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후문. 3학년 이동원 군은 2022년 12월 2일 오후 5시쯤 하교하다가 이곳에서 차에 치여 숨졌다.

운전자는 만취 상태였다. 혈중알코올농도 0.128%로 면허 취소 수준.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현장을 벗어나 자기 집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공판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2023년 5월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가 423호 법정에서 피고인(40)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세 번의 공판(1월 17일, 3월 14일, 4월 3일)과 현장 검증(4월 24일)을 마친 뒤다.

▲ 서울중앙지법 4층 형사 법정 안내판
▲ 서울중앙지법 4층 형사 법정 안내판

재판부는 오전 10시부터 다른 공판 3개를 다루고, 10시 36분에 이 공판을 시작했다. 방청석에는 취재진과 피해자 부모를 포함해 14명이 앉았다. 판사가 재판 시작을 알리자 피고인이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들어와 앉았다. 턱까지 오는 장발에 키 175cm 정도였다.

판사가 피해자 아버지의 이름을 물었다. 이름 석 자를 또박또박 말했다. 판사는 피해자 진술을 방청석에서 할지, 앞에 나와서 할지를 물었다. 피해자 아버지는 앞에 나가서 하겠다고 대답했다.

“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지난해 12월 2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던 중 음주 뺑소니 사고에 의해 하늘나라로 떠난 동원이의 아빠입니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목소리가 떨렸다. 손으로 눈물을 연신 훔쳤다. 피고인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날따라 출근하는 저에게 더 큰 목소리로 그리고 더 깊이 고개를 숙이며 ‘회사 잘 다녀오세요’라고 했던 동원이가 차디찬 주검으로 수술대 위에 누워있었고 저는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울음소리가 10초 정도 들렸다. 모두가 쳐다봤다. 그의 어깨가 떨렸다. 목을 가다듬고 다시 입장문을 읽었다. “동원이의 책, 장난감, 사진, 침구 어느 하나도 치우지 못했습니다.” 동생은 큰 충격에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 추모 공간(출처=연합뉴스)
▲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 추모 공간(출처=연합뉴스)

가해자가 쓰러진 아이를 두고 떠나는 모습, 아이를 구호하지 않고 방관하는 모습, 공판에서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했다. 특히 가해자가 사고 당시 빗물 배수로를 밟은 줄 알았다는 말은 가족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에 엄벌을 호소했다. “어린이보호구역 사망사고는 그 어떤 사망사고보다 중한 범죄임을 판시하시어, 이 사회에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피해자 아버지는 자기의 마지막 소원이라며 진술을 마쳤다. 피해자 어머니는 방청석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검사는 양형과 관련된 판결문과 언론 보도 내용을 참고자료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위법성이 매우 중하고 피해자 측의 과실이 없다고 했다. 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스쿨존 음주 사망사고의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한 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사실 저도 조금만 이성을 놓으면 피해자 입장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도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고 현장과 피고인 집 주차장 사이의 거리가 매우 짧고 현장에 몇 초 만에 돌아왔다는 이유.

블랙박스를 봤을 때, 피고인이 아이를 쳤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보인 행동을 보면 도주가 아니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했다면 좋았겠습니다만 의사가 아닌 피고인에게 아이를 지켜보고 119에 신고해달라는 행동들 그 이상으로 더 무엇을 해야 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피고인은 공판 내내 고개를 숙였다. 판사가 최후진술을 하라고 하자, 일어나서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고개는 여전히 숙인 상태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온몸을 떨며 울먹였다. 유가족에게 조금이나마 위로할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고 했다.

“제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이를 부모님께 다시 보낼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피고인 목소리가 떨렸다. 피해자 아버지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눈을 질끈 감으며 눈물을 흘렸다. 옆에 앉은 피해자 어머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울었다.

피고인은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4번 연속으로 말하며 큰 소리로 울었다. 그리고 방청석과 재판장에게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했다. 최후진술이 끝나고 법정에는 울음소리만 30초 정도 들렸다.

판사는 피고인과 피해자 가족을 바라보다 선고기일을 알렸다. 5월 31일 수요일 오전 10시. 재판은 11시 2분에 끝났다. 피해자 아버지는 복도에서 12명의 기자와 만났다. 휴지로 연신 눈물을 닦았다.

“세상이 바뀌는데 동원이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이 파괴되고 삶의 희망이 없어졌다.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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