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팀은 4월 6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의 서울남부지법을 찾았다. 법정은 본관 3층과 4층에 있다. 이날은 사기, 도로교통법 위반,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재판이 열렸다.

403호 법정에 들어갔다. 방청석(36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50대로 보이는 피고인은 부동산 개발업을 하다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판사는 피해자와 합의해야 한다고 피고인을 타일렀다. “합의 못 하면 징역 2년 실형을 살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잘 판단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피고인이 사업에 성공해서 나중에 갚겠다고 하자 판사가 다시 나무랐다. “그게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감옥이에요. 그러니까 최대한 합의하시고.”

판사가 마지막 사건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자 다음 사건 피고인과 변호인이 들어왔다.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죄수복을 입고 증인석에 앉았다.

판사가 진술 거부권을 알렸다. “피고인 신문 시작하겠습니다. 피고인은 진술 거부권이 있습니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습니다. 법정에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은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은 사기죄로 구속됐다. 마스크 기계 제조업체의 실적을 부풀리고 투자금을 탕진한 혐의다. 그는 2020년 7월, 중국에서 마스크 제조 기계 50대를 수입하겠다고 하고 투자받았다. 실제로는 1대만 들여왔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이 투자금을 받기 위해 마스크 생산능력을 꾸며냈는지 따졌다. 그는 중국 마스크 기계 제조업체에 계약금 1억 원을 선지급하고 기계 50대를 받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증거 내용을 읽었다. “중국 기계 제조업체 계약서와 피고인이 대금을 송금했다는 사실 확인서입니다. 원래 중국 업체에 마스크 제작 기계 계약금 10%를 주기로 했는데 중국 업체가 30%를 달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검사는 중국 업체가 어떻게 담보도 없이 계약금 일부만 받고 기계를 전부 줄 수 있냐며 피고인을 추궁했다. 공장에 직접 가서 기계 생산능력을 확인했는지도 물었다.

피고인은 업체가 중국 상위 1~2%라는 내용의 회사 소개서를 확인했고, 업체 대표로부터 공장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검사가 투자금 행방을 물었다. “마스크 생산업체에서 받은 돈이 4억 9500만 원인데, 이 돈은 다 어디로 간 겁니까?”

피고인은 중국 업체에 1억 원을 계약금으로 줬고, 나머지 3억 9500만 원은 회사 운영비용으로 썼다고 말했다. 그중 900만 원은 동업자 3명이 고급 승용차를 빌릴 때 쓰라고 줬다.

그는 중국 업체로부터 기계를 수입할 때 현지 공무원을 만났고, 다른 업체에도 같은 조건으로 기계를 보냈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사기를 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판사는 한숨을 쉬었다. “그거 말고. 중국 업체가 1억만 받고 한국에 꽁으로 기계를 주냐고요. 세상 어떤 업체가 계약금 10%만 받고 기계 50대를 다 보내줍니까?” 이어 구속 기간인 4월 30일이 되기 전에 판결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남부지법
▲ 서울남부지법

313호 법정에서는 강제추행 재판이 열렸다. 취재팀은 오후 2시 14분 들어갔다. 방청석에는 30대로 보이는 여성 1명이 있었다. 증거조사가 막 끝났다. 피고인은 60대로 보이는 남성.

장성훈 부장판사(제14형사부)가 증거조사를 마치고 검찰 구형을 요청했다. 최재호 검사는 피고인이 장애인을 성추행하는 중범죄를 저질렀다며 징역 3년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취업제한 5년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해자 증언이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번 진술에서는 해바라기센터(사건 발생 장소)에 문이 닫혀있었다고 말했는데, 이번 진술에서는 문이 열려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이 부분을 고려하시어 부디 무죄 선고를 부탁드립니다.”

피고인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자와 함께 있었지만, 음료수와 빵을 준 게 전부였다고 했다. 건물이 복도식이라 문을 열면 밖에서 안이 다 보인다며, 범행을 저지를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증거 없이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라 얼얼합니다.”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5월 3일 오전 10시 10분으로 알리자 피고인과 변호인이 퇴정했다.

다음 사건 피고인과 변호인이 바로 들어왔다. 피고인은 지난해 7월 12일, 서울 강서구의 어느 상가에 있는 여자 화장실에서 여성을 강제 추행하려 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장 부장판사는 지난 재판 때와 재판부가 바뀌어서 공판 절차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진술 거부권을 알렸다.

변호인은 강제추행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였고, 화나 있어서 여성에게 시비를 걸었다고 말했다.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고 반성하지만, 추행하려던 의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장 부장판사는 변호인이 증거로 제출한 사건 당일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겠다고 말했다. 법원 직원이 법정 불을 끄고 스크린으로 영상 2개를 틀었다.

