했다.

▲ 압구정 로데오 거리 골목. 쓰러져 있는 전동킥보드
▲ 압구정 로데오 거리 골목. 쓰러져 있는 전동킥보드

방치된 전동킥보드는 거리의 위험물이다. 김다혜 씨(26)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잘못 주차된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진 적이 있다. 좁은 보도의 내리막길에서 문자를 보며 급히 내려오다가 전동킥보드를 보았지만, 튀어나온 뒷바퀴에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핸드폰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이상한 자세로 넘어지다보니 팔꿈치가 까지고 무릎에 멍이 들었어요.”

마포구 홍대입구역 주변에도 마구 주차된 전동킥보드가 눈에 띄었다. 지하철 3번 출구 쪽에는 전동킥보드가 통행을 방해했다. 전동킥보드는 반납금지구역만 아니면 어디든 주차할 수 있다.

보행자도로에 전동킥보드를 세워놓는 경우도 허다했다. 성인 2명이 함께 걸으면 비좁은 폭의 보도에도 전동킥보드가 있어서 통행이 불편했다.

김 씨도 서울에 살면서 종종 전동킥보드를 이용한다. 그는 구청에서 주차구역을 만든 걸 알았지만 반납이 가능한 구역 중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하는 편이라고 했다.

▲ 역 출입구 앞의 전동킥보드(왼쪽)와 신촌역의 PM 주차구역
▲ 역 출입구 앞의 전동킥보드(왼쪽)와 신촌역의 PM 주차구역

서대문구의 신촌역 2번 출구 옆에 ‘개인형 이동장치(PM‧전기가 동력인 1인용 교통수단) 주차장’ 표지판이 보였다. 그 아래 흰 주차선 안에 12대의 전동킥보드가 줄지어 있었다. 주차구역에 넣으려는 듯 뒷바퀴만 선에 걸친 전동킥보드가 보였고, 그 옆에 여러 대가 선밖에 놓였다.

서울의 전동킥보드 주차구역은 192곳이다. 대부분 지하철 출입구와 버스정류장 쪽이다. 강남구는 골목마다 많은 킥보드가 보이지만, 주차구역 11곳은 모두 지하철 출입구 근처다.

서울시 개인형 이동장치 업무 담당자(보행자전거과)는 전동킥보드 회사로부터 자주 반납되는 곳의 리스트를 받고, 수요 조사 후 주차구역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주차구역도 교통시설이라 마음대로 설치할 수 없고, 경찰서 교통부서와 협의를 거쳐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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