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간협)가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반발하며 5월 19일 집회를 열었다. 간협 추산 간호사 5만 명(경찰 신고 3만 명)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일대에 모였다. 간호법은 간호사 자격과 업무 범위를 다른 의료 직무와 정확히 구분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기자는 오후 1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흰 티셔츠와 어두운 바지를 맞춰 입고 간호사들이 지역별 피켓을 따라 줄지어 걸었다. “대구는 저짝(저쪽)이에요.” 수도권부터 제주까지 전국에서 모인 간호사들이 도로에 앉았다. 파란 ‘간호법’ 피켓을 손에 들었다.

이날 기온은 영상 28도. 간호사들은 양산을 쓰거나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사회자는 날이 덥다며 어지럼증을 느끼면 응급처치를 하겠으니 손을 들라고 말했다.

어느 간호사가 “여기 다 간호산데 내가 하면 되지”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간호사는 병원에서 쓰던 호칭을 거리로 가져왔다. 자리 정돈하는 안내 요원을 ‘선생님’으로 불렀다. 안내 요원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들, 이동 통로 확보해 주세요.”

집회 15분 전,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2층 버스가 도로 옆으로 지나갔다. 간호사들은 파도타기 하듯 피켓을 흔들어 관광객과 인사했다.

▲ 대구광역시간호사회
▲ 대구광역시간호사회

이들은 오후 2시가 되자 구호 9개를 연이어 외쳤다. ‘간호법 거부책임 복지부는 각성하라’ ‘앞뒤 다른 국민의힘 총선에서 심판하자’ 일부 구호에 환호성이 나왔다.

간협 김영경 회장이 개회사를 했다. 그는 단상에 올라 간호법에 반대한 정치인을 강하게 비판했다. “간호법을 악법으로 몰아 간 이들을 심판하겠다.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에 저항하겠다.”

이어 총선기획단을 조직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획단은 ▲ 1인 1정당 가입 ▲ 올바른 정치인 후원 ▲ 합법적 정치활동 참여 ▲ 총선 투표 참여해 악법 프레임 씌운 국회의원 척결 운동을 전개한다.

김 회장은 100년 전 미국과 75년 전 일본을 포함해 세계 90개국이 간호법을 제정했는데 그 나라 의료 체계가 붕괴됐냐고 물었다. 그는 지난 5월 16일까지 8일간 단식 투쟁을 했다.

▲ 간호법 거부권 규탄대회 모습
▲ 간호법 거부권 규탄대회 모습

강류교 보건교사회 회장이 연대사를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2월 서울 종로구의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아 어린이와 했던 대화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중증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다 하니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하라고 했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는 학교에 가지 못한다.” 강 회장은 학업과 치료를 병행하는 학생을 위해서라도 간호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간호법 내용 중 ‘지역사회’ 문구를 문제 삼는다. 간호사가 단독 개업할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주장한다.

의협 김경태 부대변인은 “간호사 처우 개선에 반대하지 않으나 새로운 간호법 없이 현행 의료법 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간호사 의료 범위가 넓어져 설 자리를 잃게 될까 걱정한다.

김예경 씨는 연대사를 하면서 의사와 간호조무사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간호 장교로 근무하다가 중령으로 전역했다.

“전문의 부족으로 의사가 갈 수 없는 지역사회에 간호사가 가겠다는 취지다. 간호사 이기주의가 아니다.” 그는 이어서 “간호법은 간호조무사를 협력자로 본다. 같이 보호받자는 법에 돌 던지지 말라”며 의료인 협력을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2030청년자문단으로 활동하는 서동현 간호사는 동료를 전쟁터로 내몰지 말라고 말했다. 서 간호사는 환자가 언제 찾을까 불안해서 화장실도 못 간다며 안자고 못 쉬는 건 간호사에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환자 파악하고, 인계하고, 수액 믹스하고, 액팅하고, 식사 신청하고….” 업무를 나열하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간호사가 생명을 살리는 자부심으로 일한다며 거짓 주장을 멈춰달라고 말했다.

대구대 간호학과 3학년 소은영 씨는 “간호사의 업무 규정이 명확해져 의료 행위를 할 때 법적 보호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집회 참여 소감을 밝혔다. 26년차 간호사 천아영 씨는 간호사가 법적 보호를 받으며 일하길 원한다며 간호법에 대한 오해가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광화문 네거리의 동화면세점에서 용산구 서울역까지 행진하면서 집회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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