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77)의 1심 5차 공판은 피고인 측의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 파행됐다. 그리고 6차 공판이 4월 3일 열렸다. 홍콩 국적 메이플 씨(본명 Yip Maple Ying Tung Huen·29)가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했다.

취재팀은 오후 1시쯤 대전지법에 도착했다. 재판 시작까지 1시간이 남았지만 8명이 기다렸다. 30분이 지나자 법정 문 앞에 50여 명이 줄을 섰다.

JMS 신도로 보이는 여성이 취재팀에게 기자냐고 물었다. 학생이라고 대답하자 재판을 보러 온 이유를 물었다. 그가 재판을 보러 온 이유를 취재팀이 묻자, 재판 보면서 연구할 게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하나님은 확실히 살아 계신다”며 “장광조가 왔다”고 일행에게 속삭였다. 장광조는 JMS 소속 목사다. 2003년 김도형 단국대 교수(반 JMS 단체 ‘엑소더스’ 전 회장)의 아버지 김민석 씨 테러에 가담했다.

취재팀은 오후 1시 53분, 법정 230호 안으로 들어갔다. 방청석 39석이 모두 찼고 뒤편에 50여 명이 섰다. 잠시 후, 정명석 총재가 죄수복을 입고 경찰과 함께 들어왔다. 피고인 측 변호인으로는 이연랑 황윤상 변호사와 박정호 한상연 변호사가 출석했다.

재판부(제12형사부)가 오후 2시 재판을 시작했다. 나상훈 부장판사는 “오늘 피해자 증인신문은 사생활과 신변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곳곳에서 작은 탄식이 들렸다.

변호인은 메이플 씨가 제출한 음성파일의 증거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증거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인신문 때 음성파일을 무작위로 송출하면 선입견을 줄 수 있습니다.” 그는 음성파일을 법정이 아닌 다른 곳에서 따로 확인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나 부장판사는 요청을 거부했다. 증거능력을 다투려면 변조나 조작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검증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법정에서 들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인신문 시작을 알렸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피해자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방청객들은 모두 퇴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정 총재에게도 퇴정을 명령했다. 그는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듯 귀에 손을 갖다 대다가 경찰과 함께 퇴정했다. 재판 시작 7분 만이었다.

메이플 씨는 방청객이 볼 수 없는 법원 내부 통로로 들어왔다. 대전지검과 충남경찰청이 메이플 씨에게 안전 가옥과 스마트워치를 출국 전까지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해졌다.

▲ 대전지법
▲ 대전지법

이날 재판에는 김 교수와 MBC 조성현 PD가 왔다. 메이플 씨의 신뢰 동석인 자격으로 방청 신청했지만, 피고인 측 이의제기로 퇴정당했다. 조 PD는 올해 3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만들었다.

“김도형이 저 뻔뻔한 거, 사탄은 김도형이 안 잡아가고 뭐 하나.” 신도로 추정되는 두 여성이 김 교수를 보며 수군댔다. 조 PD를 보고는 “돈만 밝히는 더러운 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와 조 PD가 의자 옆자리에 앉자, 그들은 바로 일어나서 자리를 옮겼다.

김 교수는 1995년, 지인 소개로 JMS에 처음 입교했다. 그러다 교리에서 이상한 점을 느껴 3개월 만에 탈퇴했다. 1999년에는 반(反) JMS 모임 ‘엑소더스’를 만들어 탈퇴자를 모았고, 대표로 활동했다.

그는 정 총재의 1심 공판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형량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국인 피해자 기소 사건이랑 외국인 사건이랑 한 사건으로 묶으려고 질질 끄는 거예요. 사건을 하나로 묶으면 형량이 줄어드니까.”

5차 공판이 증인 불출석으로 파행된 이유는 “재판 지연”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총재 구속 기간인 4월 27일까지 재판을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연랑 변호사는 20년 전부터 정 총재를 옹호했다고 했다. “2004년 1월부터 (정 총재) 무죄 주장했어요. 저희 아버님 습격 재판 때도 증언하다가 쓰러진 증인 보면서 쇼한다고 말한 사람이에요.”

