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78)의 9차 공판이 5월 16일 오후 2시, 대전지법 230호 법정에서 열렸다. 정 총재는 여성 신도들을 강제로 추행하거나 준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공판 4일 전, 정 총재의 김도훈 변호사가 사임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양승남 변호사가 김 변호사의 해임 신고서를 같은 날에 제출했다. 해임은 피고인이 변호인의 임무를 그만두게 하는 절차다. 변호인 스스로가 그만두는 사임과 다르다. 이제 정 총재 측 변호인은 7명이다.

취재팀은 오후 1시 35분 법정 앞에 도착했다. 90여 명이 양측 문 앞에 줄을 섰다. 남성 신도가 기다리면서 성경전서를 읽었다.

“밀지 마시고 차례차례 들어가세요. 다칩니다.” 오후 1시 51분, 감호 직원이 문을 열며 소리쳤다. 방청석(39석)이 가득 찼다. 나머지 60여 명은 방청석 양옆에 섰다. 재판이 시작하기 1분 전까지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 법정 230호 앞
▲ 법정 230호 앞

재판부(제12형사부)는 오후 2시 3분 입정했다. 정 총재는 황토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나상훈 부장판사는 추가 병합된 사건(사건번호 2023고합161, 2023고합162)에 대해 먼저 얘기하겠다고 했다.

정 총재에게 진술 거부권이 있다고 나 부장판사가 안내했다. “들으셨죠?” 정 총재는 양손을 귀에 갖다 대며 옆의 변호인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변호인이 두 번을 설명한 후에야 “네”라고 답했다.

검찰은 정 총재를 무고와 강제추행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정 총재는 2022년 5월경 피해자인 홍콩 국적 메이플 씨(본명 Yip Maple Ying Tung Huen·29) 등이 김도형 단국대 교수(반 JMS 단체 ‘엑소더스’ 전 회장)와 공모해 자신을 허위로 고소했다며 맞고소했다.

정 총재는 2018년 8월 4일경 충남 금산군 월명동 수련원 근처에서 골프카를 타고 이동하다 여성 신도의 신체 부위를 만져 추행한 혐의도 받는다.

“피고인은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집행을 종료한 후 10년 이내에 다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고 검사가 말했다. 정 총재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성폭력 범죄를 다시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이유.

변호인은 정 총재가 메이플 씨 등을 고소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고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 총재가 고소인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는 이유.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판결 확정 전에는 무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강제추행에 대해서는 좌석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고소인의 허벅지를 살짝 잡아당겼다고 주장했다. “추행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고의도 없습니다. 공소사실 부인합니다.”

나 부장판사는 “피고인도 변호인과 같은 입장인가요?”라고 물었다. 정 총재는 양손을 귀 옆에 대고 들리지 않는다는 듯 갸웃거렸다. 변호인이 귀에 가까이 대고 설명하자 “변호인 말이 맞다”고 했다.

검사는 다음 기일에 강제추행 피해자 증인신문을 하겠다고 했다. 나 부장판사는 정 총재 측 변호인에게 피해자를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신문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알겠다며 피해자와 골프카를 같이 탔던 다른 신도도 추후 신문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거로 채택된 녹음 파일을 비공개로 검증하기로 했다. 파일은 메이플 씨가 정 총재에게 피해당할 때 녹음했다. 7차 공판을 앞두고 수사기관 실수로 원본이 삭제됐다. 이를 두고 정 총재 측은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나 부장판사는 녹음 파일 검증을 시작하겠다며 오후 2시 16분, 방청객에게 모두 퇴정하라고 했다. 감호 직원이 “서서 방청하던 사람부터 퇴정해달라”고 말했다.

변호인이 “대화 내용 일부가 담긴 프레젠테이션은 방청객에게 공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재판부에 말했다. 나 부장판사는 “검증 절차와 관련됐기 때문에 비공개로 하겠다”며 거절했다.

오후 2시 18분, 방청객이 모두 퇴정했다. 30명 정도는 법정 앞 의자에 앉거나 서서 대화했다. 50대로 보이는 신도 2명은 법정에서 나오자마자 “변호인이 굉장히 성의가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60대로 보이는 남성 2명은 안에서 법정 문을 닫자마자 붙어서 재판 내용을 들으려고 했다. “법정 문 앞에서 들으시면 안 됩니다.” 감호 직원이 제지했다.

오후 2시 20분, 신도 20여 명이 법정 앞 의자에 앉아 3~5명씩 모여서 대화를 나눴다. 60대로 보이는 남성 신도는 짐을 정리하는 기자들을 보며 “기사 쓰겠다고 다 이렇게 몰려왔네. 이걸 뭐하러 쓰는지”라며 혀를 찼다.

20분 정도가 지나자 법정 앞에는 14명이 있었다. 30대로 보이는 여성 신도는 눈을 크게 뜨고 법정을 바라보며 10분 동안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옆에 앉은 30대 남성 2명은 “선생님 건강이 계속 안 좋아지셔서 걱정”이라며 자리를 떴다.

법정 옆 화장실 앞에서는 남성 신도 3명이 서서 대화했다. 그중 1명이 “판사가 왜 방청객이 프레젠테이션을 못 보게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재판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약 1시간이 지났지만, 법정 앞엔 여전히 신도 10여 명이 앉아 기도하거나 성경전서를 읽었다.

한편, 검찰이 추가로 사건을 기소하면서 정 총재의 구속 기간이 최장 6개월 늘었다. 원래 구속 기간은 4월 27일까지였다. 다음 공판은 6월 20일 오후 2시 대전지법 230호 법정에서 열린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