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은 변호사(37)는 지난해 7월 출산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면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아이를 돌볼 사람이니 신중하게 골랐다. 하루에 6번씩 면접을 본 적도 있다. 그렇게 뽑은 베이비시터가 유흥업소를 운영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송 변호사가 상임대표를 맡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이 1호 안건을 ‘베이비시터 신원 보증 의무화’로 정한 배경이다.

정부의 돌봄 서비스는 종사자 신원을 보장하지만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사업’은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 자격을 한정한다. 여성가족부 ‘아이 돌봄 사업’은 2022년 기준으로 이용 가구(7만 8,212가구)에 비해 종사자(2만 6,675명)가 적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 맞벌이 가정이 민간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지만 범죄 이력과 경력을 알 방법이 없다. 워킹맘 4명을 포함한 새변 임원진 10명 모두 의무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새변은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입법 제안으로 해결하고자 3월 21일 출범한 변호사 단체다. 2022년 12월 말쯤 변호사들의 사모임에서 시작됐다.

로스쿨에는 입법정책학회가 있는데 정작 현직 변호사가 입법을 제안하는 단체는 없다는 얘기가 오갔다. 공익적 입법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경험을 쌓았던 청년 변호사가 뜻을 모았다. 유허준 사무국장에 따르면 3월 31일 기준 새변 회원은 200여 명. 그중에서 30대가 가장 많다.

▲ 송지은 새변 상임대표가 창립총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새변 제공)
▲ 송지은 새변 상임대표가 창립총회에서 연설하는 모습(새변 제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기존 변호사 단체와의 차별점으로 송 대표는 탈이념과 탈정당을 꼽았다. “사실 참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변호사들이 민변에 참여하면 ‘민변 변호사’라는 꼬리표가 붙거든요.”

일부 청년 변호사는 민변에 가입함으로써 그들의 정파성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이기를 꺼린다는 얘기다. 반면 새변은 정치색을 띠지 않아서 오히려 젊은 변호사의 호응이 이어질 수 있었다고 송 대표는 생각한다.

정치색이 없는 변호사 단체가 가능할까. 정치인 중에서는 법조인 출신이 특히 많다. 제21대 국회의원 299명 중 46명이 법조계에서 일했다. 우지현 공동대표(35)는 “정치적이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인 입법은 의원실 등과 협력이 필수적이어서다.

“저희가 말씀드리고 싶은 거는 정치적이지 않다는 게 아니라, 특정 정당 혹은 특정 정치색에 편향되지 않겠다는 거죠. 정치적일 수는 있지만 어딘가에 치우치지 않겠다는 거예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게 이메일로 창립총회 특강을 요청했던 이유다.

▲ 우지현 새변 공동대표
▲ 우지현 새변 공동대표

국민 법 감정을 대변하겠다는 점에서도 다른 변호사 단체와 다르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직역 단체로서 변호사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 한국청년변호사회도 청년 변호사 처우 문제를 주로 다룬다.

우 대표는 “변호사법에서는 공적인 측면에서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 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정치 성향이 없는 청년 변호사 단체는 지금껏 없었다. 그게 저희의 시작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변호사가 주축이라서 연륜이 부족하지 않겠냐는 지적을 들은 적이 있다. 우 대표는 “실력과 경험이 부족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10년 안팎 경력의 변호사는 한창 일을 많이 할 시기인 만큼, 다양한 사건을 현장에서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과 전세 사기 대책 등 새변이 논의 중인 다른 입법 안건도 해당 사건을 다뤄본 청년 변호사의 경험에서 나왔다. 혹시 놓칠 수 있는 부분은 고문단을 구성해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청년 세대 목소리를 더 듣기 위해 소통 창구도 적극 마련할 예정이다. 김지연 이사(32)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제보받고, 이미 여론화된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시민단체나 국회의원실, 민간업체와도 뜻이 통한다면 함께 일하겠다고 했다. “입법 제안을 하는 것과 그게 통과되는 것은 저희 힘으로만 되는 건 아니니까, 많은 분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다양하게 소통하고 또 도움을 받아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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