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1층 B번 출구 앞에서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4월 24일 오후 2시 30분,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귀국을 앞두고 정치 유튜버가 모이면서다.

송 전 대표는 전날 오후 8시 5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에 올랐다. 인천국제공항에는 예정보다 17분 늦은, 4월 24일 오후 3시 23분 내렸다.

방송사 취재진은 오후 1시쯤부터 B번 출구 중앙에 카메라를 세웠다. 삼각대가 4개, 촬영용 사다리가 9개 설치됐다. 좌측에도 삼각대 3개가 섰다.

승객들은 출국장을 나오다가 길게 늘어선 카메라에 당황했다. 어느 백발의 외국인 부부는 이런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촬영용 사다리에 오르면서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공항 직원이 취재진에게 말했다.

공항 보안팀 직원들은 오후 1시 40분경부터 B번 출구 좌측에 노란 테이프로 포토라인을 쳤다. 그 공간에 마이크를 하나 세워 간이 기자회견장을 만들었다. 다른 공항 직원들은 송 전 대표와 보좌진의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의자를 한쪽으로 밀었다.

▲ 인천국제공항 B번 출구 앞
▲ 인천국제공항 B번 출구 앞

유튜버들은 송 전 대표가 도착하기 1시간 전쯤인 오후 2시 30분부터 모였다. 송 전 대표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이 출구 중앙에서 준비했다. 중년 여성 3명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의 마스크와 점퍼 차림이었다. 구독자 34만 명의 유튜버 ‘황기자TV’가 휴대전화를 끼운 삼각대를 손에 들고 합류했다.

건너편에는 반대 성향 유튜버가 진을 쳤다. 이들은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연청색 외투와 바지를 입은 유튜버 ‘송영진방송(구독자 1만 6000여 명)’이 고함을 쳤다. “세월호 추모할 때, 일본 노래 틀어놓고서는 말이야. 우리 우파들한테 친일 왜곡 프레임을 씌우고 말이야.”

유튜버 ‘황기자TV’가 노란 테이프를 건너왔다. 그러고는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그 옆에서 의자를 밟고 올라섰던 유튜버 ‘정의구현 박완석(구독자 35만여 명)’은 “황 기자는 기자 사칭, 이재명은 검사 사칭, 송영길은 한동훈 사칭. 얘들은 사칭 전문이야”라고 비꼬았다.

이러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유튜버 ‘일산TV(구독자 15만여 명)’가 이정근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의 녹취록 동영상을 큰 소리로 틀었다. “영길아, 돈 얼마 받았니”라고 쓰인 팻말도 손에 들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얼굴을 빨갛게 칠한 그림이 그려진 현수막을 망토처럼 둘렀다.

다른 유튜버가 ‘일산TV’에게 휴대전화를 들이대면서 반발했다. 서로 밀치고 소리를 질렀다. 제지하려던 공항 직원이 망토와 팻말을 달라고 하자 근처에 있던 다른 유튜버들이 화를 냈다. “당신이 뭔데 가져가!” “당신 민주당 관계자 아니야!” 원색적 비난과 욕설이 난무했다.

▲ 안전 유지선을 사이에 두고 유튜버들이 반으로 나뉘었다.
▲ 안전 유지선을 사이에 두고 유튜버들이 반으로 나뉘었다.

송 전 대표는 오후 3시 46분경 B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왼팔에는 코트를 걸고, 왼손으로 책을 들었다. 유튜버 수십 명이 “송영길 구속!” “송영길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송 전 대표는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한다며 운을 뗐다.

“어제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말씀드린 것처럼, 서민 경제가 어렵고,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송 전 대표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 송 전 대표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옆에 선 기자가 돈 봉투 의혹에 관한 입장은 변함없냐고 묻자 송 전 대표는 “이제 (한국에) 도착했으니까 상황을 좀 파악해 보겠다. 모르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라면서도 “저로 인해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답했다.

그는 3초 정도 말을 멈추더니 “검찰은 주위 사람을 불러서, 주변을 돌기보다는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저 송영길은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절대 회피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다”면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봐 오늘 귀국하게 되었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보느냐는 질문 등에는 답하지 않았다. 질문과 답변에 3분 정도 걸렸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송 전 대표는 공항 보안팀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인천국제공항 5번 출구로 나갔다. 취재진과 유튜버가 그를 쫓으면서 한데 엉켰다. 그 과정에서 삼각대가 쓰러졌다. 송 전 대표는 출구 앞 횡단보도를 건너 흰색 승합차를 타고 오후 3시 52분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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