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발표한 2021년 음주운전 재범자 단속 통계에서 눈에 띄는 숫자가 있다. 재범률44.6%, 7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 적발 977건.

취재팀은 4월 21일 서울중앙지법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을 찾았다. 이날 방청한 음주운전 재판 16건에서 9건의 피고인이 재범이었다.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412호 법정에서는 4건을 다뤘다.

첫 피고인은 50대 회사 대표. 2022년 12월 8일, 술을 마시고 5㎞ 정도를 운전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86%.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세 차례의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 검사는 동종 전력이 있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높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형사25단독 김봉준 판사가 피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피고인은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고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서 운전했다고 답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선처를 부탁했다.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5월 19일로 알리자 변호인과 퇴정했다.

40대 남성 피고인은 2022년 11월 4일, 혈중알코올농도 0.143%로 1.5㎞ 정도를 운전했다. 공소사실을 바로 인정했다. 검사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아무 잘못 없는 타인의 인생을 망쳤을 수도 있는 그때의 제가 정말 소름이 돋습니다.” 피고인은 반성문을 1분 정도 읽었다. 다시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전력이 2번 있었다. 재판은 5분 만에 끝났다.

같은 날,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502호 법정. 음주운전 공판은 4건. 전력이 있는 피고인은 3명이었다.

첫 공판은 오전 10시 38분 시작했다. 고령의 피고인은 2022년 6월 5일 술을 마시고 100cc 소형 오토바이를 1㎞ 정도 운전한 혐의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78%. 무등록 오토바이를 운전했고, 보험도 가입하지 않았다. 증거 목록에는 동종 전력이 있다는 약식명령서가 있었다.

피고인은 재판정에 비치된 헤드셋을 껴도 말을 잘 듣지 못했다. 형사6단독 윤상일 판사가 생년월일과 주소가 맞는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물어도 “네”라고 말할 뿐이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치매에 걸렸다며 선처를 바랐다. 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서 일을 할 수 없다며 벌금을 줄여달라고 말했다. 검사는 벌금 800만 원을 구형했다.

두 번째 공판의 30대 피고인은 2023년 1월 6일 22시 30분쯤 투싼 자동차를 10㎞가량 운전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76%.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채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최초 조사부터 혐의를 인정했다, 수사에 성실히 협조했다, 차량을 팔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진심으로 반성 중이다, 음주운전 재발 방지 교육을 받고 있어서 재범 우려가 없다, 영업사원인데 처벌받으면 가족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이번에도 검사 측 증거 목록에는 동종 전력과 관련된 약식명령서가 포함됐다. 검사는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마지막 공판의 피고인은 30대. 작년 8월 19일, 밤 10시 14분에 술을 마시고 300m 정도 K5 승용차를 운전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39%. 검사는 벌금 700만 원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무직 상태이므로 벌금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고인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습니다. 두 번 다시 (음주운전을) 안 하겠습니다”라며 선처를 부탁했다. 그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었다.

▲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502호 공판 안내
▲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502호 공판 안내

4월 21일 오후에도 서울중앙지법 서관 412호에서 선고 공판 15건이 있었다. 이 중 음주운전과 관련은 8건. 피고인 4명은 재범이었다. 사고를 내거나 추격전 끝에 음주 측정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으나 징역형은 없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발표한 ‘양형기준안에 관한 제18차 공청회 자료집’에 따르면 2019~2021년에 음주운전으로 받은 선고(단일범 1심 기준) 중 벌금형이 59.6%, 집행유예가 38.5%였다. 실형은 1.5%에 그쳤다.

음주운전 사건에서 형을 결정짓는 기준은 범행 자백과 반성 여부, 피해의 규모와 변제 여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피해자의 처벌 불원 여부, 동종 전과 여부 등이었다.

첫 피고인은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으로 기소된 30대 남성. 2019년 음주운전으로 한 차례 걸렸지만 기소유예됐고, 2021년에는 벌금형을 받는 등 동종 전과가 5건이었다. 이번에는 2022년 10월에 이미 음주 및 무면허 운전으로 기소된 상태에서 12월에 음주운전을 했다.

판사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했고,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비교적 낮다고 했다. 벌금형을 넘는 전과가 없는 사실도 참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징역 1년 6개월에 3년의 집행유예, 보호관찰 처분과 160시간의 사회봉사,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받았다.

60대 피고인은 도심에서 추격전을 벌인 끝에 경찰에게 붙잡히고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 이번이 세 번째 음주운전이었다.

피고인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지인 2명과 공판에 동행했는데, 방청석에 앉아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1명은 방청석에서 사진을 찍다가 법원 직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재판부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과 준법운전강의 40시간을 선고했다.

다음 공판의 60대 남성 피고인 역시 재범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 중이고 동종 전과 이후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결정했다.

20대 남성 피고인은 무면허와 음주운전으로 기소됐다. 역시 음주운전 재범이었고, 단속에 걸리자 경찰에게 위조 신분증을 제시했다. 피고인이 반성 중이고 운전 거리가 짧다며 판사는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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