첫 영상은 강제추행 혐의가 있는 여자 화장실 밖 복도였다. 피해자가 화장실로 들어간 지 1분쯤 지나서 피고인이 따라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1분쯤 더 지나자 상가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호인은 피해자 동료가 피고인을 제지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영상은 상가 안이었다. 피고인이 여성의 양팔을 거칠게 잡아 벽으로 밀어붙이고 위협했다. 변호인은 이 여성이 직전 영상과 다른 사람이며, 합의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만취해 사건 당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에 있었고, 경찰 조사에서 CCTV를 보고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검사는 징역 5년과 이수 명령, 취업제한 7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5년형은 너무 중하다”고 했다. 홍 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변호인은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현재 반성하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최후진술을 했다. “제가 술에 많이 취해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납니다. 경찰 조사받을 때 CCTV를 보고 제가 큰 잘못을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잘못을 갚을 수 있도록, 선처하시어 제게 기회를 한 번만 주시길 바랍니다.”

선고기일은 5월 10일 오후 2시. 세 번째 재판 피고인이 재판에 늦자, 장 부장판사는 10분간 휴정하겠다고 말했다.

▲ 서울남부지법 안내도
▲ 서울남부지법 안내도

재판부가 오후 3시 1분, 재판을 시작했다. 20대로 보이는 피고인(여성)이 체코에서 남성 유학생에게 상해를 입혀 특수상해치상 등 혐의를 받았다.

장 부장판사가 공판준비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공판준비절차란 효율적인 심리를 위해 법원이 공판기일 전에 사건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다.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의 의견을 듣고 협의한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안에 대해 변호인과 검찰 의견을 물었다. 검사는 피해자 변호사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답했다. 다만 피해자가 체코 유학생이라서, 학기가 끝나고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입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부장판사는 국민참여재판 여부를 떠나, 피해자가 증언하러 한국에 오기 힘들겠다고 걱정했다. “국민참여재판이든 아니든 진술하려면 법정에 오셔야 하는데, 날짜 맞추기가 쉽지 않겠군요.”

만약 국민참여재판을 한다면, 참고인과 피해자 증인신문은 최장 2시간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해자 신문이 오래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고인에게는 사건 정황과 증거만 확인하면 된다고 했다. “둘 합쳐서 2시간 안에 (증인신문)하도록 최대한 맞춰보겠습니다.”

법정을 빌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장 부장판사는 313호 방청석이 적어 국민참여재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남부지법에 국민참여재판을 할 수 있는 법정은 대법정과 중 법정 2곳인데, 날짜를 맞추려면 쉽지 않겠다고 했다.

변호인은 재판부가 정해주는 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나 검사가 사건 자료 확보를 위한 공조 협조 공문을 체코 경찰에 요청해달라고 부탁했다. 지금까지 확보된 수사 기록은 피해자가 제출한 자료라서, 피해자에게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저희도 자료를 더 확보해야 공정한 재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 부장판사는 참고인과 피해자에게 연락해 입국 가능 여부와 날짜를 물어봐 달라고 검사에게 요청했다. 이어 사건에 대한 피고인 측 입장을 물었다.

변호인은 강제추행과 특수상해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당시 피고인이 술에 취해 상해에 대해 기억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진술이 일관되지 않아서 주장을 거짓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2021년 12월 24일, 체코의 참고인 집에서 피해자 및 참고인과 함께 술을 마셨다. 오후 9시~10시쯤까지는 기억하지만 이후 일어난 일은 명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입을 맞추려 했거나 ‘뽀뽀’ 같은 말을 했는지 물었다. 변호인은 부인했다. “그런 적 없습니다. 뽀뽀 관련 말도 한 적 없습니다. 상해를 입힌 부분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변호인은 현장 사진을 통한 혈흔 형태 분석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는 “현재 기록에 있는 사진은 피해자가 체코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객관적 증거 자료로 볼 수 없다”며 수사 기록에 문제를 제기했다. 피해자가 현장 사진 일부만 제출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체코 경찰로부터 수사 기록 전체를 전달받으면, 경찰이 찍은 사진을 통해 혈흔을 분석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가 가지고 있다는 혈흔이 묻은 셔츠를 증거물로 확보해달라고도 말했다.

장 부장판사는 다음 공판기일을 알리며 재판을 끝냈다. “다음 공판기일은 5월 25일 오전 10시입니다.” 313호 법정의 마지막 재판은 오후 3시 30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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