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내 팔자야.” 중년 여성이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동행한 남성이 위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서울중앙지법 서관 계단을 올라가는 길이었다.

취재팀은 4월 6일 오후 1시 40분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갔다. 형사 재판이 열리는 서관으로 향했다. 로비에는 원고와 변호인, 어머니와 함께 재판을 방청하려는 학생까지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데스크 직원에게 방청하러 왔다고 했더니 민사재판인지 형사재판인지 물었다. 형사재판이라고 대답하니 2층 형사재판 안내 및 공시송달게시판이 있는 곳을 알려줬다. 그곳에서 오늘 진행되는 재판을 확인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재판장 한 곳에 많게는 10개까지 예정된 재판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마약, 상해, 사기 등 사건 종류가 다양했다. 서관 421호에서 오후 2시 10분부터 진행되는 항소심 재판을 방청하기로 했다.

▲ 서울중앙지법 건물
▲ 서울중앙지법 건물

3층부터 6층까지 있는 법정에 들어가려면 소지품 검사를 거쳐야 한다. 액체가 담긴 병은 들고 갈 수 없다. 검사대에 가방을 올려놓고 출입구를 통과했다. 법정이 늘어선 복도는 조용하고 어두웠다.

이따금 피고인과 변호인이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증인과 통역인을 찾는 청원경찰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일부 피고인은 변호인 없이 혼자 있었다.

법정 앞 모니터에는 ‘오늘의 공판 안내’가 적혀 있었다. 시간과 사건 번호, 사건명, 익명 처리된 피고인 이름이 보였다. 재판이 시작되면 사건 번호 옆 ‘대기중’이라는 글자가 ‘진행중’으로 바뀌며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 서울중앙지법 서관 법정 앞의 안내 전광판
▲ 서울중앙지법 서관 법정 앞의 안내 전광판

오후 2시 10분경, 법정에 입장했다. 청원경찰에게 방청하러 왔다고 하자 별다른 말 없이 방청석을 안내했다. 판사를 기준으로 왼쪽에 검사, 오른쪽에 변호인이 앉았다.

판사 셋과 검사는 재판 내내 자리를 지켰고, 사건에 따라 피고인과 변호인만 바뀌었다. 판사를 마주 보고 앉는 증인석에는 외국인인 첫 사건 피고인을 위한 통역인이 앉기도 했다.

판사는 피고인 이름과 생년월일, 1심 기준으로 주거지의 변동 여부를 물으면서 시작한다. 드라마와 영화에서와 같은 시끌벅적하고 불꽃 튀는 모습은 없었다.

검사와 변호인 모두 자리에 앉아 차분히 말했다. 재판에 나와서 새로운 사실을 밝히기보다는 종이 더미에 파묻혀 사건 내용을 당사자가 다 함께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재판에서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한 피고인들이 교도관의 감독하에 수의를 입고 재판정으로 입장했다. 대부분의 항소 사유는 ‘양형부당’과 ‘법리오인’이었다.

1심에서 구형된 형량이 너무 무겁고, 법리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의 사회 재적응 가능성을 들어 감형을 주장하기도 했다.

피고인은 해외에 있는 지인을 대신해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구입한 혐의를 받았다. 변호인은 “경위를 불문하고 (피고인이) 뉘우치고 있다”며 “부모와 함께 임대업에 종사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강조했다.

피고인은 최후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작은 목소리로 “무조건 죄송합니다. 나가게 된다면 치료 프로그램을 성실히 받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재판의 피고인은 2명이었다. 1명은 상해와 재물손괴죄 재판에서 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40대 남성이고, 다른 1명은 30대 여성이었다. 남성 피고인이 피고석에 들어서자 지인과 함께 방청석에 있던 여성 피고인이 일어나 피고석으로 향했다.

변론이 끝나자 판사는 “현재 피고인 상태가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복용한 약의 부작용과 간염, 그리고 임신중절로 인한 후유증이 없는지 확인했다. 변호인들은 피해자와의 합의, 수술을 이유로 다음 공판까지의 기한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방청한 오후 2시 40분 재판은 50대 남성의 사기죄를 다뤘다. 피고인은 법정에 쓰고 들어온 모자를 벗어 방청석 의자에 올려놓았다. 지인에게 취업 알선을 받고 돈을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아서 고소됐다.

사건 관계자 이름이 대화 속에서 빠르게 오갔다.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사건 개요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피고인은 회사에 직접 아는 사람이 없어 취업시켜줄 수 없다고 청탁을 한 번 거절했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이력서와 6000만 원을 보내며 부탁하자 지인에게 의뢰했다. 지인을 통해 ‘부사장’이라 불리는 사람에게 피고인은 이력서를 보내고, 대가로 받은 돈에서 2000만 원을 사용했다.

이후 취업까지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소인이 청탁 의뢰를 철회하고 6000만 원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해 고소했다.

피고인의 지인은 취업을 알선할 능력이 없는데 고의적으로 사기를 친 것이라고 시인했다. 판사는 “(관계자) OOO은 누굽니까?”라거나 “부사장이라는 사람은 어디 회사 사람입니까?”라며 기본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검사는 “받은 돈 중 2000만 원을 출금한 아들 명의의 계좌를 (피고인) 본인이 사용한 것이 맞나?”라고 물었다. 공판 기일을 정하고 재판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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