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24만 명이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를 보면, 2021년(195만 명)보다 29만 명이 늘었다.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완화되면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코로나19가 발생 전인 2019년(252만 명) 수준으로 늘어나거나 더 늘어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경기도에 사는 외국인은 2021년 기준 71만 명이다.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그중에서도 안산(9만 4천 명), 수원(6만 5천 명), 시흥(6만 4천 명), 화성(6만 2천 명), 부천(5만 3천 명) 순으로 많다.

하지만 이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돕는 지원 체제는 크게 부족하다. 한국어가 힘들어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서로 만나는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문제들이 심각하다.

2022년 12월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영주 체류자격이 외국인과 귀화허가자 집단 모두 언어가 다른 점을 한국사회 구성원이 되는 데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기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활동하고 있는 기관 중 하나인 경기도 화성의 한 다문화도서관을 찾았다.

▲ 박대동 강사가 아삭 작은도서관에서 이주민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 박대동 강사가 아삭 작은도서관에서 이주민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여기 있는 말대로 한 번 해보세요. 내가 ‘안녕하세요’ 하면 여러분이 답을 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자원봉사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박대동(65) 강사가 대답을 유도하자, 그의 수업을 듣는 이주민들이 그의 말을 따라 했다.

3월 5일 일요일 오후 2시 이주민을 위한 다문화도서관 ‘아삭 작은도서관’을 방문했다. 수도권 전철 1호선 병점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다. 한국어 수업은 이곳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이 도서관은 사단법인 더큰이웃아시아의 산하 기관인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가 2011년 11월 설립했다. 더큰이웃아시아는 시민들이 낸 후원금을 모아 7개월 전인 2011년 4월에 설립된 비영리민간단체다. 부설기관이 늘어나며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올해 4월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주민과 이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이 재단 이용근 상임이사가 다문화도서관을 운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이사는 도서관이 “책 빌리는 기능은 크지 않다”고 했다. 인테리어 일을 하는 모로코 출신 마루안(31, 남) 씨는 주말에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이곳을 찾지만 책을 빌리지는 않는다고 했다. 신발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사이두(31, 남) 씨는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을 시간은 없지만 “필요하면 읽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외국어로 된 책들은 계속 모으고 있다고 이 이사는 밝혔다. “외국인들이 자기 모국어로 된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모국어로 된 책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죠.” 그곳에 있는 책 1만 2천여 권 중 3천여 권이 외국어로 번역된 책이다.

▲ 각 나라의 도구들이 진열장에 진열돼 있다.
▲ 각 나라의 도구들이 진열장에 진열돼 있다.

도서관에서는 매달 각 나라를 소개하는 행사를 연다.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 나라를 정하면 이주민들이 그 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지하 1층에는 각 나라의 전통 기구와 옷이 진열돼 있다.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구성돼 있다. 평일 오전에는 직장을 다니지 않은 이주여성들, 중도 입국한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아 한국어를 배운다. 오후에는 방과 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주말에는 주로 이주노동자들이 도서관을 찾는다. 평일에는 일하느라 올 시간이 없어 오기 힘들고 시간이 있는 주말을 이용해 도서관을 찾아 한국어 강의를 듣는 것이다. 주말에 한국어 공부를 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아 2층에 있는 교실 3개, 지하 1층에 있는 교실 2개가 모두 수강생들로 꽉 찬다.

한국어 수업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봉사 차원의 수업과, ‘사회통합프로그램’ 차원에서 진행하는 수업으로 나뉜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이란 외국 국적 이민자들의 한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국적 취득과 체류 허가 부분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국어 수업을 포함해 이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회원은 작년 기준 465명이었다. 모두 26개국 국적을 가진 이주민들이 참여했다. 베트남 국적 이주민이 107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방글라데시(61명), 중국(55명), 우즈베키스탄(37명), 네팔(29명) 순이다.

올해 4월 중순까지 231명이 가입을 신청했다. 도서관 측은 성실히 나오는 이주민은 평일에 50명, 주말에는 100명 정도로 본다. E-9(비전문 취업) 비자를 소지한 이주민(159명)과 F-6(결혼이민) 비자를 소지한 이주민(75명)이 작년 수강생 인원 전체(465명)의 절반 정도다.

이곳에서 수업하는 강사는 약 50명이다. 한국어교원 자격이 있는 강사 30여 명이 이곳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이들은 강사비를 받으면서 재능기부 활동을 병행한다. 나머지 20여 명은 돈을 받지 않는 자원봉사로 수강생들을 가르친다.

한국어 수업은 무료다. 연회비는 받는다. 2만 원을 내면 한국어 교육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봉사단 연회비는 3만 원이다. 회원들이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나 봉사단 활동을 계속하도록 유도하려고 받는다.

봉사단 활동은 주로 주말 오후 6시에 한다. 한국어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 봉사단이 모인다. 약 70명 인원이 방범 순찰을 하거나 센터를 청소한다. 행사가 있으면 그곳에서 일을 돕거나 통역을 맡는다.

재정은 빠듯한 편이다. 이용근 이사는 “매년 사업이 확장되는 데 비해 후원금이 늘어나는 속도는 그리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법인 홈페이지에서 후원할 수 있다고 했다.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은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한다. 기자가 수업에 참관했을 때 그들은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바빴다. 졸거나 옆 사람과 떠드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한 수강생은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구글 번역을 이용해 궁금증을 해결했다.

박대동 강사는 “배우려는 열정이 아주 대단하다”고 수강생들을 평가했다. 그는 한 이주 여성이 자신의 아이와 같이 수업을 들으러 오는 일도 있었다며 “그 아들이 이제 엄마를 지도할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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