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78)의 8차 공판이 4월 18일 대전지법 230호에서 열렸다. 혐의는 준강간 등이다. 이날 피해자의 음성 녹음 파일을 검증할 예정이었다. 변호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미뤄졌다.

오후 1시 40분, 법정 앞에는 60여 명이 길게 줄을 섰다. 왼쪽 문 앞에 29명, 오른쪽 문 앞에 30명. 법정 앞 의자에는 5명이 앉았다. 왼쪽에 세 번째 남성은 “1시간 전부터 와 있었다”고 말했다.

벙거지를 쓴 남성이 오른쪽 맨 앞에 줄을 섰다. 뒤로 밀린 남성이 언성을 높였다. 새치기한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밀려난 남성이 법정 문을 두드렸다. “여기 좀 보시라”며 법정 안 직원에게 무질서한 상황에 대해 항의했다.

실랑이는 13분간 이어졌다. 새치기한 남성은 뒷사람에게 “초면인데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냐”며 화냈다. 입정 시간이 다가오자 앞줄과 뒷줄 사람 모두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 하세요.” “여기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뭐예요.” 법정 앞에는 70여 명이 있었다.

▲ 법정 230호 앞
▲ 법정 230호 앞

법정은 오후 1시 55분 열렸다. 방청석(39석)이 5초도 지나지 않아 채워졌다. 나머지 30여 명은 방청석 양옆에 섰다. 일부는 바닥에 앉았다.

여성 감호 직원은 “바닥에 앉지 말고 일어나라”고 말했다. 남성 감호 직원은 휴대전화 무음 설정을 지시하고 “법정에서 사진, 동영상을 찍으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여러 번 말했다.

박정호 이연랑 한상연 황윤상 변호사가 1분 후, 법정에 들어왔다. 이들은 방청석 기준으로 오른쪽에 앉았다. 검사 2명은 변호인단을 마주 보고 왼쪽에 앉았다.

재판부(제12형사부)는 오후 2시 입정했다. “정명석 피고인 사건 진행하겠습니다. 2022고합443호, 2023고합161호, 162호 추가 병합됐습니다.” 나상훈 부장판사가 추가 병합을 알렸다.

대전지검은 여신도 준강간 혐의 등으로 재판받는 정 총재를 4월 14일 추가 기소했다. 사건번호 2023고합161 죄명은 무고, 2023고합162 죄명은 강제추행.

정 총재는 2022년 5월 외국인 여신도 2명이 자신을 준강간 등으로 허위 고소했다며 이들을 처벌해달라고 무고한 혐의를 받는다. 2018년 8월 충남 금산군 월명동 수련원에서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하다가 한국인 여신도의 허벅지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변호인 출석 확인이 끝나자 변호인단 뒤쪽 문이 열렸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정 총재가 들어왔다. 머리는 덥수룩했고 희끗희끗 셌다. 경찰 2명이 정 총재 옆, 방청석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나 부장판사가 피고인 정 총재에게 착석을 지시했다. 정 총재는 재판부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앉았다. 이날은 녹음 파일을 검증할 예정이었다.

변호인은 “해당 파일이 원본과 같다는 걸 입증하기 어렵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원본 파일은 피해자인 홍콩 국적 메이플 씨(본명 Yip Maple Ying Tung Huen·29)가 정 총재에게 피해를 당할 때 녹음했다. 7차 공판을 앞두고 수사기관 실수로 원본이 삭제됐다.

변호인은 “사본을 감정하고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를 불러 증거능력이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며 “그다음 검증 절차를 밟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모든 것을 종합해 검증 절차를 진행하려 했는데 (변호인이) 일방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청취 신청을 했냐는 재판부 질문에 변호인은 “청취만으로는 파일의 편집, 조작 여부를 알기 힘들고 복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복사는 안 된다며 청취 여부를 다시 물었다. 변호인은 녹취 파일 압수 경위 등에 대해 증거능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파일 검증 얘기가 10분 넘게 이어졌다.

나 부장판사는 “계속 얘기가 반복되고 있다”며 다음 기일까지 청취하고 다음 기일에 검증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녹음 파일 검증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추가 기소된 건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나 부장판사가 정 총재에게 일어나라고 지시했다. 정 총재가 일어섰다.

나 부장판사가 생년월일을 물었다. 정 총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리둥절해하며 옆의 변호인을 바라봤다. 변호인이 “생년월일. 몇 년생이신지.” 정 총재가 답했다. 나 부장판사는 피고인 진술 거부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추가 기소된 2023고합161, 162호에 대해 범죄 요지와 구속 필요성을 얘기해달라고 검사에게 말했다.

“누범기간인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22회에 걸쳐 외국인 여신도 2명을 강제추행했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자신을 고소한 피해자 2명을 형사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제기했다.

검찰은 정 총재가 정신적으로 신도들을 지배해 범행을 저지르는 등 재범 위험이 있다고 보고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1심 판결이 날 때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받는다”며 “피고인을 무고로 입건해 이 사건에 병합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변호인은 사건 병합이 구속기간 연장 절차로 보인다며 연장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단 1건의 추행이었다”며 “골프카트가 작아서 고소인의 무릎과 허벅지를 살짝 잡아당겨 같이 탈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나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물었다. 정 총재가 일어났다. “여러 가지 방송하고 언론사에 많이 오르내리는데 기억력이 안 좋아져서….” 말투는 어눌했고 목소리는 작았다. 모두가 숨죽여 들었다.

재판부가 마지막으로 변론 기회를 줬다. 검찰은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기다리는 관행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KISS에 검색하면 판례가 많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고소한 경위와 동기가 구체적이며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이 넷플릭스와 언론에 공개되고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자 경찰이 충분한 수사도 없이 검찰에 송치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정 총재의 1심 구속 만기 전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구속 만기는 4월 27일이다.

8차 공판은 오후 2시 30분 끝났다. 다음 공판은 5월 16일 오후 2시 열린다. 녹음 파일에 대한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추가 기소된 사건을 다룬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 기일로 5월 8일을 제안했으나 변호인이 대학 강의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검찰은 “특별한 준비가 필요한 기일도 아닌데 너무 늘어진다”며 항의했다.

지난 기일이 4월 4일이었는데 2주가 지나도록 변호인은 검찰에 청취 신청을 하지 않았다. 변호인은 자신들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언제 열람 신청할지 미리 알려달라 했고, 변호인은 가능한 빨리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은 다음 기일에 진행하기로 정한 내용을 일방적인 판단으로 공전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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