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리 씨(35)는 지난해 10월 반려견 장례를 치렀다. 강아지가 세상을 떠난 날, 포털 사이트에서 반려동물 장례업체를 급히 찾아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문자로 주소를 알려 드릴 테니 그곳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주소를 따라 도착한 곳은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 있는 반려동물장례식장.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 사이에 있었다. 직원은 수의, 관 등 추가 옵션을 붙인 가격을 안내했다. 전화로 안내받은 가격보다 2배가 비쌌다.

박 씨는 꺼림칙한 마음에 발길을 돌렸다. “시설도 깔끔하지 않고, 냄새도 이상했어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이 슬퍼도 이런 곳에서 강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 후, 이 업체가 불법임을 알게 됐다.

기자는 5월 8일, 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안산 내에서 택시로 20분, 버스를 타면 정류장에 내려 30분 이상 걸어야 도착할 수 있다.

문으로 가족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네 명 모두가 검은색 옷을 입었다. 30대 여성은 눈이 퉁퉁 부은 대여섯 살 딸의 손을 잡고 눈물을 훔쳤다. 13년을 함께한 반려견 ‘라온이’를 떠나보냈다고 했다.

이 장례식장이 불법인 줄 알았는지 묻자 “이런 것도 합법 불법이 있냐”고 되물었다. 바로 앞 도로에 ‘불법 소각 적발 시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라고 적힌 안내문이 있었다.

▲ 장례식장 앞 도로에 붙은 불법 소각 단속 안내문
▲ 장례식장 앞 도로에 붙은 불법 소각 단속 안내문

내부는 넓지 않았다. 입구 오른쪽에 사무실과 상담실이 보이고, 복도 양옆으로 염습실과 추모실이 있었다. 가장 안쪽에는 화장시설로 이어진 참관실이 있었다.

벽에는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며 보호자들이 쓴 포스트잇이 빽빽하게 붙었다. ‘덕순아, 좋은 곳에서 엄마 기다려줘’, ‘보고 싶은 우리 몽이. 천국에서는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니?’

직원에게 상담을 요청하자 상담실로 안내받았다. 유골함, 오동나무관 등 장례 물품이 있었다. 직원은 “반려동물의 무게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지만, 보통 5kg에 20만 원 생각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메모리얼 스톤(화장을 마친 동물의 유골을 가열하여 돌 형태로 만든 기념물) 제작이나 수의, 관에는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화장부터 스톤 제작까지 1시간 정도가 걸린다.

동물장묘업 허가 여부를 물었더니 “아직 등록 못했을 뿐 다른 합법 업체와 전혀 다를 것이 없고, 오랜 기간 문제없이 운영 중이다”라고 답했다. 상록구청에 물었더니 몇 년째 무허가로 운영해 3번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불법 업체라고 했다.

택시기사 김수환 씨(52)는 올해에 3번 이상 이곳에 손님을 데려다 줬다. “안산뿐만 아니라 시흥, 인천, 수원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 업체를 찾는 손님이 많다. (죽은) 강아지를 안고 엉엉 울면서 이 외진 곳까지 오는 사람을 보면 나도 마음이 아픈데, 불법으로 운영되는 줄은 전혀 몰랐다.”

▲ 보호자들이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에게 쓴 메시지
▲ 보호자들이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에게 쓴 메시지

안산시 농업정책과 강준묵 주무관은 “(이 장례식장은) 불법 운영으로 올해 2월 8일에도 경찰에 고발되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상태”라며 “이전에도 여러 차례 신고가 있었지만, 새로운 대표가 업장을 인계받아 몇 년 동안 영업을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주무관에 따르면 정식으로 허가받은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이 불가능하다. 현행법으로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불법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이곳만이 아니다. 이 모 씨(32)는 지난해 6월 반려묘를 떠나보냈다. 포털 사이트에 ‘반려동물 장례’를 검색해 상단에 노출된 업체를 찾았다. 동물장묘업을 허가받은 정식 업체와 제휴하여 운영한다고 했다.

부가세와 픽업 비용을 물었더니 ‘다른데 알아 보라’며 욕설과 폭언을 했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와중에 돈 문제를 따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씨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끊고 나중에 알아보니 불법 화장터에 연결해 줬더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는 25.4%에 달했다. 세대수와 세대원을 고려하면 약 1306만 명이다. 동물장묘업 운영을 허가받은 업체는 전국 55개에 불과하다. 30개가 경기도에 있고, 서울에는 하나도 없다.

불법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화장 및 장례식 가능’이라는 홍보 문구를 통해 소비자를 유인한다. ‘합법 업체와 제휴한다’고 명시하고, 문의하면 불법 업체로 연결하기도 한다.

실제로 기자가 전국에 지점이 있다는 업체에 전화를 걸어 수도권 근처에서 화장하고 싶다고 했더니 경기 시흥시에 화장부터 봉안까지 가능한 지점이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e동물장례포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시흥시에는 합법 업체가 없었다.

불법 업체를 이용하면 여러 문제가 있다. 위생 관리 기준에 따라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지 않으니 오염물질에 소비자가 노출될 수 있다. 유골이 섞이거나 유실될 가능성도 있다.

합법 업체만 발급하는 ‘장례확인서’ 없이는 반려동물 말소 신청도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망 후 30일내에 등록 말소 신고를 하지 않으면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동물수입업·동물판매업·동물장묘업의 무허가 및 무등록 영업에 대한 처벌 수준이 강화됐다. 무허가 영업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무등록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개정안에도 장묘시설 설치 규정만 있어서 합법 업체와 제휴한다고 주장하는 불법 영업행위를 처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