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이 장애인의 날을 맞아 4월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컨벤션센터 앞에 모였다. 이들은 장애인의 권리가 지역사회에서 실현되는 날을 만들기 위해 ‘제22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투쟁’ 행사를 열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등 213개 단체가 참여했다. 행사는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강민정 의원과 기본소득당 오준호 공동대표가 참석해 축사를 했다.

참가자들이 입은 조끼에는 여러 문구가 보였다. 장애인 권리 예산 입법 보장하라, 장애인에게 권리를, 차별은 이제 그만, 동정은 집어쳐, 혐오는 쓰레기통에, 이윤보다 생명을…. 참가자들은 “이동하고, 교육하고, 노동하며 살고 싶다”라고 외치며 장애인 예산 보장을 촉구했다.

신희숙 씨(37)는 “장애인을 향한 차별이 없는 사회에서 비장애인하고 함께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유진우 씨(29)는 “장애인의 날은 정부가 상주고 끝나는 날”이라며 “정작 장애인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려주지는 않아 알리고자 왔다”라고 말했다.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는 문애린 씨(43)도 “1년에 하루 있는 장애인 날이지만, 365일 지역사회에서 차별을 겪고 있어서 알리고자 행사에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 앞
▲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 앞

휠체어를 탄 참가자들은 보도블록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유 씨는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은 휠체어를 탄 우리에게 온몸으로 충격을 준다”라고 말했다. 문 씨는 “서울 지하철 역사 20곳은 아직 엘리베이터가 없다”라며 “살인 기계라고 불리는 리프트를 타고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 안정성이 보장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재범 씨(48)도 이동성과 접근성 때문에 식당을 정할 때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식당에 계단만 있거나 문턱이 높아 못 가는 경우가 많다. 가고 싶은 식당을 접근성 때문에 못 가는 게 아쉽다.”

참가자들이 오전 10시 50분경 차도로 이동하려고 시도하면서 경찰과 마찰이 생겼다. 문 씨는 “행사장으로 오는 보도블록이 평평하지 못해 온몸으로 충격이 가해졌다”라며 “빨리 이동하고자 차도로 오는 과정에서 경찰이 과잉 진압했다”라고 말했다.

오전 11시 52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파도타기를 했다. 이형숙 회장은 “이동할 수 없으니, 교육받을 수 없고, 교육받을 수 없으니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제1회 장애인권리보도상 시상식도 열었다. 신문 부문에서 박지영 한겨레신문 기자가, 방송 부문에서는 MBC 성기연 PD가 상을 받았다.

행사는 낮 12시 20분경, 공투단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발언으로 끝이 났다. 그는 “장애인 권리 예산 중에서도 이동권 예산, 이동권 예산 중에서도 특히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예산이라도 오늘까지 약속해 준다면 지하철 시위를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 경찰에 둘러싸인 참가자
▲ 경찰에 둘러싸인 참가자

공투단 활동가 150여 명은 4월 21일 오전 8시 20분경,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시위를 했다. 이들은 서울역과 명동역 방향으로 나뉘어 팻말을 들고 일렬로 섰다. 휠체어를 탄 참가자들이 지하철에 오를 수 없도록 경찰이 방패를 들고 출입구를 막았다.

참가자들은 호소문을 읽었다. “비장애인에게만 시민의 권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권 열차에 함께 탑승합시다.” 이들은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과 입법을 향한 권리 투쟁이라고 시위 이유를 설명했다.

오전 8시 48분경, 이들이 구호를 외치자 경고 방송이 나왔다. 시위대가 철도 종사자의 퇴거 지시를 거부하므로 서울도로교통공사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승객, 시위 참가자, 경찰, 공사 직원이 뒤엉켰다.

회사원 심성욱 씨(32)는 “욕밖에 나오지 않는다”라며 “공권력을 집행해서 시위를 막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작년부터 이어진 출근길 시위로 회사에 지각할 뻔한 적이 있었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집으로 가던 이서현 씨(24)는 “시위로 인해 면접에 늦을 뻔했다”라며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시위로 인해 회사에 늦으면 피해를 책임져 주지 않는데, 매번 직장인에게 피해를 주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노우형 씨(20)는 “사람이 비교적 덜 붐비는 낮시간을 이용해 시위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로 인해 학교에 지각한 적이 많다고 했다.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굳이 출근길에 시위하는 이유를 물었다. 휠체어를 탄 참가자 임재원 씨(36)는 “많은 비장애인이 장애인 이동권에 관심을 가졌으면 해서 출근길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 노동권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장애인 자립센터에서 일하는 중인데 “원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장애인도 자아실현을 위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비장애인 임현숙 씨(48)는 출근길에 시위하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동권 보장은 장애인만을 위한 게 아니다. 노인, 유모차를 끄는 아이 엄마 등 우리 모두에게 포함되는 이야기다.”

현장에서 만난 캐나다 관광객 타일러 씨(34)는 경찰이 너무 많아 놀랐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대해 잘 모르지만 캐나다와 비교했을 때 엘리베이터와 자동문이 많이 없는 것 같다.”

회현역 승강장 시위는 오전 9시 40분쯤 끝났다. 캐나다에서 13년간 살았던 신정우 씨(30)는 “캐나다는 대중교통 등에 관한 법에서는 접근성과 이동성이 잘 보장돼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은 지하철 역사 안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도 봤다”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유학 중인 최소영 씨(26)는 “미국에서는 흔히 보이는 장애인 전용 버튼(accessible door button)이 한국에는 없는 걸 보면서, 한국이 아직 복지 선진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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