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 서울형 대관람차 서울링을 설치한다고 3월 8일 밝혔다. 서울링은 180m 높이의 살이 없는 고리형 디자인 관람차.

서울시에 따르면 고리형 디자인 관람차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2025년 착공해 2027년 완공 예정이다. 한강변 관광지 개발사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부이다. 강 주변에 짓는 대관람차라는 점에서 영국 런던의 관광명소인 런던아이와 비슷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월 14일 런던을 방문해 런던아이와 왕립공원 하이드파크를 둘러봤다. 런던아이에 탑승하고 여기의 성공사례가 한강에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새 랜드마크가 들어설 하늘공원은 어떤 곳일까. 런던아이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 하늘공원
▲ 하늘공원

기자가 하늘공원을 찾아간 3월 12일 비가 내렸다. 오전 11시경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내려 20분쯤 걷자 공원 일대가 보였다. 상암동 소각장 설치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주변 도로 곳곳에 걸려 있었다.

날이 흐려서 인적이 드물었다. 하늘공원은 해발고도 98m. 올라갈 때는 ‘맹꽁이 전기차’를 이용했다. 성인 기준 왕복 4000원이다. 12명 정도 탄다. 이날 탑승객은 취재팀 2명뿐이었다. 운전기사는 비가 오는 날이라 없지만 평소에는 많다고 말했다.

전기차를 10분 정도 타면 하늘공원에 도착한다. 공원은 5만 8000평 규모. 대부분 억새로 뒤덮였다. 한강 전망대와 조형물, 매점과 탐방객 안내소, 화장실이 있다.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축물이 없어 넓은 평지와 하늘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는 월드컵대교와 난지한강공원 등 한강 전경을 볼 수 있다. 이날은 안개 때문에 흐릿하게 보였다.

하늘공원에 서울링이 들어선다는 발표 이후 접근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런던아이 근처에는 지하철역 3개, 버스 노선 3개, 기차역 2개, 선착장 9개가 있다. 가장 가까운 워털루역은 걸어서 5분 거리다.

하늘공원은 걸어서 20분 거리에 지하철 월드컵경기장역과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이 있다. 버스 정류장은 7분 거리다. 게다가 하늘공원은 높은 언덕 위에 있어 대중교통에서 내리고 전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운전해서 간다면 주차가 문제다. 서울시는 서울링의 하루 최대 탑승을 1만 1792명으로 추산했다. 하늘공원 근처 주차장(5곳)은 1934대를 수용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과 서울링을 이을 교통수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곤돌라와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링과 런던아이는 주변 인프라에서도 차이가 난다. 런던아이는 관광명소 중 하나인 웨스트민스터 사원 근처에 있다. 관람차 밖으로 빅벤 시계탑 등 런던의 상징물을 볼 수 있다.

하늘공원은 근처에 널리 알려진 관광명소가 없다. 공원 안에도 산책로와 짚으로 만든 곰 조형물을 제외하면 별다른 볼거리나 즐길거리를 찾기 어렵다.

식사 역시 불편하다. 마포농수산물시장은 걸어서 14분, 먹거리로 유명한 망원시장을 가려면 걸어서 40분이 걸린다. 서울시는 서울링이 들어서는 월드컵 공원 일대에 전망 타워, 글램핑장을 세워 관광명소로 꾸릴 계획이다.

맑은 날의 하늘공원을 돌아보기 위해 3월 18일 한 번 더 갔다. 이번에는 월드컵공원입구역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했다. 나들이 시민이 많았다. 보드 연습을 하는 어린이 열댓 명이 아스팔트 바닥을 가로질렀고, 반려견 놀이터도 북적였다. 정상으로 향하는 전기차는 만원이었다.

공원을 걷는데 곳곳에 낮은 원통형의 설치물이 눈에 띄었다. 매립가스포집시설이다. 하늘공원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지 위에 흙을 덮어 만들었다. 쓰레기가 썩으며 나오는 가스를 모으기 위해 포집시설을 설치했다. 매립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반이 침하한다. 폭발과 지반 안전이 걱정된다.

이화여대 건축학과 김형섭 겸임교수는 “매립지 상부는 땅이 무너질 위험이 있어 단순 공원이나 체육시설로 쓴다. 30~40년이 지나 안정화된 후에는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대관람차같은 큰 구조물이 들어서려면 지반조사를 통한 보강 작업이 필수다”라고 서면 인터뷰에서 말했다.

서울시는 120m 가량의 철골 여러 개를 땅에 박아 지반을 고정시키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철골이 서울링과 시설을 지탱해 걱정할 게 없다는 설명이다. 안전 점검은 아직 하지 않았다.

런던아이 건축도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강변에 짓다 보니 지반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운영사는 1999년 개장 직후 안전 점검을 위해 3개월간 운영을 멈췄다. 현재까지 인명사고가 전혀 없었다.

탑승료나 수익구조 역시 숙제다. 서울시 배성호 개발정책팀장은 연간 방문객을 350만 명으로 어림잡았다. 비슷한 해외사례를 참고했다고 한다. 서울을 방문한 1390만 명(코로나 이전 2019년 기준)의 4명 중 1명이 탄다는 얘기다.

런던아이는 시간당 1600명을 태운다. 탑승료는 40파운드, 한국 돈 5만 5000원 정도다. 운행 3년만인 2003년에 투자비 7000만 파운드(한화 988억 원)를 전부 회수했다.

서울링의 예상 탑승객은 시간당 1400명 가량. 수익을 내려면 탑승료가 비슷하거나 더 비싸야 하지만 관광객이 5만 원 가량을 내고 탈 지는 미지수다. 하늘공원 인근에 사는 김진천 씨(57)는 5만 원은 너무 비싸다며 “이동 수단을 포함해 2만 원 정도면 탈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의 롯데월드 오후 입장권은 5만 원이다. 국내의 다른 관람차 이용료는 훨씬 저렴하다. 강원 속초시에 있는 관람차 ‘속초아이’는 1만 2000원이고, 울산에 있는 ‘울산그랜드휠’은 6000~7000원이다. 서울시는 탑승 요금을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런던아이를 벤치마킹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뉴욕주 스태튼 아일랜드의 뉴욕휠은 ‘드림휠’을 꿈꿨다. 192m 높이에서 뉴욕 시내를 내다보는 관람차. 연간 4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투자사인 캔엠엔터프라이즈(CanAm Enterprises)가 자금 확보에 실패해 제2의 런던아이는 탄생하지 못했다. 뉴욕휠 사업은 2025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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