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78) 공판에 피해자들이 이틀째 출석했다. 정 총재는 외국인 신도를 준강간하고 지속적으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6차 공판(4월 3일)에는 홍콩 국적 메이플 씨(본명 Yip Maple Ying Tung Huen·29)가 증인으로 섰다. 7차 공판이 다음날인 4월 4일 열렸다. 호주 국적의 A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취재팀은 오후 1시 30분경 대전지법에 도착했다. 법원 입구에서 대전여성단체연합이 성범죄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었다. 5차 공판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전한빛 사무처장은 “사건에 뭐라도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며 “신도들이 접근해서 ‘제대로 알고 하는거 맞냐’고 말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법정 230호 앞에는 30여 명이 입장하려고 대기했다. 오후 1시 45분이 되자 대기자들이 법정 양측 문 앞에 줄을 섰다. 뒤에 선 남성 신도가 성경전서를 읽었다. 취재팀 앞에는 기자 3명이 있었다.

기자와 신도 사이에 실랑이가 있었다. 재판 시작 10분 전, 여성 신도 2명이 기자 옆에서 “기자들이 돈 받고 기사를 조작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기자가 “어디서 출처 없는 이야기하냐”고 받아쳤다.

그러자 신도는 “나는 그런 기자밖에 본 적이 없다”며 “이런 착한 기자들이 많아져야 하는데⋯”라고 얼버무렸다. 신도들은 계속해서 큰소리로 “(피해자) 자기가 선생님 만나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하나도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후 1시 56분, 법정 문이 열렸다. 대기자들은 빠른 걸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방청석은 39석으로 중앙에 5인 좌석 3줄, 좌우에 4인 좌석이 3줄 있었다. 방청석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검사와 피해자 측 변호인과 통역사가, 오른쪽에는 정 총재와 정 총재 측 변호인 4명이 앉았다. 양측 거리는 3m가 되지 않았다.

방청석은 가득 찼다. 남은 20여 명은 법정 뒤편에 섰다. 법원 직원들은 “휴대전화로 촬영과 녹음을 금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잠시 뒤, 정 총재 측 변호인 4명이 법정에 들어왔다. 박정호 이연랑 한상연 황윤상 변호사. 피해자 A 씨 측 변호인(정민영 변호사)도 자리에 앉았다. 피해자 증언을 도울 통역사도 출석했다.

“모두 일어서주십시오.” 오후 2시 2분, 재판부(제12형사부)가 들어왔다. 법정 안의 모든 방청객이 일어났다. 나상훈 부장판사는 변호인 출석을 확인했다.

이름을 부르던 중, 정 총재가 들어왔다. 하늘색 죄수복을 입고 검정 마스크를 썼다. 듬성듬성 흰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는 몸을 움츠리고 두리번거렸다.

나 부장판사가 정 총재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정 총재는 앉지 않았다. 재판부와 방청석을 향해 고개 숙였다. 나 부장판사는 다시 한번 앉으라고 지시했다. 정 총재가 착석했다.

이날 피해자 증인신문은 비공개였다. 4월 3일 메이플 씨의 증인신문과 같았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나 부장판사는 “어제처럼 증인신문은 피해자 사생활과 신변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피고인도 퇴정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총재가 들어온 지 3분이 지나지 않아 변호인과 감호 직원을 제외한 피고인, 방청객이 모두 퇴정했다. 10여 명은 법원을 떠났고 10여 명은 1층 카페에 모였다. 나머지는 법정 밖 의자에 앉아 대기했다.

재판이 비공개로 바뀐지 5분, 감호 직원 1명이 인상을 쓰며 나왔다. 그는 법정 밖을 지키던 직원에게 “누가 창문으로 법정 안을 들여다 봤냐”고 물었다. 직원은 “본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법정 바깥벽 중앙에는 내부와 연결된 창이 하나 있다. 가로 15㎝, 세로 15㎝정도의 정사각형 창이다. 창에는 불투명 시트지가 붙어있어 법정 안이 보이지 않는다.

오후 3시가 넘자 어느 여성이 직원에게 갔다. “언제 들어갈 수 있어요?” 직원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오후 4시 2분, 비공개 재판이 2시간 넘게 이어지자 정장을 입은 남성이 “언제 끝나냐”고 물었다. 직원은 “정확히 답할 수 없다”고 했다. 법정 밖에는 여전히 12명이 있었다.

▲ 재판은 비공개로 열렸다.
▲ 재판은 비공개로 열렸다.

법정 안에서 8명이 나왔다. 오후 4시 19분. 정 총재 측 변호인단과 감호 직원들이었다. 밖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도가 직원에게 다가가 “쉬는 시간이냐”고 묻자 직원은 “휴정”이라고 답했다. 법정에서 나온 감호 직원은 법정 문을 지키던 직원에게 “10분간 휴정이니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감호 직원이 법정에서 나와 “10분 지났는데 왜 안 오냐”며 발을 굴렀다. 1분 후 갈색 정장을 입은 정 총재 측 여성 변호인이 법정 안으로 들어가자 재판이 재개됐다.

오후 5시 39분, 법정 앞에는 신도 9명이 자리를 지켰다. 노란색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성경전서를 읽는 신도, 팔짱을 끼고 의자에 앉아 자는 신도….

50대로 보이는 남성 신도는 “재판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선생님 모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교리를 한번 읽어보라”며 “선생님은 (신도들에게) 인터넷을 보면 정신이 작아진다고 하지 마라 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인터넷을 많이 해 믿음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오후 8시 13분, 안경을 쓴 남성이 욕을 하며 법정 앞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는 “뭐 이렇게 오래 걸리냐”며 투덜댔다. 다른 남성 신도는 법정 문 앞에 귀를 갖다 댔다. 그들을 제지해야 하는 직원은 퇴근하고 없었다. 취재팀을 제외하고 14명이 있었다.

그때부터 13분이 지나자 법정 문이 열렸다. 피해 사실을 고소한 A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6시간 26분 만에 끝났다. 전날 6차 공판도 6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A 씨 변호인은 법정 문이 열리자마자 1층 입구가 아닌 다른 길로 나갔다. 이날 별도의 브리핑은 없었다.

정 변호사는 다음날인 4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판 내용을 설명했다. 메이플 씨 증언 때처럼, 피고인 측 변호인이 중복된 질문을 해 신문 시간이 길어졌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A 씨가 고소하기까지 겪은 상황도 설명했다. “A 씨가 고소하려니까 호주의 JMS 관계자에게 영상 메시지를 받았어요. 영상에서 ‘우리는 호주에 많은 권력자와 연결돼 있다. 고소를 계속 진행하면 네가 알리고 싶지 않은 많은 내용을 공론화하겠다’고 했어요.”

이어 정 변호사는 “A 씨는 지금 대학교를 다닌다”며 “한국에 올 때마다 수업에 빠져 확인서도 받아 제출하고 자기 삶을 찾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CBS라디오에서 메이플 씨와 A 씨에 이어 피해자 3명이 추가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외에도 고소하겠다는 피해자가 있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총재의 구속 기간은 4월 27일 만료된다. 정 변호사는 검찰이 이달 내 추가 건을 기소하면 정 총재는 석방되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다음 공판은 4월 18일 오후 2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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