최근 보도에도 JMS가 굳건한 이유를 묻자, 실소를 터뜨렸다. “사이비 종교 광신도는 웬만해서는 못 말려요. 보시면 아시잖아요. 안 통하는 거죠.” 그는 신도를 “미친놈”이라고 표현했다.

증인신문을 시작한 지 3시간쯤 지나자 취재팀을 제외하고 12명이 남았다. 60대로 보이는 남성 1명이 김 교수와 조 PD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소리쳤다.

“나 기독교복음선교회 신도입니다. 당신 조 PD 맞죠? 당신은 김도형이고. 방송 봤는데, 왜 그런 걸 만들어서 피해를 줍니까?” 신도는 조 PD의 연락처를 요구했다. 김 교수에게는 “(정 총재에게) 욕을 왜 하냐”며 소리쳤다.

실랑이가 이어지자 법원 직원이 와서 그를 말렸다. 그는 이후에도 서너 번 시비를 걸었다. 조 PD는 신도의 위협이 “흔한 일”이라고 했다. “작년이 진짜 심했고요. 이상한 전화도 오고, 저희 취재팀 동선도 JMS 쪽에 노출됐어요.”

다큐멘터리 프리뷰 영상이 JMS에 유출된 적이 있다. 취재팀 내부에 신도가 있으면 자수하라고 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유출 경로는 아직도 알 수 없다.

그는 JMS 사건을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문제를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했다. 영상을 보고 탈퇴할 수 있었다는 전 신도 이야기를 들으며, 이 문제를 계속 추적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신이다’ 시즌 2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시즌 1에서 정 총재에 집중했다면, 시즌 2에서는 공범자를 조명하겠다고 말했다. “시즌 2에서는 정명석 주변 공범자가 어떻게 범행을 도왔고,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계속 지켜볼 예정입니다.”

이날 재판에는 JMS 탈퇴자도 있었다. 전 신도 박모 씨(31·여성)는 재판을 보려고 충남 천안시에서 왔다. 박 씨는 2001년부터 2019년까지 19년 동안 JMS에 몸담았다.

“정명석이 무너지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었어요. 정명석이 수의를 입고 있는 모습을 봐야 심적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는 8살 때 친구 소개로 JMS에 발을 들였다.

JMS 교리는 신도의 인터넷과 SNS 사용을 금지한다. 외부와 소통하면 ‘영(靈)의 머리에 총 맞았다’고 간주해 정신교육을 한다. “사람이 머리에 총 맞으면 죽듯이, 신도가 미디어를 접하면 영혼이 죽는다는 뜻이에요. 그걸 영의 머리에 총 맞는다고 표현해요.”

박 씨는 3·4차 공판에 이어 세번째로 방청을 왔다. 피고인석의 정 총재를 봤을 때,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교주 눈에 띄려고 엄청 애 썼는데, 망가진 모습을 실제로 보니까 ‘저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네’란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은 덤덤하게 볼 수 있지만, 정 총재의 실체를 처음 알았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오후 7시 2분, 법정 안에서 메이플 씨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 방청객이 법정 문에 귀를 갖다 댔지만 법원 직원이 제지했다.

▲ 백브리핑 하는 정민영 변호사(출처=연합뉴스)
▲ 백브리핑 하는 정민영 변호사(출처=연합뉴스)

재판은 오후 8시 37분 끝났다. 증인신문을 시작하고 6시간 30분만이다. 메이플 씨 측 변호인 정민영 변호사는 재판이 끝나자마자 법원 후문 앞에서 백브리핑을 했다.

정 변호사는 “검사 측 증인신문은 2시간 만에 끝났으나, 피고인 측 변호인이 너무 많은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에서 이미 했던 질문을 반복해서 증인신문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조 PD는 재판 분위기를 물었다. 정 변호사는 “피고인 측은 메이플 씨가 정명석과의 육체적 관계를 넘어 특별한 관계를 원했다는 취지로 유도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 총재가 메이플 씨에게 성적 행위를 하고, 참고 넘어가라고 세뇌했다는 증언을 피고인 측이 부인했다고 말했다.

사건과 관련 없거나, 수사 단계에서 이미 했던 질문을 반복해서 메이플 씨가 힘들어했다고도 전했다. “메이플 씨가 몇 차례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휴정 시간에는 복통으로 고생했습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